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비대면진료가 15년 만에 제도화됐다. 의료계가 우려하던 초진이 사실상 허용된 반면, 환자들의 요구가 컸던 약 배송은 여전히 닫힌 채다.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제도화 논의가 시작된 후 15년 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는 5년여 만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입법 과정에서 ▲대면진료 원칙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재진환자 중심 ▲전담기관 금지 등 4대 원칙을 강조해왔지만, 초진은 사실상 허용됐다.
당초 의협은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발의했던 비대면진료 법안이 초진 허용 대상을 18세 미만 소아∙65세 이상 고령층, 응급의료 취약지 거주자, 휴일∙야간 진료가 불가피한 환자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었다.
당시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비대면진료 초진은 해외에서도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며 “18세 미만 소아의 초진을 허용하는 건 환자의 문제를 방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김진숙 전문연구원도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800만 명과 65세 이상 환자 1000만 명이 진료 대상에 포함됐고, 휴일·야간 진료가 불가피한 환자도 초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전국민을 초진 대상자로 확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2일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환자가 거주하는 소재지의 의료기관이라면 초진도 가능하도록 했다. 연령이나 시간대와 상관없이 소재지에 있는 병원에 요청하면 누구나 언제든 비대면진료로 초진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초진의 경우 처방 약제나 일수에 제한을 두는 조항이 달렸지만 사실상 초진 전면 허용에 준하는 수준이다. 이 외에 희귀질환이나 1형 당뇨병 환자는 지역 제한 없이 초진을 열어줬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환자가 초진으로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의협이 내세운 4대 원칙이 지켜졌다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반면 약 배송은 이번에도 ‘난공불락’이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환자들은 비대면진료 법제화 과정서 정부∙국회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정책으로 전과목 비대면진료 허용(39%)과 함께 의약품 배송 허용(37.7%)을 꼽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서 약 배송은 장기요양 수급자, 섬∙벽지 거주자, 등록 장애인, 1∙2급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 등에 한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지역에서만 허용하도록 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야간이나 휴일에 비대면진료를 받고도 주변에 문을 연 약국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많다”며 “치료는 의사의 진료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필요한 약을 받아 복용하는 것까지 포함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법안은 아쉽다”고 했다.
한편, 법안은 비대면진료 시행 기관은 기본적으로 의원급으로 하되 희귀질환자∙제1형 당뇨병 환자∙교정시설 수용자∙수술 후 경과 관찰이 필요한 환자 등은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비율을 제한해 비대면진료 전담기관을 금지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들과 관련해선 일정 규모 이상의 가입자가 있는 플랫폼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증을 받도록 했다. 의료서비스 및 의약품 오남용 조장 행위 금지, 환자에게 의료기관 추천·유도 금지 등의 의무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