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4.19 13:12최종 업데이트 23.04.1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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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대란' 등 20%대 낮은 원료의약품 문제는 '가격인하' 압박 탓

수입 의존도 높고 공급 중단 이력 품목부터 자급화 추진 "원료약도 혁신형 제약 인증·생산설비 지원과 R&D 투자"

사진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식품의약품정책연구센터장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아세트아미노펜을 비롯해 다수의 필수의약품 대란이 발생한 가운데, 이 같은 문제를 또다시 겪지 않기 위해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장 해외 수입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국산 필수의약품 중 생산·수입 등 공급중단 이력 원료약 등 우선순위를 두고 자급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식품의약품정책연구센터장·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안명수 본부장 등은 19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이  필수의약품 및 원료 생산기반 강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국회에서 공동 개최한 '제6차 K-생명바이오포럼'에서 국내 필수의약품·원료의약품 관리 및 공급현황, 해외 지원 정책과 국내 시사점 등을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 대부분 국가에서 항생제, 항암제를 포함한 다양한 의약품에서 공급 부족(drug shortage)이 발생했고, 응급실에서 사용하는 약품 등 주사제와 오래된 제네릭의 공급 중단 위험이 높아졌다. 

제약 생산기반을 갖춘 국가도 상당수의 의약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제네릭 생산에서 인도, 중국 등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제네릭 기업의 M&A도 증가하면서 제품당 생산 기업 수가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필수약 공급 문제가 본격화됐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초기 의약품 구입량이 전년대비 15% 폭등했으며, 기존 특허만료 의약품(제네릭) 사용이 급증했다. 더욱이 완제, 원료의약품의 수출제한과 비축 증가 등으로 자국 제조와 공급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박실비아 센터장은 "코로나를 통해 공중보건 위기 시 의약품의 시의적절한 공급이 매우 중요하며, 의약품 공급을 외국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 보건을 취약하게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면서 "국가 의약품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완제의약품과 원료의약품 생산의 국내 비중을 높이는 등 전반적인 검토와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제네릭 원료의약품(API) 제조시설의 14%만 미국에 존재하는 불안정성이 높은 상황 속에서 코로나19 이후 의약품의 공급 문제가 부각됐고, 공중보건 위기 심화에 따라 즉각 필수약 대응에 나섰다. 실제 2020년 생명 보호와 유지, 심각한 질환 예방 또는 치료하는 약이나 해당 약의 원료약 등을 '주요의약품'으로 하고 이들의 제조시설의 위험관리 계획을 수립, 유지, 이행을 의무화했으며, 2021년 해외 의존도가 높은 4개 핵심영역의 공급체인 조사·전략 보고서를 100일내 작성토록 하고 1년내 부문별 공급체인 평가보고서를 제출토록 했다.

이외에도 국내 생산 확대와 첨단제조공정 연구개발 지원, 품질 향상을 위한 품질관리성숙체계(Quality Management Maturity) 구축, 데이터를 활용한 공급체인의 회복력 향상 등을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해 2월 보건부는 ▲미국 시장을 위한 고품질 제품을 제조하는 능력 ▲공급체인의 다양성 ▲각 제품과 전구물질의 제조시설을 여러 개 확보 등 견고한 의약품 공급체인의 3대 요소를 발표하고, 관련 정책·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의약품 공급안정 전략을 세우고 필수약 공급강화를 위해 의약품법을 전면 개정했다. 법안에는 유럽 의약품관리청(EMA)의 수술, 응급진료, 집중치료 위한 약품군 등 필수의약품 목록 관리와 작성을 의무화했고, 공중보건 위기·주요 이벤트 대비 필수약 목록 등을 토대로 공급 상황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공급 문제 발생시 보고에 활용하고 있다.

호주도 지난해 10월 제품의 최소한의 재고 유지 의무가 있는 기업에 비용 지원을 발표했고, 올해 의약품 공급 안정을 위한 호주 식약처(TGA) 권한을 강화했으며 의약품 공급 중단 보고 데이터베이스의 정보 정확도 제고도 추진 중이다.
 
표 = 국내 원료약 자급률 현황(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안명수 본부장 발표자료 발췌).


박 센터장은 "국내는 필수약 공급 안정이라는 개념이 오래 전부터 자리잡고 있어 1999년부터 퇴장방지의약품제도를 운영 중이며, 2009년 의약품 생산·수입·공급 중단 보고제도, 2017년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체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의약품 자급도는 완제의 경우 60%, 원료는 24% 정도에 그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에 대응한 해외제도 변화에 따라 우리도 필수약 공급망을 더욱 강화하고, 국내 제조를 통한 가격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필수약·원료약의 견고한 공급 체계 목표 설정과 역량 강화, 정보 투명성 향상, 필요한 재정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급률 높일 방안? 원료약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도입하고 생산기반과 R&D 지원 필요

안명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본부장도 지난 2021년 요소수 사태와 2022년 감기약 대란의 유사성을 지적하면서, 낮은 필수약·원료약 자급률을 제고할 방안을 제시했다.

국가필수의약품 중 2017년~2021년 9월 최근 5년간 공급중단 이력이 있는 품목 중 중단 사유가 원료의약품에 기인한 필수의약품은 ▲이소프로테레놀, ▲페닐에프린, ▲트로픽아미드, ▲페니실린, ▲에리스로마이신, ▲콘리스틴, ▲에르고메트린, ▲글루카곤, ▲독시사이클린, ▲3-요오드벤질구아딘, ▲아스피린, ▲시클로프스파미드, ▲리포좀, ▲시타라빈, ▲황산바륨, ▲엑세라타이드, ▲비노렐빈, ▲시조피란, ▲니솔디핀, ▲아트라쿠룸, ▲피리도스티그민, ▲설파지아진은, ▲풀루다라빈, ▲5-HTP 등이 있다.

안 본부장은 "공급 문제는 높은 해외 의존도에 기인한다. 현재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은 약 20% 내외로 매우 낮고, 특히 2017년 이후 빠르게 하락하여 2019년도에는 16.2%로 2008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 기록했다"면서 "현재는 24.4%지만 중간 생산·제조분이 포함돼 있어 이를 제외하면 매우 낮을 것"이라고 했다.

낮은 자급률이 점차 심화되는 것은 '약가인하'라고 강조했다. 2012년 약제비 적정화를 위한 보험약가 일괄인하 상황을 맞이하면서, 손실을 메우고자 해외 원료 사용이 급증한 것.

이와 함께 위탁(공동) 생동 시험 제도도입 후 관련 법·제도의 완화와 제한 등 규제 변화가 반복됨에 따라 제네릭 경쟁을 초래했고, 제약업계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저가 해외의약품 의존하게 됐다.

안 본부장은 "미국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품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부분을 등한시하면서 원료약 대외의존도가 급증했다"면서 "제네릭 원료약 제조설비 87%가 해외에 있으며 원료약 70%를 수입하는 상황인만큼,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구체적인 공급망 점검 조치를 발표하고 관련 부처에서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는 약가인하 정책 지속으로 원료약 가격인하에 대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으며, 막대한 환경·시설 투자를 위한 제조 경비 증가와 협소한 내수 시장, 해외시장 개척의 어려움, 정부 투자와 생산인력 부족, 해외인증제도 획득의 어려움, R&D투자 여력 부진, 정책적 무관심 등으로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며 "2021년 해외(중국) 의존도가 97% 이상인 요소수 공급중단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아세트아미노펜도 품귀현상을 빚었다. 아세트아미노펜의 원료 수입 의존도는 100%며, 수입이 중단되면시 국내 생산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되는 동시에 가격경쟁력 탓으로 지속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에 근본적 정책·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필수·원료약 자급률을 향상할 방안에 대해서는 "필수의약품 목록 관리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R&D와 국내생산기반 구축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면서 "원료약에 대해서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필요하며, 자사원료 사용시 보험우대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고 혁신기업 원료 사용시에도 보험우대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자급률 향상을 우선 시행할 대상 품목에 대해서는 제약협회는 해외 수입의존도가 높은 의약품 중 국산화가 시급한 품목 72개 품목, 희귀필수약센터 국가 필수의약품 중 생산·수입 등 공급중단 이력 품목의 원료의약품 22개 품목, 진흥원은 원료약 자급화 우선품목 연구를 통해 선정한 108개 품목을 제안했다.

한편 현재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는 식약처 출연과제에 따라 국산화 필요 원료약 후보를 선정 중인데 1단계를 통해 ▲아미오다론 주사제(완제) ▲아미오다론 정제(완제) ▲아미오다론(원료) ▲케토코나졸(원료) ▲벤세라지드(원료) 등을 선정했고, 2024~2026년 30억원을 투입해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의약품 원료 또는 완제품 생산 기술 확립할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코로나로 감기약 부족사태 등 보건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의 문제가 커졌다"면서 "안보차원에서 전반적으로 필수약과 원료약의 국내 생산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공동주최 측인 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도 "의약품 자급률은 경쟁력일 뿐 아니라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미국 바이든행정부도 지난해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통해 올해 3월부터 원료약 자급률 향상 등 공급망 강화 후속조치를 발표했다"면서 "우리도 불안정한 국제정세와 공급망 등을 고려해 국민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근본적인 대책으로 자급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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