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훈·김도영 교수 "탈모 면적만으로 환자 고통 판단 어려워…빠른 모발 회복 가능성 확인, 장기 치료·급여기준은 숙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가 28일 린버크의 중증 원형탈모증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일반적인 탈모와 달리 면역계가 모낭을 공격해 두피 모발뿐 아니라 눈썹과 속눈썹까지 빠질 수 있는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전신치료 선택지가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구용 JAK1 억제제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가 지난 20일 성인과 12세 이상 청소년의 중증 원형탈모증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받은데 환영하면서도, 환자가 치료를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급여기준과 장기 치료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애브비는 28일 안다즈 서울 강남에서 린버크의 중증 원형탈모증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도영 교수는 각각 환자가 겪는 질환 부담과 린버크의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두피 절반이 빠져야 중증? 환자에게는 20%만 빠져도 심각"
허 교수는 원형탈모증을 안드로겐탈모증과 같은 범주의 '탈모'로만 받아들이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드로겐탈모증은 빠지는 형태가 아니라 가늘어지는 형태의 탈모"인 반면 "원형탈모증은 실제로 빠지는 형태의 탈모"라며 "T세포 때문에 벌어지는 자가면역질환"이라고 설명했다.
탈모반이 한두 개 생긴 환자는 병변 내 주사 등 국소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탈모가 두피 전반으로 번지거나 눈썹·속눈썹까지 빠지는 환자는 외모 변화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불편을 겪는다. 허 교수는 원형탈모증이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발생할 경우 학교생활과 사회활동, 자아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중증도를 두피의 탈모 면적만으로 판단하는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두피 모발이 절반 이상 빠지지 않았더라도 가발이나 모자 없이 외출하기 어려운 환자가 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대한모발학회의 2024년 환자 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20% 이하라도 3분의 1이 '나는 심하다'라고 생각한다"며 "50% 이하인 사람의 65%가 '나는 50% 이하라도 아주 심하다'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모발학회는 두피 탈모 면적이 50% 이상인 경우뿐 아니라 20~49%이면서 눈썹 또는 속눈썹 결손, 삶의 질 저하, 진행성 탈모, 기존 치료에 대한 불충분한 반응이 동반된 경우도 중증으로 분류할 것을 제안했다.
허 교수는 치료 시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환을 오래 앓을수록 모발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어, 전신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탈모 면적만으로 가려내며 치료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도영 교수가 28일 린버크의 중증 원형탈모증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기존 치료는 오래 기다려야 했다…린버크, 24주차 환자 절반가량 목표 도달
김 교수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증 환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치료가 제한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국소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면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등을 고려했지만, 부작용과 지속적인 질환 조절의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JAK 억제제가 등장한 뒤에도 빠른 모발 회복을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김 교수는 기존 치료 경험에 대해 "'약만 드시면 빨리 좋아질 겁니다'라는 확신을 주기에는 아직까지 약의 효과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소개한 린버크의 허가 근거는 UP-AA-1과 UP-AA-2 두 건의 3상 임상시험이다. 두피 모발 손실이 50% 이상인 12세 이상 64세 미만 환자 1399명을 대상으로 린버크 15mg·30mg과 위약을 비교했다.
1차 평가변수는 치료 24주차 두피 탈모 면적이 20% 이하로 줄어드는 SALT 점수 20 이하 달성률이었다. UP-AA-1에서 목표에 도달한 비율은 린버크 15mg군 45.2%, 30mg군 55.0%로 위약군 1.5%보다 높았다. UP-AA-2에서도 각각 44.6%, 54.3%가 목표에 도달했으며 위약군은 3.4%였다.
김 교수는 특히 치료 8주차부터 위약군 대비 유의한 개선이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전 연구에서는 8주차에 위약 대비 유의한 반응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 연구에서는 8주차부터 통계적으로 유의한 임상적 개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두피 탈모 면적이 0%인 상태, 즉 완전한 두피 모발 재성장을 뜻하는 SALT 0도 주요 2차 평가변수로 살펴봤다. UP-AA-1의 24주차 SALT 0 달성률은 린버크 15mg군 14.1%, 30mg군 20.3%였고, UP-AA-2에서는 각각 13.1%, 22.5%였다. 위약군은 두 연구에서 각각 0%, 0.7%였다.
김 교수는 "SALT 0를 포함해서 원형탈모증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높이는 약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는 두피 모발에 관한 지표로, 눈썹과 속눈썹까지 모두 회복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청소년 환자 하위분석에서도 높은 반응률이 관찰됐다. 김 교수에 따르면 24주차 30mg 투여군의 SALT 20 이하 달성률은 UP-AA-1에서 84.6%, UP-AA-2에서 76.2%였다. 다만 전체 참여자 1399명 중 청소년은 118명으로, 성인보다 효과가 우수하다고 단정하기에는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
기존 약보다 낫다고 단정할 수 없어…장기 안전성과 치료 접근성 확인해야
김 교수는 린버크의 임상 수치가 기대를 모으더라도 기존 JAK 억제제와 직접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서로 다른 약제의 임상시험 결과를 두고 "직접적으로 나열해서 비교하는 것은 조금 과학적이지는 않다"며 환자 구성과 평가 방식 등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전성에 대해서도 24주 연구만으로 장기 사용의 위험을 모두 판단할 수는 없다. 임상시험에서는 상기도감염과 여드름, 혈중 크레아틴포스포키나제 상승, 비인두염 등이 보고됐으며, 기존 허가 적응증에서 알려진 것과 다른 새로운 안전성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린버크가 실제 치료 현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로 뒀다"고 말했다. 원형탈모증 환자의 장기 치료 결과와 실제 진료 경험이 더 쌓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허 교수는 허가 이후 환자가 치료를 시작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원형탈모증 치료제는 급여가 시작됐지만, 이전부터 비급여로 치료받던 환자의 급여 전환이나 일정 기간 내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환자, 장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관한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치료 1년 이후에야 효과를 보이는 환자도 있다며, 정해진 시점에 반응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치료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치료제 급여 인정 기간이 끝난 뒤 약을 계속 써야 하는 환자의 부담도 지적했다.
허 교수는 "기존 약제를 썼을 때 효과가 적은 분들도 있다"며 "새 치료제가 나오는 만큼 복합 치료를 어떻게 할지 또는 스위칭하는 치료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학계와 정부, 산업계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