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산병원은 순환기내과 서순용 교수가 새벽에 반복되는 흉통이 있을 경우 ‘변이형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5일 밝혔다.
변이형 협심증은 심장 혈관이 동맥경화로 좁아지지 않아도 생길 수 있다. 혈관이 순간적으로 심하게 수축하면서 심장으로 가는 피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동맥경화나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는 일반 협심증과 달리 관상동맥에 심한 동맥경화성 협착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어 일반 검사로는 원인을 찾기 어렵다.
가장 큰 특징은 운동이나 활동과 상관없이 통증이 온다는 점이다. 주로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 가만히 쉬고 있을 때 흉통이 나타나며 비슷한 시간대에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통증은 수 분간 지속된 후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지속 시간이 길거나 강도가 심하면 심근경색이나 부정맥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드물게 급성 심장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고혈압, 흡연 등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에게서 자주 나타나지만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거의 없는 사람에게도 생길 수 있다. 흡연은 혈관 경련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주요 위험 요인이다. 담배 속 니코틴이 혈관 안쪽 내피를 손상시켜 경련을 더 쉽게 일으키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추위, 과음한 다음 날, 심한 스트레스도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협심증이 의심되면 심전도, 심장 초음파, 혈액 검사 등을 시행한다. 다만 통증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한 검사에서는 이상 소견이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 혈관 경련이 통증이 있는 순간에만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증상이 불규칙하다면 하루 동안 심전도를 기록하는 24시간 활동성 심전도(홀터검사)가 통증 발생 시점을 잡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필요한 경우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한다. 뚜렷한 협착이 관찰되지 않더라도 변이형 협심증이 의심되면 약물을 투여해 관상동맥의 연축 여부를 확인하는 유발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흉통과 함께 심전도 변화가 나타나고 관상동맥의 일시적인 연축이 확인되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혈관 경련을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검사인 만큼 순환기내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응급 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시행해야 한다.
치료의 첫걸음은 금연과 유발 요인 차단이다. 흡연은 가장 강력한 악화 요인이어서 약을 먹더라도 담배를 끊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약물 치료는 혈관 경련을 막아주는 약이 중심이며, 통증이 갑자기 올 때는 혀 밑에 넣는 니트로글리세린으로 빠르게 완화할 수 있다.
일반 협심증에 흔히 쓰이는 약 중 일부는 변이형 협심증에서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전문의의 정확한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약물 치료에도 혈관 경련에 의한 치명적인 부정맥이 반복되는 고위험군 환자는 삽입형 제세동기 등 심장 박동을 정상화해 주는 장치를 넣는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서순용 교수는 “단순 스트레스성 흉통으로 여기고 방치하다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같은 시간대에 통증이 반복된다면 순환기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변이형 협심증은 약물 치료와 금연, 생활습관 관리가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하는 질환”이라며 “증상이 좋아졌다고 전문의와 상의 없이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