기사입력시간 23.04.24 12:36최종 업데이트 23.04.2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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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간호법 갈등 구조, '의사 vs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약소직역 vs 간호사'

의협이 간호법에 반대하는 프레임 벗어나야 승산, 거부권도 가능...곽지연 간무협 회장 투쟁 부각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박명하 위원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법안의 프레임이 '의사 대 간호사' 갈등 구도에서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약소직역 대 간호사'로 변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3일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흥미로운 발언이 나왔다.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박명하 위원장은 비대위 활동기한 연장을 위한 의결 과정에서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대한간호협회보다 강자인 의협이 (간호법에) 반대하는 프레임을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그동안 간호법 투쟁의 최일선에서 의료계 내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던 박명하 위원장과 비대위의 행보를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기 시작 때부터 파업을 언급하면서 국회 앞 철야농성과 단식 투쟁을 이어오던 박 위원장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의협이 간호법에 반대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180도 다른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까지 박 위원장은 '거부권 행사 여부'나 '중재안 논의' 등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법안의 '전면 폐지'를 강조해왔다.

간호법 출구 전략 수정…거부권 명분 쌓기 '프레임 전쟁' 시작됐다

24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박명하 위원장 발언의 숨은 의도는 비대위와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측의 간호법 대응 전략이 최근 전면 수정됐다는 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간호법 대응 전략을 수정한 이유는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이 민주당에 의해 강행 통과될 것으로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간호법 원안 통과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23일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종기가 터질 상황이다. 27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개정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의사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김민석 의장은 "일단 함께 처리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수진 원내대변인 역시 "김진표 국회의장이 13일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상정하지 않으면 다음엔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단독으로 상정한 법안이 아니다. 상정하지 않을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가 유력해지면서 정부여당과 간호법 반대 단체들은 대통령 거부권 '명분 쌓기'에 돌입했다. 양곡관리법에 대한 거부권이 한 차례 나온 상황에서 연속된 거부권 행사가 대통령실과 여당 입장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더욱이 거부권 명분이 중요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 내부 갈등으로 인해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간호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거부권 명분이 확실하려면 거부권이 행사될 만한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국민들도 이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갈등 프레임 전환, 의사-간호사→약소직역-간호사 갈등으로
 
간호법 갈등 프레임 전환에 따라 최근 상대적으로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투쟁의 선봉으로 부각되고 있다. 

거부권 명분 쌓기에 첫 단계가 바로 '갈등 프레임' 전환이다.

지금까지 간호법은 의사와 간호사 즉, 대한의사협회 이외 약소직역과 대한간호협회의 갈등으로 비춰졌다. 13개 단체가 간호법 저지를 위해 연대하고 있지만 대다수 언론은 이들을 '의협을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로 표기하며 사실상 의협 대 간협 구도가 형성됐던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 강자로 인식되는 의사들이 간호사들과 밥그릇 싸움을 위해 법안을 반대하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게 간호법 반대 측 분석이다. 즉 간호법 갈등 프레임을 의협 대신 '약소직역과 간호사'로 전환해 대중적인 반감을 줄이는 것이 프레임 전환의 취지다. 이렇게 되면 향후 행사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 거부권을 위해서도 명분쌓기에 바람직하다는 계산이 숨겨져 있다. 

전략 수정에 따라 최근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상대적으로 투쟁의 선봉대로 부각되고 있다. 간무협 곽지연 회장은 의협 이필수 회장이나 박명하 비대위원장 보다 민주당과 간호협회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 발언에 앞장 서면서 이들의 주 공격대상이 됐다.

곽 회장이 비판 수위를 높이자, 야당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곽 회장이 내년 총선에서 여당의 비례대표를 받기 위해 정치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덩달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곽 회장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김성주 부의장 발언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소통하지 않는 간호협회까지 함께 비판했다. 아울러 곽지연 회장은 오는 25일 다른 13개 단체들에 앞서 단식과 연가파업도 먼저 시작한다. 그동안 투쟁의 중심에 의협이 있었던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이로써 간호법 공방은 의사와 간호사의 갈등이 아닌 간호조무사 등 약소직역과 간호사 간의 갈등 프레임으로 완성된 셈이다.  

국회 상황에 정통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간호사 보다 약자로 인식되는 간호조무사와 간호사 간의 갈등으로 프레임이 전환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거부권 행사 명분에 긍정적이다. 간호조무사가 투쟁에 선봉대에 서고 의협과 나머지 단체들이 이를 적절히 지원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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