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3.07 18:16최종 업데이트 23.03.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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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도 교육 받을 수 있어야"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학교 내 간호사 상주시킨다는 교육부

의료계·법조계 반대 의견 "기존 의료법 법률 테두리 벗어나 간호사 단독진료 허용 시도 부적절…중증 환자 관리도 위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환자도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교육부가 학교에 상주 간호사를 두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자 의료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현행 의료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책임소재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의료계 뿐만 아니라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증호흡장애가 있는 중환인 경우엔 의사의 처방에 의한 전문적인 의료가 반드시 제공돼야 하며 간호사의 간호만으론 정책 실효성이 미비할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른다. 

교육부, 학교 내 간호사 상주 법안 추진 중…복지부 유권해석 있어 문제 없어

7일 교육부에 따르면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를 착용한 학생도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간호사를 학교에 상주시키는 정부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 주도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가 협의가 시작됐고 정부는 간호사를 공무원 신분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 검토와 수요 조사를 시작한 상태다. 

이번 정책은 지난달 22일 서울대어린이병원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희귀 근육병으로 인공호흡기를 착용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의 사연을 듣고 직접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학교에 간호사를 배치해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를 착용한 어린이 환자들도 위급상황 등에 대처하면서 마음껏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번 정책으로 인해 간호사는 학교 내 의료기기 사용과 경관영양, 가래 흡인 등 의료행위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의료자원이 필요한 특수교육대상자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의료 전문 인력을 학교에 배치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을 포함시키는 법 개정을 고려 중이다. 

교육부는 공익 상 부득이한 경우 간호사의 의료행위가 가능하다는 복지부 유권해석이 있기 때문에 법률상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실효성 없고 의료법 테두리 넘는 상황 지속돼…간호법 이어 예외상황 반복되는 것 부적절

이에 대해 의료계와 법률 전문가들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의료법상 의사의 처방이나 지시 없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위법일 뿐 아니라, 인명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이슈가 간호법 제정 문제로 불거진 간호사의 단독 진료와 업무영역 확대 논란과 겹치면서 지속적으로 간호사들이 의료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사태가 더 빈번해 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세승 한진 변호사는 "간호법에 이어 학교 내 단독 진료까지 의심한다면 충분히 간호사의 독자영역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 있어 보인다"며 "간호사 진료는 기본적으로 의료법 틀 안에서 의사의 지시와 감독 아래 이뤄져야 하지만 계속 이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교육부는 근거로 복지부 유권해석을 든다. 그러나 의료법도 아니고 유권해석만으로 자꾸 이런식의 예외 상황을 만들다 보면 예외 상황이 기본이 될 수 있다. 법률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책임소재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실제 사례 중 회사 내 물리치료사가 의사 지도 없이 물리치료를 하다가 환자가 화상을 입은 사례가 있다. 당시엔 물리치료사가 모든 책임을 졌지만 이번 정책의 경우 정부 정책으로 인해 간호사가 의사 지도 없이 진료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소재를 어디에 둬야할지 불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교육-의료기관 교유 역할 혼선, 제도 실효성도 없어…대통령 한마디에 상의도 없이 바뀌나?

정책이 큰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취지는 공감한다. 그러나 간호사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진료라는 것이 매우 한정적이다. 간호사 직접 진료를 권장한다는 점에서 의도도 불순하다"며 "인공호흡기까지 달고 있을 정도면 중환자로 감염에도 매우 취약할텐데 이런 환자를 병원이 아닌 일반 학교에서 간호사만 있는 곳에서 두는 것이 의학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환자들도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감염의 문제로 인해 병이 악화될 우려가 크고 위급상황이 오더라도 간호사가 직접할 수 있는 진료행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효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차라리 어린이병원 내 특수학교를 늘리는 정책이 더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홍보이사도 "의료기관 외 간호사 단독진료로 간호사 업무영역 확대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교육기관과 의료기관의 고유 역할에 혼선을 줘선 안 된다. 기존의 보건교사 역량 이상의 중증호흡장애가 있는 중환인 경우엔 의사의 처방에 의한 전문적인 의료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 절차 자체가 잘못됐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의료계 단체들과의 논의 과정 없이 법안이 만들어지고 제도가 바뀌는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취지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소아 환자들의 교육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는 존중하지만 이런식으로 현장에 도입될 수 있을지 여부를 소아과 의사들과 논의도 해보기 전에 미리 다 정해놓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며 "간호사 처치 와중에 튜브가 빠질 수도 있고 음식물이 폐로 잘못 유입되는 등 응급상황이 발생할 여지도 충분하다. 이럴 때 간호사만으론 대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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