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3.09 07:18최종 업데이트 23.03.0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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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통과되면 입원전담 전문의도 사라진다?...비용 절감에 환자들 피해는 외면

[칼럼] 정원상 대한병원의사협의회 경기도지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저는 수도권 종합병원에서 입원전담 전문의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내과 전문의 정원상입니다. 이번 칼럼에서 입원전담 전문의의 시각에서 우리나라 보험재정과 간호법과의 관계가 서로 연관돼 있음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현재 한국의 전문의 양성과정에서는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 활성화가 가장 절실하고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입원전담 전문의가 전공의들의 과도한 진료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신규 의료인들이 전문적 의학지식과 술기를 공부하고 연마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결국 환자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는 서울아산병원이나 분당서울대병원처럼 운영하는 통합내과 형태, 입원전담의학과가 별도로 존재하는 형태, 그리고 제가 근무하는 병원처럼 전공의 업무를 담당하는 형태가 있습니다. 세번째 시스템이 전국 병원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올해 저희 병원에 근무 중인 입원전담 전문의 세 분이 임상전임의 혹은 독자 개원을 위해 퇴사하면서 공석이 발생했고, 6개월 전부터 모집공고를 냈으나 충원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입원전담 전문의들이 새 전문의 채용이 되지 않는 이유를 병원 운영진에게 알려주고 문제점 개선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병원 운영진에서는 3월 말이면 간호법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때문에 입원전담 전문의 계약연장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고,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에게 합법적으로 전공의가 하고 있는 일과 동일한 입원환자 주치의 업무를 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습니다. 병원 입장에선 기존에 입원전담 전문의와 PA간호사를 같이 고용하고 있었는데, 간호법 통과와 동시에 PA 전문간호사에게 병원에서 EMR(전자의무기록) 아이디와 인증번호를 정식으로 부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교수아이디를 빌려서 PA가 오더를 넣는 일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동시에 입원전담 전문의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간호사가 대체할 수 있어지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예산은 한정돼 있고 늘어나는 의료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추세 속에서 정부는 사실상 건강보험 재정의 총액을 고정하는 총액계약제라는 큰 틀을 완성시키기 위한 수순이 아닐까 합니다. 올해 9월부터 시행되는 의원급 혈액검체 수탁고시 역시 최종적으로는 혈액검사 수가를 낮추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며, 최근 내시경 검사 재료수가를 최대 62% 인하한다는 예고가 있었습니다. 2026년부터 시행되는 전국민 50세이상 대장내시경 시범사업에 대해 정부가 내시경적 용종제거술 수가를 대폭 낮춘다는 계획 역시 보험재정을 안정화 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연장선입니다. 물론 수탁고시 외에는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이 없으므로 모두 사실이 아니기를 바래봅니다.

또한 앞으로 모든 병의원에 적용하게 될 분석심사 역시 심사 조정을 통해 하향평준화를 유도하고 결국 진료비를 총액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내포하는 제도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분석심사는 결국 현재보다도 병의원 실사 후 삭감액이 크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상의 모든 사항들은 하나의 목적을 이루는데, 결국 보험 재정의 절약일 따름입니다.
 
최근 소아과청소년과 대란에 대한 정부의 개선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아픈 아이를 안고 밤새 치료 받을 병원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은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를 올해 네 곳 더 늘리고, 시설과 장비 예산을 늘려주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 5개소를 육성한다고 합니다. 신생아실 입원 수가도 1세 미만에 대해서 50% 확대하고 휴일 외래 진료를 하는 달빛 어린이병원에 대한 수가도 높여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약간의 수가인상과 일회성 예산으로는 근본적으로 소아과 대란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현재 달빛어린이 병원 역시 장시간 진료에 비해 보상이 턱없이 부족해 의료 인력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진료비는 30년 동안 묶여있고, 전체 15개 진료과중에서 가장 낮습니다. 게다가 이번 계획안에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을 늘리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도 빠졌습니다. 

정부 역시 병원의 원가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병원 운영진과 비슷한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모자라는 소아과 의사와 소아과 전공의를 간호법 통과 이후에는 소아전문간호사로 합법적으로 대체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담당 교수의 지도감독 하에 현재 PA또는 CPN(Clinical Practice Nurse)이라는 명칭으로 운영 중인 전공의업무를 하는 간호사를 합법화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고, 상당한 비용절감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의 질 저하와 환자들이 겪을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의료가 비용절감의 시각에서 간호사에게 환자 진료를 맡기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그것이 올바른 길인 것인지, 간호법이 진정 누구를 위한 법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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