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최지민 인턴기자 고려의대 본2] 요양병원에 한의사를 당직의료인으로 둘 수 있도록 허용한 현행 제도를 두고 의료현장에서 환자 안전 우려와 간호사의 법적 책임 부담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낮은 수가와 높은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일부 요양병원에서는 여전히 주말이나 야간 당직에 한의사를 채용하는 실정이다.
요양병원 김민건 간호사.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민건 요양병원 간호사는 최근 열린 간호법 개정 관련 토론회에서 “요양병원에서는 한의사가 당직의사로 근무할 수 있게 돼 있지만, 한의사는 양방의 주사, 처치, 약물 투여, 응급 시 오더 처방이 모두 불가능하다”며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한 검사, 전원 의뢰, 그리고 의사에게 전화해 구두로 처방을 받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의사가 당직을 설 경우 간호사가 의료적 판단이나 처방에 대한 조언을 요청받게 되는데,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현장에서 큰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39조의18 제2항은 요양병원의 당직의료인을 ‘의사·치과의사·한의사’ 구분 없이 입원환자 300명당 1명, 300명 초과 시 300명마다 1명 추가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3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6796명 중 한의사는 1948명(28.7%)으로 집계됐다.
한의사가 당직의사로 인정되는 제도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란이 돼 왔다.
2019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요양병원 전문의 채용 가산제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사도 가산제 대상에 포함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의료 현장에서의 실제 역할과 책임 수행의 한계를 고려해 결국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대한의사협회 산하 일반과의사회는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결사 반대했고 이같은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같은 해 10월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가 “요양병원 야간당직에는 반드시 의사가 직접 근무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을 펼치기도 했으나,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요양병원에서 한의사가 근무하는 관행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당직한의사 역량강화 교육. 사진=서울특별시한의사회.
서울특별시한의사회는 요양병원 당직한의사의 역량을 보완하기 위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인 ‘당직한의사 역량 강화 교육’을 운영해오고 있다. 교육은 하루 일정으로 진행되며, 드레싱과 각종 관 삽입 및 관리에 대한 실습 이론과 개별 실습이 주요 교육과정으로 포함돼 있다.
이 교육에 총괄책임자로 참여한 새미래요양병원 이성환 병원장은 “요양병원에서 당직의로 근무하는 한의사들이 빈번하게 수행해야 하는 비위관삽관술 등을 일부 한의과대학의 실습에서 교육받지 못하고 졸업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실습 항목들은 의과대학 본과 3-4학년 학생이 1-2년에 걸쳐 정규 교육과정에서 이수하는 내용으로, 현재 의사국가고시(OSCE) 실기시험 준비를 위한 필수 교육에 해당한다. 교육 과정의 체계성과 기간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단기 교육만으로는 의학교육을 대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 관계자는 “임상 진료는 특강 며칠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의과대학 6년과 인턴·레지던트 4년을 거쳐 실무에서의 임상 노하우를 축적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의료법상 한의사를 당직 의료인으로 고용하는 것이 실정법상 문제는 없지만, 당직한의사의 업무는 사실상 약속된 코드에 따라 처방을 반복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자신이 내리는 처방에 대한 충분한 인지 없이 이를 행하는 것은 진료 영역(medical scope)을 벗어난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어 “당직한의사가 진료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수행할 경우, 병원의 질 관리(QI) 인증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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