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9.11 07:24최종 업데이트 20.09.1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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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기간이 길어지며 어떤 약이 환자를 살리는 효과가 있을까?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지난 7월 15일 자 ‘Anesthesia’에 실린 리뷰에 의하면 코로나19(COVID-19) 감염 이후 중증으로 중환자실(ICU)에 입원한 환자의 치사율이 3월 말 60%에서 5월 말에는 42%로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이런 경향성은 유럽, 아시아, 북미 대륙의 지역적인 차이가 거의 없었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로열 유나이티드 병원(Royal United Hospitals Bath)의 팀 쿡(Tim Cook) 박사에 의하면 코로나19 팬데믹의 임상 상황이 곧바로 보고된 것 때문에 관계된 글로벌 의사들이 초기의 당황한 상황에서 벗어나 빠르게 많은 것을 서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다른 바이러스 폐렴의 사망률 22% 보다는 상대적으로 아직 높다고 한다.

근거 기반 의학 센터(Center for Evidence-Based Medicine)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중환자실(ICU) 환자들을 연령대별로 환자들의 생존률을 두 기간으로 나눠 조사했다. 4월 17일까지 기간과 5월 15일부터 6월 26일 기간을 비교했을 때 최소 10% 이상 올라 갔으며 어떤 연령대에서는 20% 이상 극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온전한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두 기간 사이에 왜 이런 현저한 차이가 나타났을까? COVID-19를 치료하는 약이 없는 상황에서 처음에는 상당히 암울해 어쩔 수없이 치료효과가 있을 가능성만 기대하며 약물들을 사용하다 보니 생존율 개선이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세계 최대 규모 무작위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인 영국의 170여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Recovery Trial(NCT 04381936)을 통해 효과가 있고 없는 약물들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또 시간이 지나며 임상 경험이 풍부해지면서 치료효과가 개선된 것 같다. 특히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같은 스테로이드가 적절하게 사용되면서 생존율이 높아졌다.

두 번째 이유는 바이러스의 생존 게임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이러스는 전파력은 키우면서 숙주가 죽지 않도록 치명률을 줄이는 속성이 있다. 생존을 위해선 숙주인 사람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병독성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유전자를 변이하게 만든다. 바이러스 변이를 통해서 전파력을 키운 정황은 확인됐다. 코로나19 유전자 조사에 의하면 국내 유입 초반 바이러스의 유전형은 'S'와 'V'였지만 이태원 클럽 사태 이후에는 전파력이 6배가 되는 'GH'형이 국내 감염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일어난 바이러스 유전형과 실제 치명률이 낮아진 것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자료가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지난 6월 15일자 대한의학회지(JKMS)에 유진홍 대한감염학회장은 '코로나19에 대한 렘데시비르 효과의 불확실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오피니언 코너에 실었다.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 미국에서 허가되면서 과도한 낙관론이 국내에 쏟아지고 있는데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다.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 받은 렘데시비르의 여러 임상시험 결과들을 볼 때 중증 환자에서 질병기간을 유의하게 단축시키긴 하지만 치명률 등 예후에는 별 이득이 없다는 의견이다. 그러기에 전적으로 렘데시비르에 의존하기보다 치료효과를 증대하는 다른 약물과 병용요법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 다른 약물에 대한 가능성은 무엇일까? 9월 3일 어느 약학대학 교수님이 '국산 코로나19 치료제가 한시라도 빨리 개발하기 위해 해외로 눈 돌린다'는 기사를 보내주셨다. 9월 2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다수의 국내 제약바이오가 해외 각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에 착수했다고 한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임상으로 눈을 돌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팬데믹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임상환자를 원활하게 모집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방역에 성공하면서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에 나선 제약사의 대부분이 환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에 해외 임상이 국산 치료제 개발속도를 당길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아직도 해외에서는 여전히 하루 수천 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대한 빨리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시장 선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배 박사님 이들 중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보여지는 것은 뭐라고 생각하시는 지요?" 역시 교수님 답게 문제까지 제출해주셨다. 제 답을 카톡으로 보내 드렸다. "안녕하세요? O 교수님, 제 생각에는 종근당이 시판하는 후보물질이 글로벌 경쟁력은 있겠지요. 일본과 한국 외에는 다른 나라는 허가를 안 받은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역시 80년이 넘은 경험을 쌓은 하이드록시퀴놀론(HQ)이 말라리아 용량보다 넘지 않게 안전성만 유의해 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 나는 교수님께 이런 대답을 제출했나? 필자는 지난 6월 12일자 칼럼에 '나파모스타트, 코로나19 살상 능력을 렘데시비르보다 600배 가졌지만…'이란 제목으로 소개해 드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Markus Hoffmann 등은 지난 4월 16일 자 셀(Cell)에 SARS-CoV-2가 숙주 세포에 들어갈 때 ACE2와 SARS-CoV-2의 결합을 돕기 위해 TMPRSS2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IPK는 TMPRSS2 억제 약물인 나파모스타트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IPK가 SARS-CoV-2 세포배양 실험을 통해 분석한 결과, 나파모스타트가 약 3000여종의 약물 중 코로나19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가졌다. IPK는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나파모스타트에 대한 특허를 지난 4월 20일 출원했다.

나파모스타트 메실레이트(Nafamostat mesilate, NM)는 중환자의 신장 기능을 대신하는 지속적 신대체요법(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 CRRT) 항응고제로 사용해왔으며, 2019년 9월부터는 혈액투석 환자 중 수술 전·후, 출혈, 저혈소판 환자에도 사용 중인 주사제다. 나파모스타트가 코로나19 임상에서의 효능이 확인된다면 바이러스의 세포 진입을 막고 코로나19 폐렴의 주요 병리인 혈전 등의 증상 개선에 일석이조의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

왜 두번째 약물이 트럼프가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운 HQ일까?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는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HQ의 사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한 지난 4월 24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 병용이 QT간격 연장 등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0일 동안 코로나19 환자 81명을 대상으로 클로로퀸을 저용량과 고용량으로 투여했다. 고용량 투여군은 하루 2번씩 600mg의 클로로퀸이 투여됐고 저용량 투여군은 하루 2번 450mg이 투여됐다. 연구결과, 고용량 투여군에서 더 많은 심장병이 발견됐으며 보다 큰 QT간격 연장 등 부작용이 보고됐다.

지난 8월 28일 친구가 '[공병호 TV] 재미의사의 경험지식/미국의 현 상황' 이란 유튜브 링크를 보내줬다. 필자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절친인 안우성 내과전문의와의 전화 인터뷰가 담긴 것이다. 안 박사는 미국 LA의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코로나19 환자들에게 4가지 약을 처방해 드린다고 한다. 징크(50mg), 비타민D(5000iu), 비타민C(1000iu)와 HQ이었다.

'다른 것 다 좋은데 왜 HQ이냐?'고 메시지를 보냈다. 당장 LA에서 전화가 왔다. 임상경험을 나눠 줬다. HQ는 BID(하루에 두 번)로 200mg을 처방하고 기간은 엄격히 닷새라고 했다. 자기 환자들은 고령인데도 아직 사망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친구는 미국에서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경험적으로 이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만일 건강한 사람이 아프리카를 방문하면 클로로퀸을 하루 2번 450mg이 복용하는데 예를 들어 월요일과 목요일로 일주일에 두 번 복용을 한다고 한다. 아프리카에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적은 것도 주민들이 말라리아 때문에 클로로퀸을 자주 복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작년 초 임상실험을 주도하시는 서울 큰 병원의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가 떠오른다. "항암제로 OOO 카이네이즈(Kinase) 저해제가 꼭 필요한데 만들어 가지고만 오세요. 부작용은 우리 의사들이 어떻게 든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약의 특성은 이중적이다. 어떤 용량에서 효과가 당근 있고 용량이 넘치면 당연히 부작용이 일어난다. 그래서 약이면서 독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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