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중증 정신질환자가 위기 상황에서 제때 치료받고 지역사회로 회복하기까지의 과정이 사실상 ‘운’에 맡겨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과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가족, 경찰∙소방, 사례 관리자, 입원 병상, 의료진, 퇴원 후 지역사회 지원까지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겨우 치료와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15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백 교수는 먼저 코로나19 대응과 중증 정신질환 대응을 비교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본인이 원치 않아도 입원이 가능한 경우는 중증 정신질환의 비자의입원과 1급 감염병 상황에서의 행정명령 정도”라며 “코로나19 때는 자가격리, 생활치료센터, 병상 배정 등 국가 시스템을 통해 몇 만명이 넘는 생명을 살렸는데 중증 정신질환에서는 같은 방식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병했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을 때 가족은 정보도 잘 모르고, 경찰과 소방은 응급입원 규정에 따라 자∙타해 위험이 큰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그런데 ‘크다’는 판단이 문제다. 대개는 누군가 다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을 듣기도 한다. 결국은 악화해서 자∙타해 상황이 발생할 때까지 설득되지 않으면 가족들이 보호의무자 입원을 시키라는 권고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행정입원이나 응급입원 관련 법 어디에도 가족 의사를 물어보라는 규정은 없다”며 “그런데 실제로는 보호의무자 입원이 있으니 가족에게 먼저 묻고, 보호의무자 2명을 못 찾으면 다시 막히는 일이 벌어진다”고 했다.
백 교수는 “(중증 정신질환자가) 위기에 빠졌는데 우리나라에서 회복할 수 있으려면 2명 이상의 직계가족이 달려와야 하고 민원이나 처벌따위엔 흔들리지 않는 경찰, 소방 공무원을 만나야 한다”며 “입원을 시키려면 12시간 정도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사례 관리자가 있어야 하고, 응급입원을 하려면 다치긴 다쳐야 되는데 죽지는 않을 정도로 다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의료진도 잘 만나야 하는데 의료진 역시 자기 뼈를 갈아야 한다. 센터에서 20~30명 이상을 맡는 사례 관리자가 쫓아다니며 일을 찾고, (환자가 지역사회 복귀 후) 힘든 상황이 왔을 때 기다려주고 버텨주는 사장님까지 만나야 한다”며 “이 모든 조건을 단 한 가지도 빠지지 않고 갖춰야 잘할 수 있다. 로또를 맞아야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백 교수는 이 같은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공공 이송이 처음에 관철돼야 한다. 의무 진찰과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최소한 법대로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계도 잡혀야 한다. 현재는 행정입원 숫자만 있고 분모와 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응급, 행정입원이 실제로 얼마나 필요했고 그중 얼마나 평가와 입원으로 이어졌는지 파악할 통계부터 구축해야 한다. 이 통계 없이는 진전이 불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