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미래의료포럼 담론① 2025년을 보내고, 2026년을 맞이하며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본 이재명 정부의 의료혁신 정책
들어가며
2025년은 2024년 2월부터 시작된 윤석열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정책 패키지로 인해 촉발된 상황이 정리되고 이재명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출범한 한 해였다. 정부의 의료정책 추진에 저항해 오던 입장에서는 정권의 교체가 정책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했지만, 그 결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름만 바뀌고 방향성은 그대로였으며, 오히려 개악된 정책들도 있다.
그 이유는 의료개혁 정책이라고 포장한 보건복지부의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의 틀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정책은 보건복지부의 중장기 5개년 종합계획으로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진행 속도의 조절만 이뤄질 뿐 정책의 변화는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의료개혁 정책이 의료혁신 정책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현재까지 바뀐 것은 의대정원 증원이 '공공의대 신설'로 변화한 것뿐이다. 물론 지난 12월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통해 2026년에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을 수 있긴 하지만, 과거의 전례로 보았을 때 큰 아젠다는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토대로 보건복지부가 제시하고 있는 의료정책의 방향성, 이재명 정부가 추가적으로 도입하려는 의료혁신 정책의 영향, 그리고 당장 2026년부터 적용되는 제도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 의료정책의 영향을 받는 삶을 영위하는데 중요할 것이다.
"알고 매를 맞는 편이 모르고 매를 맞는 것보다는 덜 아프지 않겠는가."
1. 대한민국 정부의 결단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는 단일 공보험 제도인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입자와 공급자 모두 당연지정제를 통한 강제 의무가입이 이뤄지고, 보험료는 소득과 재산 수준에 따라 차등 납부하고 있으며 국가는 건강보험재정 총액의 일정 비율을 부담한다. 이는 모두 법률로 규정돼 있다.
GDP의 상승과 평균 수명의 증가, 그리고 의학 수준의 발달로 인해 의료 수요와 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의료비 총액이 급격히 상승하게 됐다. 모럴 해저드(Moral Hazard)에 의한 과도한 의료이용 억제를 위해 본인부담금 제도를 두었지만, 실손보험과 너무 낮은 수가 때문에 그 억제력을 상실한 지 오래 됐다. 그로 인해 건보재정을 감당하기 위한 보험료율이 법정 상한선인 8%에 근접한 7.19%까지 오르는 등 총 의료비의 증가가 정부로서는 매우 불편한 상황이다.
게다가 경제성장률조차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총 의료비가 증가하게 된다면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건강보험재정 또한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최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총 의료비를 증가하지 않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의료 이용자인 국민들의 이용을 제한할 수는 없으니, 결국 의료 공급자의 보상을 줄이는 방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과거 정부는 의료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의사들의 극렬한 저항과 정책 반대나 비협조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대한 학습효과로 인해 이번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부터는 의사 전체의 반대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집단에 대한 갈라치기와 같은 내분, 그리고 차별대우.
의약분업 이후 25년만에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이 더 이상 반발할 능력이 없는 집단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의료 공급자인 이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 즉 정책 유도를 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냈다.
바로 '보상' 돈이다. 의료행위에 대한 대가를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의사들의 행태가 달라진다는 것을 정부는 꿰뚫어 보았다. 그렇게 나온 것이 이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이다.
2.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 - 경제 관점에서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적용되는 건강보험 정책 방향이다. 크게, 지불제도 개편, 의료 공급 구조 개편, 건강보험 재정관리 개편, 건강보험 데이터 개방 활용을 담고 있다.
1) 지불제도 개편
정부는 필수의료의 위기, 의료전달체계 왜곡, 양적 성장 등의 문제를 보상의 불합리, 불균형 보상구조에 기인한다고 진단한 것이다. 그리하여 지불 보상하는 방법에 있어서 ①수가결정구조를 개편하고, ②지원금형태의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며, ③행위별 수가제도를 바꿔 버린다.
① 수가결정구조 개편
기존의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 인상률 협상(매년 수가협상)에 의한 수가결정구조를 탈피해 상시적 조정체계로 전환한다. 이는 지난 2025년 수가협상단계에서 통과된 '환산지수 차등적용'에 의해 가능해진 정책이다.
의료행위에는 각각의 상대가치점수가 있고 이에 환산지수를 곱해 각 단가가 정해지는데, 이것을 건보공단 측에서 해마다 인상률을 차등적용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진료비 따로, 검체검사비 따로, 영상 검사비 따로, 수술비 따로, 입원비 따로 인상률을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인상이 아닌 인하도 결정할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의원급 진찰료의 경우 4%의 인상률이 이뤄졌지만 그외 나머지 부분은 0.5% 인상에 그치고 말았다. 2026년에는 검체 검사 및 영상 검사에 대한 과보상 부분 조정이 있을 예정이라고 하니 이에 대한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② 지원금 형태의 공공정책수가
공공정책수가는 말 그대로 일시적 행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보조금 지급이다. 필수의료나 응급의료 등 기피 분야 등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해 인력과 자원의 이동을 유도하는 것인데, 어느 정도 충원이 되면 줄이거나 폐지해버린다. 결국 지속가능성이 없는 임시적 조치이며, 공정한 보상이 아닌 낚시성 떡고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영진은 이러한 정책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언발에 오줌누기’
최종적으로 이 수가가 사라졌을 때, 결국 그 부담은 다시 의료기관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③ 행위별 수가제도의 개편 -> 인두제, 신DRG
현재의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지불제도는 행위별 수가제도가 대표적으로 적용돼 있고, 일부 병원에 신DRG 제도가 도입돼 있다. 앞으로 정부가 목표로 하는 개편방향은 1차의료기관은 인두제, 병원급 의료기관은 신DRG 즉, 포괄수가제다. 이를 위해 뒤에 소개할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을 시행했고, 1차의료기관의 통폐합 네트워크화를 위한 정책들을 준비해 놓았다.
1차 의료 가치기반 지불제도 - 책임의료조직(AC) 기반 시범사업
지난 12월 중순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했듯이 2026년 1차의료기관 시범사업이 준비돼 있다. 책임의료조직이라는 지역 네트워크 1차의료기관 의료공급 연합조직을 통한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인데 이를 통해 지불제도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 그림은 지난 2024년 1월 보사연에서 보건복지포럼을 통해 발표한 것으로 12월에 발표한 것의 토대가 되는 운영 안이다. 보건복지부가 좋아하는 '지역', '네트워크', '성과' 이런 단어들이 포함돼 있으며 궁극적으로 최종적 보상안은 인구기반 지불제도인 "인두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ACO 시범사업의 특징은 전체 참여 의료기관의 네트워크를 통한 환자관리 및 협력체계 구축에 있는데 이것이 바로 전체 의료비를 통합하는 근간이 된다.
트랙 2의 집단(네트워크) 개원은 현재 개별적으로 분산돼 있는 의료기관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즉, 집단 개원이라는 것은 하나의 의료기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지불 체계에 소속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현재 의료법상에 존재하지 않는 하나의 회계로 관리되는 네트워크 병의원을 지불제도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트랙 3의 의료기관 네트워크는 현재의 의료전달체계에서 존재하는 병의원간 전원 및 의뢰, 회송 체계가 아니라 지역 내 환자가 ACO내의 의료기관을 이용하게 되면 하나의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처럼 관리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A의원에서 환자를 전원 의뢰해 B 의원에 보내게 되면 의료기관 이동이 일어났음에도 같은 ACO내 의료기관으로 돼 있으면 하나의 의료기관을 이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또한, A의원에서 C종합병원으로 전원의뢰를 해서 보내더라도 종별 의료기관 이동이 일어났음에도 하나의 의료기관을 이용한 것으로 간주된다. 즉, ACO 내 의료기관은 종별에 상관없이 모두 하나로 묶이게 된다.
트랙 1은 현재 준비 단계가 이뤄져 있는 상태로 보인다. 행위별 수가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질향상 인프라구축에 대한 재정지원 제도를 도입하는데 이것의 가장 큰 예가 바로 만성질환관리제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질환군에 대한 질관리를 요구하고 이에 대한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을 현재 운영 중이다. 또한 만성질환관리제도를 통해 환자 집단의 데이터와 위험도 등을 수집하고 있는 중이다. 제도가 시행된다면 초기 재정지원은 조금 더 늘려서 참여기관을 확보하는데 유인책으로 쓸 것으로 예상된다.
트랙 2는 지역 사회에서의 의료기관의 의뢰 체계나 인구 기반 지불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만성질환관리제를 통해 수집된 환자 집단의 데이터를 토대로, 현재 시범사업중인 분석심사(SRC, PRC)를 통해 각 의료기관별 질관리의 수준을 평가하고 이를 묶어 그에 따른 환자당 월간 정액 지급액을 책정한다. 일부 행위별 수가는 유지하면서도 트랙 1에 비해 질 향상 성과에 대한 재정지원의 수준은 일부 낮추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또한 동일한 수준의 의료기관들을 묶어서 지불체계를 동일하게 변경하였으므로 환자의 의료기관 이동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의 활용성을 높여갈 수 있다.
트랙 3은 앞서 준비된 사업들을 모두 총합해 적용하고 질환에 따른 수평적 환자의 이동뿐 만 아니라 수직적 이동 즉, 종별 의료기관 이동까지 ACO내에서 관리하게 된다. 이는 지역사회 내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에 대한 관리 및 지불을 하나로 묶을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종별의료기관 이동이 지불제도에 포함돼 평가되기 때문에 건강 성과 향상이 보상에 반영되는 정도를 더욱 낮추게 된다.
행위별 수가제의 적용을 중단하고 각 환자에 대한 의료비를 정액지급으로 전환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환자는 지역사회 내 어떤 의료기관을 이용하더라도 본인부담금만 지불하지만 정작 의료기관들은 그에 대한 보상이 한정적으로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ACO 시범사업 환자관리 변화 유도의 특징은 의료공급자의 환자 유인 수요를 줄이고, 의료의 질을 높여 인구집단의 건강 수준을 높여 의료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데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료 수요는 건강 수준이 낮기 때문에 높은 것이 아니라 접근성이 높고, 본인부담금이 싸기 때문인데 이러한 ACO 제도는 오히려 비정상적인 의료이용만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고 반대로 의료공급자의 보상받지 못할 업무량만 증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는 별개로 ACO 시범사업에는 연계돼 있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나 정책들이 있는데 이 부분은 다른 글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2차, 3차 의료기관 신포괄수가제 도입 (2028년 예정)
현재 신포괄수가제 사업은 시범사업 중이지만 2028년 본 사업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도권의 병상 수를 허가제로 바꾸어 전체 병상의 증가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비를 조금 더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기 위함이다.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하게 되면 상병에 따른 건보재정 지출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재정운용이 수월 해진다. 게다가 인센티브와 환수목표액, 보상불가 설정 등에 있어서 좀더 용이하기 때문에 건보재정을 운용하는 보험자(공단)측에서는 매우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신포괄수가제는 사후비용조정을 통한 예측 불가능한 부분이나 중증도나 난이도의 변이에 대한 대응의 유연성을 보장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행태를 보았을 때 이런 부분이 자유로이 보장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몫이지만, 언제나 괴로움은 의사들의 몫이다. 말그대로 사후보상이기에 못 받으면 그만이다. 대한민국의 의사들은 환자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의료행위를 하지만 결국엔 보상도 받지 못하고 욕을 먹는다.
ACO나 신DRG 모두 미국의 의료제도를 참고해 가져오는 제도인데, 대한민국에서 적용할 때 이상하게 변질되는 부분이 있다. 미국에서는 보상을 과하게 한 후 사후에 보험자에게 환급을 하는 방식을 취하거나, 목표액보다 비용을 덜 썼을 경우 인센티브 형태로 의료기관에 지급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보상을 최소한으로 하고 사후에 보험자가 심사를 해서 의료기관에 추가 비용을 지급을 하거나 삭감 또는 지급 불가 통보를 한다.
심지어는 지급했던 보상마저 부적격판정으로 환수를 한다. 건보 적용대상에서 부적격이 되거나 지급불가가 된 경우 환자로부터 다른 경로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마저도 금지돼 있다. 오로지 의료기관의 잘못이고 감수해야 하는 패널티다.
이러니 대한민국의 의료제도가 개정되거나 새로 도입되는 것이 의사들에게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되는 것인가? 그래도 된다. 여기는 대한민국이라서.’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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