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12.09 06:07최종 업데이트 19.12.0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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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과학에서 비즈니스로 가기까진 '왜'가 중요…프레임에 갇힌자 아닌 자유인 돼라"

배진건 박사,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 Back to BASIC' 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도서 기념 북콘서트

사진: 배진(培進) 바이오사이언스 배진건 대표가 2019 과학문화 콘텐츠 페스타 사이언스 북 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이 돼야 하지 돈을 벌기 위한 신약개발이 되어선 안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생물(Biology)과 화학(Chemistry)의 양 축을 바탕으로 과학(Science)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현재의 상황과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Analysis)해야 하고 혁신(Innovation)이 뭉쳐 기본이 돼야지만 신약 개발이 가능합니다."

배진(培進) 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인 배진건 박사는 7일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2019 과학문화 콘텐츠 페스타 사이언스 북 콘서트'에서 이같이 밝혔다. 배 박사가 쓰고 메디게이트뉴스가 출간한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 Back to BASIC'이 10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2019년 대학일반 부문 우수과학도서'에 선정되면서 이번 북콘서트 강연자로 초청받았다.

배 박사는 생화학을 전공하고 24년간 미국 쉐링푸라우 연구소에서 신약개발을 연구해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에는 한독 상임고문, 한국아브노아 연구소장, JW 중외제약 연구총괄 전무, 쉐링푸라우 연구위원,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등 역임했다. 현재는 배진(培進) 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와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을 맡고 있으며, 매주 금요일마다 신약개발 관련 메디게이트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배 박사는 "하나의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같은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기 위해 수많은 화합물들이 테스트되고 최소 10~15년이 걸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약이 되는 하나의 화합물 값은 올라가고 갯수는 줄어드는 멀고 험난한 길이다"면서 "과학과 비즈니스 사이에는 큰 바다가 있기 때문에 '트랜스레이션(Translation)'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신은 S2B(Science to Business)의 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가"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S2B의 시작은 '왜?'라는 질문이라고 했다. 배 박사는 "아이들은 '왜요'라는 물음으로 성장하고 위대한 발견을 할 수도 있고 지구를 구할 수도 있다. 물음 아이들의 본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질문을 안한다. 어른들은 잘 살기 위해 질문하는걸 부끄러워 하지만 아이들은 잘 살기 위해 질문을 한다"면서 "모르는 것을 X라고 한 뒤 수식을 만들어 보면 문제가 꼭 풀린다. 질문을 하지 않으면 X는 비밀스러운 것으로 남게 된다"고 강조했다.

배 박사는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과정에서 1987년 처음으로 과학논문의 '제1저자(First Author)'가 된 때(Pai, J.-K., Liebl, E. C., Tettenborn, C. S., Ikegwuonu, F. I. and Mueller, G. C., 12-O-Tetradecanoylphorbol-13-acetate Activates the Synthesis of Phosphatidylethanol in Animal Cells Exposd to Ethanol.  Carcinogenesis, 8, 173(1987))를 설명하며, "이 결과는 우연이 아니라 계속해서 실험을 하다 나온 것이다. 데이터가 안 나왔다면 쓰레기 더미가 되고 말지만, 실험에 사용한 [3H]아라키돈산 차이로 인한 결과 변화 하나에 왜라는 질문했기 때문에 보석줍기가 가능했던 것이다"고 말했다.

쓰레기처럼 버리는 데이터에서 보석줍기를 마친 배 박사는 뉴저지에 있는 쉐링프라우(Schering-Plough)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 때 배 박사는 "증명을 하려면 '결정적인 실험(킬러 실험)'을 설계하고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점을 직접 경험했다.

이 때 배 박사는 식물세포뿐 아니라 사람을 포함한 동물세포의 신호전달에서도 포스폴리파아제 D(Phospholipase D, PLD)가 중요한 작용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증명했다(Pai, J.-K., Siegel, M. I., Egan, R. W. and Billah, M. M., Phospholipase D Catalyzes Phospholipid Metabolism in Chemotactic Peptide-Stimulated HL-60 Granulocytes.  J. Biol Chem., 263,12472 (1988)).

배 박사는 쉐링프라우에서 항암제를 만들기 위해 '파르네실전달효소 억제제(farnesyl transferase inhibitor, FTI)'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나 결국 임상2상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했다. 이는 다른 빅파마들도 마찬가지였다.

배 박사는 "다른 사람들은 FTI가 K-RAS와 N-RAS에 듣지 않는 다는 부정적인 부분을 봤지만 트로이 윌슨(Troy Wilson) 박사는 H-RAS에 효과가 있는 것에 집중해 편평 세포암 등에 효과 있다는 것을 확인, 다른 용도로 약을 재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선반에 둔 항암제를 재발견하는 눈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최근 항체와 약물이 결합된 '항체-약물 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가 개발되고 있는데,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중합체(antibody-oligonucleotide conjugate, AOC)'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비디티사이언스(Avidity Science)라는 회사는 10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받았다"면서 "우리의 문제점은 프레임에 갇혀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갇힌자가 아닌 자유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 박사는 "올림픽 모토인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강하게'는 신약 발굴(drug discovery) 모토와 같다. 올림픽이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신약도 항상 더 효과가 좋고 더 강한 약으로 3등 안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다"면서 펜싱과 양궁, 체조 등 스포츠에 비유해 신약을 개발하면서 배울 점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약개발은 한 몸 이루기다. 과학에 기초한 최상의 결정을 내려야 하고, 산·관·학·연이 유기적으로 연관돼 하나가 돼야 빅파마와 싸워 이길 수 있다. 지하철 역이 하나라도 끊어지면 교통대란이 나는 것처럼 신약개발도 혼자 할 수 없고 어딘가 고장나서도 안 된다"면서 "신약개발은 천천히 서둘러야 한다. 서두르지만 전후 좌우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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