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외상외과' 허윤정 교수의 직언 “지역의사제 실패할 것…‘지역환자제’가 본질적 대책”
단국의대 허윤정 교수 “환자 수도권 쏠림 해결 위해 지역의료 이용시 인센티브 필요”…복지부 “관련 대책 필요성 공감”
단국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의사제에 앞서 거주 지역에서 진료받는 환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지역환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방에 아무리 의사를 보내더라도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을 방치하는 이상 지역의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단국대병원 외상외과 허윤정 교수는 27일 가톨릭의대 성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보건복지부 간담회에서 “지방의료 문제는 의사들이 지역에 남도록 발목을 묶는다고 해서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지방의료가 무너진 본질적 이유는 지역에 환자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6년간 충남 천안 소재 단국대병원 외상외과에서 근무하며 지역∙필수의료를 담당한 당사자다. 허 교수는 단국대병원을 사직하고 내년부터 고려대병원 중환자외상외과와 국군수도병원 외상센터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지방의료→軍의료, 단국대 외상외과 허윤정 교수 ‘새 도전’]
지방 의료진들 낮엔 환자 없어 '고민'…환자 있어야 실력∙인프라 유지 가능
그는 “지역에 환자가 없다는 사실 대신 의사 숫자가 얼마나 부족한지, 몇 명을 어디에 배치할지에 집중하다 보니 정부가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지금도 지역에는 훌륭한 의사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중증∙응급의료가 안 되는 이유는 낮에 환자가 없기 때문”이라며 “암을 진단해 주면 환자들이 서울로 간다. 지역에서 치료를 받고 싶어하는 지역민들도 주변에서 서울 대형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얘기하면 결국 수도권으로 간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지역에 있는 환자들이 해당 지역에서 치료를 받았을 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중증∙응급의료는 단숨에 확 좋아질 수 없다. 의사들이 그 지역에서 낮에도 충분히 환자를 봐야 실력과 인프라가 유지되고 밤에도 수술과 치료가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처럼 환자가 계속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 지역 소재 대학병원들은 교수를 충분히 고용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정말 최소한의 인력만 채용하고 있다”며 “그러니 지역에 일자리가 없고 (의사들도) 서울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 "완성도 있는 대책 위해 지방의료 '이용' 부분도 건드릴 것"
허 교수는 지역의사제와 유사한 제도가 과거에도 있었지만 실패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똑같은 제도가 1980년대에 있었다. 아버지가 의대생일 때 학비가 모자라 국가에서 학비 지원을 받았고 지역에 배치됐다”며 “하지만 이후에 그 지역에 남아서 평생 일하는 의사가 있냐고 했더니 단 한 명도 없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이어 “복지부가 그런 제도가 있었단 걸 알고 지역의사제를 설계한 건지 궁금하다. 징벌적으로 이탈 시에 받은 돈을 물어내라고 하면 된다고 하지만, 전문의가 되면 지원받은 학비를 갚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또 “지역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에게 물어봐도 (지역의사제와 관련해) 의견을 물어 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법안이 올라가고 통과됐다”며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는 허 교수의 지적에 대해 그간 환자의 의료이용 부분을 손대기 쉽지 않았단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관련 대책을 내놓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강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지역병원을 이용하면 환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구조도 있고, 의료이용 경로를 설정하는 방식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런 제도가 지역 환자들 입장에선 불편을 초래할 수 잇는 부분들이라 그동안 대안으로 고려하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총체적인 대책들이 강구돼야 하는 상황에서는 지역의료 이용에 대한 부분도 같이 건드리지 않으면 완성도 있는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며 “지역에 자원이 없는 현상을 고려해서 공급 부분을 거점화해서 환자를 모아서 볼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으로 생각하고 같이 고민하고 있다”고 덥숱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