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네트워크병원에서 이탈한 의사의 사진과 프로필을 기존 홈페이지에 계속 게시한 것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A원장이 B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초상권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원장이 A원장에게 위자료 3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판결 확정일로부터 7일 이내에 기존 홈페이지에 게재된 A원장의 초상 부분을 삭제하고, 향후 해당 사진이나 이를 가공한 사진을 다시 게재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위반할 경우 하루 5만원씩 지급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은 안과 네트워크 내부 갈등 과정에서 불거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인 A원장은 2022년 2월부터 서울 노원구 소재 ㄱ안과 원장으로 근무하다가, 이후 의원 상호가 ㄴ안과로 변경된 뒤 같은 의원 대표원장으로 근무해왔다.
피고인 B원장은 A원장이 근무하던 ㄱ안과 네트워크의 원장이었으며, 현재는 시흥시 소재 ㄷ안과 대표원장이다.
문제가 된 ㄱ안과 네트워크는 2016년 안과 전문의 B원장과 C원장이 기존 상호를 공유하는 네트워크 형태로 시작됐다. 이후 상호가 ㄱ안과로 변경됐고, 여러 지점이 참여하면서 네트워크가 확장됐다. B원장은 2016년 12월 ㄱ안과 네트워크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해당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광고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후 B원장과 C원장 사이에 홈페이지 운영과 상호 사용 등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했다. C원장은 2023년 1월 새 홈페이지를 만들어 B원장을 제외한 의료진과 지점들을 소개했고, A원장을 비롯한 일부 의사들은 같은 해 2월 27일 B원장에게 기존 홈페이지에 게재된 자신들의 사진과 프로필, 논문 내용 등을 삭제해 달라는 통지서를 보냈다.
이후 C원장이 운영하던 지점은 ㄴ안과로 상호를 변경했고, A원장을 비롯한 일부 지점도 ㄴ안과 또는 다른 상호로 변경한 뒤 새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광고를 진행했다.
A원장은 B원장과 C원장 사이의 동업관계가 종료된 이후 자신이 소속된 의원이 ㄴ안과로 변경돼 더 이상 기존 ㄱ안과 네트워크에서 근무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B원장이 기존 ㄱ안과 홈페이지에 자신의 사진과 프로필을 계속 게시하고 네트워크 의원 홍보에 사용했다며,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과 사진 삭제, 장래 게재 금지를 청구했다.
반면 B원장은 해당 홈페이지가 네트워크 의원의 홍보와 경영지원을 담당한 별도 회사가 운영·관리한 것이며, 게시물 등록·삭제 권한도 해당 회사에 있다고 맞섰다. 또 홈페이지에 게재된 A원장의 사진과 프로필은 동업약정에 따라 형성된 조합 재산으로, 아직 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임의로 삭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B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도메인 최초 등록자가 B원장인 점, B원장이 2022년경 홈페이지 구조와 내용을 직접 변경한 점, 과거 가처분 사건에서도 B원장이 홈페이지 도메인에 관한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로 판단된 점 등을 근거로 해당 홈페이지의 운영·관리 주체는 별도 회사가 아닌 B원장이라고 봤다.
초상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도 법원은 A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등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대해 함부로 촬영·공표되거나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전제했다. 이러한 초상권은 헌법 제10조에 따라 보장되는 권리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A원장의 사진이 조합 재산이라는 B원장의 주장을 배척했다. 법원은 A원장이 B원장과 C원장의 동업약정에 새로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초상권은 인격권으로서 양도나 상속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일신전속적 권리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진에 관한 초상권은 A원장 본인에게 귀속될 뿐, 네트워크 조합에 양도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A원장이 2023년 2월 27일 사진과 프로필 삭제를 요청한 시점에 기존 초상 사용 동의가 철회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원장이 네트워크 의원 홍보 등을 위해 사진 사용에 동의한 사실이 있더라도, 그 동의는 삭제 요청에 의해 철회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 이후에도 홈페이지에 사진을 계속 게재한 행위는 A원장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A원장이 주장한 재산상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A원장은 사진 게시로 영업기회 침해와 업무방해에 따른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매출 또는 소득 감소 등 구체적인 재산상 손해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법원은 초상권 침해에 따른 정신적 손해를 인정해 위자료 300만원을 배상액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초상권은 인격권의 일종으로, 일단 침해된 뒤에는 금전배상 등 사후적 구제수단만으로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B원장에게 A원장 사진 삭제와 향후 게재 금지를 함께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네트워크 병·의원 홈페이지에 의료진 사진과 프로필을 홍보 목적으로 게시했더라도, 소속 변경이나 네트워크 이탈 이후 당사자가 삭제를 요구하면 계속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다. 병원 홍보용으로 촬영된 사진이라도 초상권 자체는 조합이나 법인 재산이 아니라 당사자에게 귀속되는 인격권이라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