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5.20 07:25최종 업데이트 26.05.2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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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개발 빨라졌지만 더 복잡해졌다…“한국, 초기 임상 역량 키워야”

“한국, 글로벌 항암 임상 주요 국가…단순 수행 넘어 개발 전략부터 참여할 역량 갖춰야”

(왼쪽부터) 비원메디슨코리아 차지혜 이사, 비원메디슨코리아 김혜선 이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항암제 임상연구가 단순히 약효를 확인하는 순차적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 선별과 병용요법, 조기 치료 전략을 함께 검증하는 복합적 개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한국은 글로벌 제약사 주도 항암 임상연구에서 주요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임상 수행을 넘어 초기 개발 전략부터 참여할 수 있는 연구자·기관 역량과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글로벌 항암제 전문 기업 비원메디슨코리아가 19일 광화문 빌딩에서 5월 20일 임상시험의 날을 기념해 ‘항암 임상연구의 최신지견과 국내 임상연구 현황 및 전망’을 주제로 미디어포럼을 개최했다.

“항암 임상, 1상부터 환자 대상…바이오마커 기반 설계 중요”

이날 흉부외과 전문의 출신인 비원메디슨코리아 김혜선 이사는 항암제 임상시험이 비항암제 임상시험과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로 1상 단계부터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꼽았다.

김 이사는 “일반적으로 비항암제 임상 1상은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항암제는 처음부터 치료 목표가 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한다”며 “세포독성 항암제는 건강한 자원자에게 투여하기 어렵다는 윤리적 문제가 있어 항암제 임상은 초기 단계부터 치료적 목적의 접근도 함께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항암 임상연구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다고 봤다. 과거에는 약이 효과가 있는지를 단계적으로 확인했다면, 이제는 어떤 환자에게, 어떤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 가장 좋은지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가설 자체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등 다양한 치료 기전이 등장하면서 임상 설계와 수행의 복잡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단독요법으로 후속 치료에서 먼저 효과를 확인한 뒤 2차, 1차 치료로 앞당겨 오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초기 임상 단계부터 병용요법과 앞단 치료 도입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최근에는 표적치료제도 화학요법, 항체치료제, 면역요법 등과 병용해 보는 다양한 접근이 시작됐다”며 “이는 약물 내성 획득을 초기에 회피하고 종양의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바이오마커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김 이사는 “바이오마커 기반으로 환자를 사전에 식별하는 것은 이제 임상시험 설계에서 거의 표준화됐다”며 “바이오마커는 특정 약물의 타깃 여부를 확인하는 장치를 넘어 진단, 예측, 예후, 치료 이후 모니터링까지 결과를 설명하는 언어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항암 임상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속도만으로는 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동시다발적인 개발은 분명 빠르지만, 빠른 것만이 혁신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환자 안전이 가장 중요하고, 충분한 근거와 데이터 무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품질과 환자 안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인 치료제를 치료가 시급한 환자에게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 항암제 연구개발의 목표”라며 “이를 위해서는 임상 개발팀, 연구 운영 인력, 의료기관 연구진 간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한국, 글로벌 항암 임상 주요 국가…“초기 개발부터 참여해야”

방사선종양학 전문의 출신인 차지혜 이사는 국내 임상연구 현황과 전망 발표에서 한국이 글로벌 항암 임상연구에서 높은 위상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차 이사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신규 등록 현황에서 한국은 2023년 4위를 기록했다. 2024년 기준 한국은 암 임상시험 215건을 수행 중으로, 호주와 유사한 수준이며 일본보다 많은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종별로는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서 폐암 임상연구 비중이 높았다. 한국에서는 폐암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유방암, 간·담도암, 대장암 순으로 나타났다. 차 이사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위암 임상이 5위에 올라 있다는 점이 특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차 이사는 임상연구의 의미를 환자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표준치료는 과학적·의학적으로 검증된 최선의 치료지만, 환자마다 암의 특성과 전신상태가 다른 만큼 일부 환자에게는 임상연구 참여가 더 나은 치료적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췌장암 4기 환자와 폐선암 4기 환자 사례를 들며 “표준치료가 최선의 치료로 검증된 것은 확실하지만, 환자마다 암의 특성과 개인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환자에게는 임상연구라는 환경이 더 나은 치료적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암은 두렵다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100% 진행하고 나빠지는 병”이라며 “이미 항암제가 많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차 이사는 국내 연구자와 기관 사이에서 초기 임상, 특히 1상 임상 참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항암제 개발이 초기 단계부터 환자 맞춤형 세팅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상 임상을 잘 수행하기 위해 연구자와 기관이 역량을 갖추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며 “초기 임상에 참여한 연구자가 이후 2상, 3상 연구로 함께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비원메디슨코리아는 국내에서 현재까지 55건의 임상연구를 수행했거나 수행 중이며,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은 27건이다. 등록 환자는 1300명 이상으로, 고형암이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임상 단계별로는 1상 20건, 2상 15건, 3상 20건으로 비교적 고르게 수행되고 있으며, 회사 측은 최근 3년간 한국에서 1상 임상을 가장 많이 수행한 회사라고 소개했다.

차 이사는 한국의 강점으로 높은 의료 접근성, 대학병원 중심의 암 진료 환경, 우수한 전문 인력, 영어 기반 국제 소통 역량, 신뢰도 높은 임상 데이터 품질 등을 꼽았다. 반면 과제로는 제도 변화 속도, 서울·경기 대형병원 집중에 따른 접근성 불균형, 초기 임상 수행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 부담, 숙련 인력의 지속적 확보 등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지금도 임상연구를 잘하는 나라”라면서도 “글로벌 임상연구 방향은 단순 수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발 전략부터 장점을 살려 함께 가는 수준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초기 임상 개발부터 함께할 수 있는 연구자 기반과 역량을 갖추고,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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