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7.21 07:08최종 업데이트 23.07.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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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료관리학과의 명예는 어디에 버렸는가?

[칼럼] 안양수 미래의료포럼 발기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의약분업 파동 때 평범한 개업의였던 나를 투쟁의 최선봉으로 이끌어냈던 분은 바로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용익교수였다.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고 의사들을 매도하면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 나섰고, 당시 의쟁투에서 정책홍보라는 중책까지 맡게 됐다.  

의쟁투 홍보팀장을 하던 그 1년동안 셀 수도 없는 신문광고와 정책자료를 생산해 배포했지만, 나는 단 한번도 김용익 교수 개인에 대한 공격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비록 정책의 방향성이 나와는 정반대였고 현장상황을 거의 모르는 듯했지만 학자로서 자기 소신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 자체는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견해와 가치관이 있고 그걸 정당한 방법으로 어필해 정책에 반영하는 행위는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폄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서울대 의료관리학과를 대표하는 분은 누가 봐도 김윤 교수다. 그런데 이분은 다르다. 달라도 아주 많이 다르다. 나는 이분이 주장하는 바에서 어떤 이념적 가치나 정책적 목표성을 찾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분의 글에서는 의사에 대한 적개심만 느껴질 뿐이다. 특히 개원의사에 대한 적개심이 두드러진다.

이분의 주장은 요즘 오로지 '기승전 의사부족'이다. 의대신설을 추진하는 세력의 대리인으로 나서지 않았나 착각이 들 정도다. 더구나 의사부족을 주장하기 위해서 학계에서 금기로 돼 있는 자료왜곡도 서슴지 않고 있다. 싸움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서로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유리한 근거를 끌어와 주장하는 것은 부당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료를 왜곡 생산해 자기 주장을 합리화하는 것은 단순히 직업윤리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4월 경향신문에 ‘대한민국 의사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시론이 게재됐다. 환자가 줄어 도저히 더 이상 병원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소청과가 공개적으로 폐과를 선언한 후에 쓴 이 시론에서 김윤 교수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하며 소청과의 수입이 줄지 않았다고 공개 저격했다. 

‘소아청소년과 개원의 소득은 2010년 약 1억3000만원에서 2019년 약 1억8000만원으로 늘었다’고 썼다. 그런데 문제는 통계상 추이에서 소청과의 소득은 2019년에 정점을 찍고 급격히 추락 중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분이 2019년 자료까지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건강보험 통계는 이미 2021년까지 공개 있고 이분의 위치라면 2022년의 자료까지도 입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기 주장에 가장 유리한 2019년 수치를 꼭 집어서 인용했다. 논문을 그렇게 썼다면 아마도 중대한 윤리문제가 대두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건 칼럼이고,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학부의 교수가 의도를 가지고 그랬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 같은 신문에 게재된 ‘국민 여러분, 아프면 큰일나요’라는 칼럼에서는 본격적으로 대놓고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김윤 교수는 이 글에서 ‘동네병의원이 높은 수입을 올리니까 대형병원의 의사들이 동네병의원으로 대거 빠져나갔고, 이것이 응급환자와 중환자 진료체계에 회복 불능의 치명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간 동네 병의원 의사는 6500명 넘게 늘어난 반면 대학병원과 큰 종합병원 의사 수는 거의 늘지 않았다’고 수치까지 제시하며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결론적으로 대형병원의 의사들이 동네 병의원으로 대거 빠져나갔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통계를 보면 지난 5년(2017~2021년)간 동네병의원의 의사가 6664명 늘어날 때 대형병원의 전문의도 4099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되는 것이 이분이 주장하는 5년간 1년에 3000명씩, 얼추 1만2000명의 신규면허자가 나오는데 동네 병의원에서 6500명을 흡수했다면 나머지 의사들이 어디로 갔겠는가? 본인의 주장을 강화하는 수치는 인용하고 불리한 수치는 숨기는 것을 넘어서 ‘대거 빠져나가고’, ‘거의 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건 마치 멀쩡한 사람을 당뇨환자라고 속이고 처방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이 칼럼에서 ‘응급의료법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만 응급센터 전담전문의가 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 또한 사실과 다른 거짓말이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5의2]’를 보면 다음과 같이 적시돼 있다. ‘응급실 전담전문의는 응급의학과, 내과,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신경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전문의 중에서 확보할 것’. 이분의 글에는 주로 전개의 근거가 되는 것들에 거짓말이 숨어있다. 의사로 치면 진단과정을 속이고 시작하는 것이다. 

정책을 추진하는 학자가 자신이 제안한 정책이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것을 ‘정책 세일즈’라고 한다. 자기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상대 상품의 흠집을 찾아내고 내 상품은 조금 과대 포장하는 정도는 누구나 하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를 팔면서 연비를 속인다면 그건 사기행위나 다름없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가 공개적인 글에서 자기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데이터를 가공하고 왜곡하는 것을, 그럴 수 있는 일 정도로 치부해야 하는가? 대한민국이 그 정도밖에 안되는 나라인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학부의 교수가 주장하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게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거야말로 혹세무민이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의 자부심이나 명예는 어디로 갔는가? 학과를 대표하는 교수가 대중을 상대로 거짓된 데이터를 제공하며 혹세무민하고 있는데 그저 아무 말없이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학교와 학과의 명예, 자부심, 자긍심 따위는 이미 저 멀리 내다 버렸나?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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