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1.10 08:01최종 업데이트 25.11.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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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육 '파행'은 현재 진행형"…의대생이 전한 현장 상황

이중 진도∙더블링∙본4 일정 불투명 등…학생 의견 반영할 '상설 협의체' 필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1년 반가량 이어진 의정 갈등 여파로 의학교육의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대의원회 김서영 의장은 9일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학생들은 여전히 혼란 속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복귀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할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복귀 시점 따른 교육과정 분리 운영…교육 자원 낭비∙공동체 의식 형성 차질
 
김 의장은 먼저 학생마다 복귀 시점이 다르다 보니 교육 과정이 이중으로 진행되는 데 따르는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에는 진도 차이로 인한 분리가 불가피했지만, 언제 학생들을 다시 합칠지에 대해서는 학교마다 입장이 다르다”며 “8월 복귀 학생들의 진도를 최대한 빨리 맞춰서 선 복귀 한 학생들과 2학기에 합류하도록 하는 곳이 있는 반면 합류 시점이 내년까지 미뤄진 곳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커리큘럼이 분리 운영되면 수업 운영에 필요한 인적 자원과 공간이 이중으로 사용되며 낭비가 발생한다”며 “학생들이 서로 분리된 채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하면 공동체 의식을 다시 형성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또 “수업이 과밀하게 운영되는 것도 학생 혼란을 가중시킨다”며 “원래 본과 3, 4학년은 실습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데, 지금은 예년 대비 더 많은 인원이 동일 공간을 사용하는 일이 생긴다”고 했다.

본4 '국시∙수련 일정' 불명확
 
본과 4학년의 의사국시, 수련 시작 일정 등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 의장은 “본과 4학년은 대부분 수업과 실습이 상반기에 완료되고 하반기에는 국시 준비를 위한 비어 있는 학기로 운영된다. 하지만 현재는 모든 본과 4학년이 졸업 요건을 모두 충족한 뒤에도 비어 있는 2학기를 추가로 다니면서 등록금과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자연히 졸업 시기, 의사가 배출되는 시기도 그만큼 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학년내 복귀 시점에 따른 분리 문제는 본과 4학년에게도 해당된다”며 “본과 4학년은 남은 학기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졸업 시점까지 분리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데, 수련에 들어간 뒤에도 통합이 되지 않는다면 최소 3~4년간은 비효율적 교육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김서영 의대협 대의원회 의장. 사진=대한의사협회 온라인 학술대회 중계 영상 갈무리.

더블링으로 교육 환경 양극화 심화 우려

24∙25학번의 더블링도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 김 의장은 “24∙25학번의 경우 150~300명의 학달생이 한 학년에 존재하게 된다. 수용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곳들도 있고 교원 확보가 안 된 곳들도 많다”며 “지난 1년 동안 교원 유출도 계속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당장 지금도 한 강의실에 넘치는 학생을 겨우 수용하거나 온라인 수업으로 버티고 있는 학교들이 있다”며 “이전에도 학교별로 학생들이 경험하는 교육 질과 환경의 차이가 상당했는데, 더블링이 고착화되면 교육 환경의 양극화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 의장은 “학교별로 평년의 2배 내지 2.5배에 달하는 학생을 어떻게 교육의 질을 유지하며 수용할지에 대한 빠른 고민이 필요하다”며 “더블링 해결을 위해선 공간적 분리뿐 아니라 시간적 분리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24∙25학번 학생들의 동시 교육이 졸업 때까지 지속되면 특정 시점엔 과도한 수의 의사가 배출되게 된다”며 “6년의 교육과정 중 이들의 교육 과정을 언제 분리할 건지, 어느 정도의 격차를 두고 학생들을 배출하고 의료 현장에서 수용할지에 대해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의대교육 정책, 의대생 '의견' 반영할 상설 협의체 필요
 

김 의장은 이 같은 문제가 생긴 근본 원인으로 의학교육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거버넌스 부재, 정책에 관심을 갖기 어려운 과도하게 경쟁적인 교육 환경 등을 꼽았다.
 
그는 “현재 의대 교육 정책 결정에서 학생들의 권리와 입장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지난 18개월간 학생들이 가장 강하게 반발한 지점도 이 부분”이라며 “의대 교육 정책과 관련해 학생, 교수 등 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상설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구조적 문제뿐 아니라 의대생들이 문제 의식을 갖고 참여하기 쉽지 않은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며 “의대생들은 타과 대학생들의 몇 배에 달하는 과중한 학습량을 감당해야 하고, 엄격한 성적 평가 체계가 좁은 분포의 집단에서 실시되는 경쟁적 환경에 놓여 있다. 학업 부담과 시간적 문제 등으로 정책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의대생들이 미래 의료계의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교육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경험과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동기와 유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증원 문제에 대한 관심도 계속돼야 한다”며 “여러 정책이 이름만 바뀌어 추진되고 있고, 의대정원도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외면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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