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9.21 11:32최종 업데이트 26.09.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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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정부와 대등한 협상 주체로”…‘1병원 1의사노조’ 추진

전국의사노조 준비위 출범…설립 상담부터 첫 단체교섭까지 법률·노무 지원

병원별·직역별 노조 연결해 전국 조직화…개원의 집단교섭 가능성도 검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과도한 근로시간과 불합리한 당직체계, 일방적인 임금·인력 조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병원과 홀로 협상해야 했던 의사들을 지원하는 조직이 출범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어도 설립 절차를 모르거나 병원의 불이익을 우려해 나서지 못했던 봉직의·전공의·교수에게 법률·노무 지원을 제공하고, 병원별로 흩어진 의사노조를 연결해 정부와 의료기관을 상대로 실질적인 교섭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와 전국의사노조 준비위원회는 21일 입장문을 통해 준비위 출범을 공식 선언하고 ‘의사노조 설립지원센터’ 운영과 ‘1병원 1의사노조’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준비위원장은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이 맡았다. 공동준비위원장에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의사노조 김재현 위원장,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노조 노재성 위원장,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유청준 조직전략본부장이 참여했다.

준비위는 정부의 의료정책과 의료기관의 경영 결정이 의사의 근로조건뿐 아니라 진료환경과 환자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만, 정작 의사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등한 협상력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봉직의·전공의·교수 등 피고용 의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지만, 병원별·직역별 조직화가 충분하지 않아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의사들은 정부 정책에는 직능단체를 통해 대응하고 병원의 근로조건에는 개인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준비위는 이러한 방식으로는 정부나 의료기관을 상대로 임금과 근로시간, 당직체계, 적정인력 등을 대등하게 협상하기 어렵다고 봤다.

의사들의 노조 참여 의향과 실제 조직률 사이에도 큰 차이가 나타났다.

병의협이 의사 5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사노조 조직화와 역할에 대한 대회원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9%가 의사노조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국의사노조가 창설되면 가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94.5%였지만, 현재 의사노조에 가입한 비율은 6.4%에 그쳤다.

직역별 노조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봉직의 88.0%, 전공의 78.8%, 교수 70.2%, 개원의 68.8%였다.

준비위는 낮은 조직률의 원인으로 설립 절차와 법률·노무 문제에 대한 부담,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노조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설립과 운영을 돕는 지원조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준비위는 핵심 사업으로 의사노조 설립지원센터를 운영한다. 노조 설립을 원하는 의사는 익명 또는 실명으로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변호사와 노무사, 기존 의사노조 관계자들이 초기 상담과 발기인 모집, 조직형태 결정, 규약 작성, 설립총회와 신고, 사용자 통보, 최초 단체교섭까지 노조 설립 전 과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노조 설립 이후에는 단체협약과 부당노동행위 대응, 교섭창구 단일화, 노동위원회 구제절차 등에 필요한 법률·노무 지원을 제공한다. 근로시간과 당직비, 보수·휴가, 적정인력, 필수유지업무 등도 공동 대응 의제로 제시했다.

공공병원과 대학병원 등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1병원 1의사노조’ 운동도 추진한다. 지역별 설명회를 열고 의사노조의 설립·교섭 사례를 공유하며, 노조 설립을 희망하는 병원에는 맞춤형 조직화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의사노조를 당장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기보다 병원별·직역별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전국적인 연대체를 만드는 방안도 제시했다. 각 노조가 교섭 경험과 법률·노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의제를 개발한 뒤, 중장기적으로 전국의사노조협의회나 산별·연합 형태로 발전한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의사노조가 정부의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협상 주체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준비위는 프랑스에서 개원의 노조가 건강보험기금과 전국 단위 협약에 참여해 진료비와 의료접근성, 의료정책 방향을 협의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개원의의 조직화 가능성도 검토한다. 다만 개원의는 피고용 의사와 법적 지위가 다른 만큼, 노동조합 또는 이에 준하는 집단적 교섭권을 가질 수 있는지 법률·제도적 검토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준비위는 의사노조가 임금과 처우 개선만을 위한 조직은 아니라고 밝혔다. 과도한 근로시간과 불합리한 당직체계, 의료인력 부족, 일방적인 진료과 폐쇄와 인력감축은 의사의 근로조건인 동시에 환자안전과 진료 지속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준비위는 “노조를 만들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거나 혼자 나서기 두렵고 병원의 불이익이 걱정돼 시작하지 못했던 의사들을 위한 조직”이라며 “전국 곳곳에 의사노조를 만들고 새로 설립된 노조가 성장하도록 지원하며, 흩어진 노조를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궁극적으로 의사들이 정부와 의료기관을 상대로 대등하게 교섭하고 자신의 근로조건과 진료환경, 의료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전국의사노조 체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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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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