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약물 안전관리 중심 도입 공감…의사 진료선택권∙배우자 동의∙의료인 법적 보호 정비 촉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산부인과 관련 3개 단체가 정부의 임신중지 약물 단계적 도입 방안에 대해 여성 건강과 안전을 위한 방향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의사의 진료선택권과 배우자 동의 요건, 의료인에 대한 법적 보호 등 관련 법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16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제14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보고한 인공임신중지 약물 단계적 도입 방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3개 단체는 “임신중지 의약품이 오랫동안 제도 밖에서 비공식적으로 유통돼 온 현실이 여성의 건강에 실질적 위협이 돼 왔다는 점에 깊이 우려해 왔다”며 “이를 국가 의료체계 안으로 들여와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판단은 여성 건강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임신 9주 이내로 사용 범위를 한정하고, 도입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한 뒤 위해성관리계획(RMP)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이행하는 단계적 설계는 환자안전을 우선한 신중한 접근으로 평가한다”며 “아울러 의료계의 자율적 진료지침 마련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산부인과 3개 단체는 향후 임신중지 약물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표준진료지침과 교육체계 구축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임신중지 약물은 투여 전 정확한 임신 주수 확인과 자궁외임신 배제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고, 불완전유산 과다출혈 등 합병증 발생 시 후속 처치와 응급의료 연계가 필요한 의약품”이라며 “안전한 사용의 성패는 결국 현장에서 이를 판단하고 관리하는 의료진의 역량과 표준화된 진료 기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표준진료지침 개발 ▲처방에 필요한 의료진 역량 정의 및 교육·훈련 체계 구축 ▲개원가에서 원내 처방·조제와 추적관찰이 가능한 절차 마련 ▲합병증 발생에 대비한 의료기관 요건 및 수가 보상 방안 논의 ▲부작용 모니터링 ▲24시간 비대면 상담창구 구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개 단체는 공동 협의 창구를 구성하고, 대한산부인과학회는 건강한여성재단 안전한 임신중절 윤리위원회를 통해 정부 및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이들은 임신중지 약물이 실제 의료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개 단체는 “개인의 신념에 따라 임신중지 약물 처방에 참여하지 않을 의사의 진선택을 존중하되, 여성이 필요한 진료로 신속히 연계될 수 있게 하는 절차가 법률에 명확히 담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모자보건법상 배우자 동의 요건에 대해서도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인공임신중절 시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함께 받게 규정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와 여성의 자기결정권, 약물을 통한 초기 임신중지라는 진료 형태 등을 고려할 때 이 조항은 현실과 정합성을 잃은 상태”라며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의료인 법적 보호 장치에 대해서도 “형법 개정이 완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신중지 약물 처방·투약에 참여하는 의료진이 형사적 불확실성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관리 체계와 보상 방안, 의료인 보호 규정이 함께 작동하는 상태에서 실제 사용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개 단체는 “이러한 법 개정은 도입을 지연시키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제도가 현장에서 안전하게 작동하기 위한 전제”라며 “국회와 정부의 논의에 학술적 근거와 현장 경험을 성실히 제공하며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