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야·복지부 공감대 속 국방부도 논의 필요성 느껴…국방위 위원들 설득 노력할 것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사라지고 있다. 2013년 2411명이던 전체 공보의 수는 2024년 1213명으로 10년 만에 반토막 났다. 전국 곳곳에서 의료취약지를 지켜왔던 공보의가 줄어들면서 지자체에선 곡소리가 나온다. 이대로는 공보의 제도의 존속 자체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공보의 수가 이처럼 크게 줄어든 핵심 이유로 꼽히는 건 3년에 달하는 긴 복무기간이다. 일반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동안, 공보의∙군의관의 복무기간은 1970년대에 멈춰있다. 자연스레 의대생들 중 공보의 대신 현역 입대를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정부의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이 같은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지난 5월 공보의∙군의관의 복무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병역법∙군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난 한 의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여∙야∙복지부 사이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국방부와 국회 국방위원회 설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 의원은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 의료인력에 대한 재정적∙비재정적 인센티브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대에 대해서는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접근하면 국민∙의료계의 불신을 키우고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아래는 한지아 의원과 일문일답.
의료체계 지속가능성·국민건강 위한 법안…8년째 동결 진료장려금도 개선 필요
ㅡ공보의∙군의관의 의무복무기간을 2년으로 줄이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유는 뭔가.
공보의, 군의관은 지역의료와 군 의료를 책임져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지켜주는 감사하고 귀한 분들이다. 국내 의무복무 제도는 1970년대 의료 인프라가 열악했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의사 인력 구조와 보건의료 환경이 많이 달라졌고, 현역 병사들의 의무복무기간도 18개월로 단축됐다.
반면 공보의, 군의관의 복무기간은 1970년대와 변함없이 37~38개월에 달해 육군 기준 18개월인 현역병 복무기간에 2배가 넘는다. 3년이라는 장기간의 복무는 젊은 의사들의 경력 단절을 초래하고, 전문의 진출이 늦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보의, 군의관 대신 현역으로 입대하는 의대생들이 계속 증가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정갈등 여파로 현역을 택하는 의대생들이 더 늘면서 지방, 군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공보의, 군의관의 헌신과 역할을 인정하고, 이들의 처우를 빠르게 개선하는 것이 곧 우리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고 국민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판단해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
의정 갈등 이후에 분위기가 (예전보다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민주당에서는 김윤 의원이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고, 복지부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가장 보수적이던 국방부의 경우도 예전에는 단축 논의의 필요성조차 못 느꼈었다면 요즘은 군의관 수급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논의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앞으로 원내에서도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적극 설득하겠다.
ㅡ복무 기간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지역의료 공백이 악화할 우려도 있지 않나.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은 오히려 지역에서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최근 전남도의회 의원도 공보의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방의료에서는 여전히 공보의 의존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전체 공보의 수는 10여 년 사이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실제 이미 전국 보건지소의 약 45.6%에는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아 상당한 의료 공백이 존재한다. 농어촌과 도서벽지 등 보건의료 취약지는 더욱 열악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에 공보의, 군의관 지원자 수, 배치율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공보의가 1년 더 근무한다고 해서 지역의료가 근본적으로 살아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젊은 의사들이 의무복무로만 묶여 있는 한 지역에 정착하려는 유인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복무기간을 합리화하고, 대신 지역의료기관 지원 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공백을 보완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
ㅡ열악한 급여 체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공보의의 월 실수령액은 병장 월급과 비슷한 수준이고, 지자체가 별도 지급하는 진료장려금은 7년째 동결된 상태다.
진료장려금은 공보의에게 지급되는 통합적 형태의 수당으로 본봉이 매우 적은 군 복무자의 특성상 월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걸로 안다. 그런데 이 수당이 2018년부터 동결돼 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물가상승률이 14.8%에 달하고, 공무원 임금상승률도 11.7% 상승했음을 감안하면 7년 동안 진료장려금이 동결된 건 형평성에 어긋난 처사라 생각한다.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 지자체들은 정부에 의료공백을 이유로 공보의 수급 대책을 요구하면서 정작 진료장려금을 약 10% 인상해 월 10만원을 더 주는 것조차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의료 공백을 진심으로 우려한다면 지역의료에 헌신하는 이들의 처우 개선을 외면해선 안 된다.
구체적 방안으로 지자체마다 재정 상태가 상이한 점을 감안해서, 중앙 정부가 매칭 방식으로 일부 국고 보조를 하고 지자체가 힘을 보태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전시켜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지아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방침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역 의료인력 인센티브 강화해야…공공의대, 사회적 합의 없는 추진은 새 갈등 '불씨'
ㅡ공보의만으로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이 외에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모든 의료가 지역완결형일 순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초고령화로 인한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를 맞이해 병원급 의료기관이 없는 의료 취약지에서의 의료 완결성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응급, 소아, 산부인과 등 필수 분야 의료서비스 제공이 어렵고, 의료기관이 투석, 재활, 입원 서비스 등 서비스 제공 범위를 확대하면 할수록 의료기관의 적자가 늘어나 지역의료의 양적, 질적 하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결국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수가 등 보상, 법적 안정성을 강화하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지역 의료인력에 대한 재정적∙비재정적 인센티브를 강화해 장기 근무를 유도하지 않는 이상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건 원격의료, 이동진료 등 ICT 기반의 혁신적 접근으로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있고,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의 한계점들을 보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국가의 전폭적 재정 지원과 더불어 다층적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우수한 의료 인프라 가운데 특화, 거점 병원을 육성하고 지원하면서, 필수의료에 초점을 맞춰 지역의료 강화를 추진하는 게 급선무다.
ㅡ정부는 지역의료 문제를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등을 통해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의대가 정말 필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정치인들이 자기 지역구에 의대를 유치하겠다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접근 방식이야 말로 의료계와 국민들의 불신을 키우는 길이다. 수련병원 문제도 중요하다. 단순히 의대를 만들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수련을 받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병원들이 갖춰져야 한다는 거다. 그런 준비 없이 무턱대고 공공의대를 만들겠다는 건 결국 정치적 목적이 더 크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아직 지난 의정 갈등에 따른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 공공의대 얘기를 꺼내는 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고, 지금 상황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지역에 새로운 짐을 얹는 격이 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시스템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 천천히 논의하는 게 맞다.
ㅡ올해 입대해 공보의∙군의관 등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직 전공의들의 수련 연속성 보장 문제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
의료인력 수급을 국가가 통제하고 관리하는 목적과 취지를 볼 때 전공의들의 수련 단절은 단순히 개인의 경력 손실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의료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는 문제다. 또 의료계 전체의 전문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군 복무 중인 사직 전공의가 제대 후 원래 수련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게 사후정원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안을 살펴보고 특히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서 수련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또 지금은 병역을 두고 수련 연속성을 논의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서 임신, 출산, 육아, 질병 등의 사유로 수련을 중단할 때 휴직 제도를 도입해 사후 수련을 재개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도의 미비가 젊은 의사들이 중증∙핵심의료 과목을 전공하는 것을 가로막는 허들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 한 명을 전문의로 양성하기 위해 수억원의 사회적 비용과 인프라가 투입되는 만큼, 이탈 사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이탈 사유 해소에 따른 수련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타 직역과의 형평성을 비교 검토해 논의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
ㅡ고령화, 자살 문제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걸로 안다. 관련해선 어떤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보나.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출산율, 최고 자살률과 함께 급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다. 다가올 인구절벽과 초고령사회의 변화된 사회 현상에 미리 대비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국가 아젠다 차원의 노쇠 예방과 지역사회 돌봄 강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요양시설 확충이 아니라, 노령인구가 살던 곳에서 생애 말기를 존엄하고 건강하게 보내고 또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운동∙영양∙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유형에 맞는 맞춤형 돌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자살 문제와 관련해선 정신건강∙자살 예방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청년, 중장년, 노인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자살예방 프로그램과 정신건강 전문 인력 확충을 통해 국민 전체의 정신건강을 증진시켜야 한다. 결국 의료와 복지, 지역사회가 통합적으로 계획되고 운영돼 적극적으로 국민의 삶을 지원해야만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맞는 미래의 대한민국을 안정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