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6.07 06:26최종 업데이트 22.06.07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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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로 장 마비 해결 안되는 가성 장폐색, 기계적 장폐색과 어떻게 구분할까

[질환 인식 캠페인]⑫ 당뇨∙공피증 환자서 심한 설사 SIBO 가능성 높아, 열 없어도 항생제 써봐야

사진: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개원가 질환 인식 캠페인
 
현재 지구상에는 약 6000~8000개의 희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새로운 희귀질환이 의학계에 계속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은 전체 질환의 약 6% 남짓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치료제가 있음에도 질환이 잘 알려지지 않아 유병률에 따른 예측 환자 수보다 치료받는 환자 수가 현저히 적거나, 진단이 어려워 정확한 유병률조차 파악되지 않는 질환도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환자들이 보다 빠르게 진단·치료를 받고 건강한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일선 진료현장에서 마주치기 드물고 환자가 내원했을 때 반드시 의심해야 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가 치료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호전이 없는 등 처음과는 다른 질환이 의심될 때 떠올릴 수 있는 질환을 알 수 있도록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① 폐동맥 고혈압: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혁재 교수
② 유전성 혈관부종: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장윤석 교수
③ 단장증후군: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교수
④ 대동맥판막 협착증: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고영국 교수
⑤ 신경병증성 통증: 부산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인주 교수
⑥ 아칼라지아(식도이완불능증):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효진 교수

⑦ 위마비: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이광재 교수
⑧ C. 디피실 감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
⑨ 화농성 한선염: 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최유성 교수
⑩ 배변장애형 변비: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준성 교수
⑪ 파브리병: 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 정성진 교수
⑫ 가성 장폐색: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만성 가성 장폐색은 대부분 당뇨병이나 아밀로이드증, 파킨슨병과 같은 전신질환으로 인해 소장의 신경과 근육이 오랫동안 서서히 망가지며 나타나는 병이다. 환자들은 대개 평소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나 특정 약제를 먹거나 전해질 장애가 생기거나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는 등 상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겹치면 소장이 전혀 움직이지 않게 되면서 복부 팽만과 복통, 구토 등으로 급하게 병원을 찾게 된다. 이 때 장에 공기가 꽉 차 배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오르며 급하게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교수는 "만성 가성 장폐색은 수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상태에서는 일반 소화불량증과 비슷하다. 그러나 복부가 심하게 부풀어오르는 급성기 환자에서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기계적 장폐색과 구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계적 장폐색은 응급 수술이나 처치가 필요하지만 가성 장폐색은 수술로 장 마비가 해결되지 않으며, 전신이 망가진 상태기 때문에 오히려 국소적 치료로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최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성 장폐색과 기계적 폐색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으며, 소장 기능이 돌아오는 것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치료 시 유의해야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Q. 가성 장폐색이란 어떤 질환인가요?
가성 장폐색 또는 거짓 장폐색은 소장이나 대장에 해부학적 원인 없이 기계적 장폐색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종양이나 궤양, 협착 없이 장이 막힌 것을 말한다.

급성 장폐색(ileus)과 만성 가성 장폐색은 다른 질환이다. 급성 기능성 장폐색증은 수술 또는 복막염, 해소되지 않은 기계적 장폐색, 그람 음성 패혈증, 전해질 불균형, 복막후출혈, 척추 및 골반 골절 등이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만성은 1차성(선천성) 원인은 소아에서 사망하므로 성인에서는 매우 드물고 대개 전신질환에 의해 근육이나 신경이 망가지면서 2차적으로 발병한다.

Q. 가성 장폐색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선천성 신경병증에 의한 가성 장폐색(근육의 경우 유전질환)은 성인에서는 드물고 성인에서는 2차적인 원인이 많다. 신경이 망가지는 병으로 가장 흔한 것은 당뇨병과 아밀로이드증, 파킨슨병 등이다. 전해질 장애도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약제로 인해서도 많이 발생한다. 오피오이드 제제를 너무 많이 먹으면 장이 잘 움직이지 않고, 특히 신경을 막는 항콜린성 약제나 칼슘채널차단제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표: 가성 장폐색의 원인

Q. 가성 장폐색의 주요 증상은 무엇인가요?
대표적인 증상은 복부 팽만이다. 반복되는 식후 복통과 복푸팽만감, 조기 포만감, 식욕부진, 체중감소, 구역,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세균과다증식이 병발하면 심한 설사가 발생할 수 있다. 심하면 기계적 장폐색과 유사한 증상과 소견을 보이는데, 기계적 장폐색은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반드시 둘을 감별해야 한다.
 
​가성 장폐색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치료 가능한 이차적 병인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최 교수는 "기계적 장폐색은 해당 부위만 아프고 대개 다른 문제는 없다. 반면 가성 장폐색은 다른 장기의 신경과 근육도 망가지고 오랫동안 앓아 식도 삼킴이 어렵거나 영양결핍 또는 카켁시아(cachexia)가 있고 전신질환 증상과 증후가 있다는 차이점을 가진다"면서 "가성 장폐색은 소장과 대장 모두 공기가 가득차 빵빵하게 늘어난 반면 기계적 장폐색에서는 막힌 부위의 상부만 늘고 아래는 늘어나지 않아 엑스레이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가성 장폐색은 치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영양분 제공과 수분 공급을 관리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신경과 근육의 힘이 약해 장 운동이 안되고 마비 형태를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기능장애를 최소한으로 줄여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케어(care)'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저질환이 심한 사람이 심한 장마비를 일으켜 급성 악화가 일어났을 때, 엑스레이 사진 상 공기 음영의 변화 만으로 소장 운동 기능이 얼마나 회복되고 있는지 판단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이 때 변비 환자에 사용하는 방사선 비투과 표지자(radio-opaque marker)를 복용시켜 표지자가 이동하는 것을 보고 장운동이 얼마나 돌아왔는지 객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어 용이하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어떤 이벤트로 장이 늘어났을 때는 감압이 중요하다. 금식 후 장운동이 회복되면 소량의 유동식을 자주 섭취하게 한다. 급성 가성 장폐색이 발생하면 내시경 감압을 시도하거나 네오스티그민(neostigmine)으로 감압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 "악화 요인을 파악하고 제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성 장폐색에서는 소장 세균과다증식(Small Intestinal Bacterial Overgrowth, SIBO)이 자주 일어난다. 최 교수는 "당뇨병이나 공피증 환자 등 위장운동과 소장운동이 잘 되지 않아 위장통과시간이 느려진 환자들이 갑자기 심한 설사 또는 지방변을 호소하면 SIBO를 의심할 수 있다"면서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열이 없어도 설사가 있다면 치료와 진단 목적을 겸해 시험적 항생제 투여해보는 것도 좋은 요령 중 하나다"고 말했다. 단 이 때 지사제는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

또한 장기적인 약물요법으로 위장운동 촉진제(prucalopride)가 도움될 수 있고, 영양공급을 위해 급식 공장창냄술 또는 위창냄술 (feeding jejunostomy)을 시도할 수 있다.

더불어 무심코 환자가 대변을 못본다 해서 고섬유 팽창성하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시켜야 한다. 섬유질이 그대로 장에 머물며 딱딱한 변을 형성, 장이 더 심하게 막힐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기계적 장폐색은 한 군데 원인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종양이던 감염이던 전해질 장애던 원인을 찾아 즉각적으로 처치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가성 장폐색은 지친 장이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도록 보존적 요법을 해야 하고, 지나치게 부풀어 올랐을 때 내시경으로 튜브로 공기를 빼주는 치료만 필요하기 때문에 이 둘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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