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9.17 03:13최종 업데이트 26.09.17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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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AI로 지역의료 공백 메운다지만…“디지털 전환도 못했는데 무슨 AI냐”

보건소 AI 패키지·취약지 의원 AX 바우처·응급이송 플랫폼 추진

방문간호 기록에 3시간·진료정보는 종이 전달…“사람·전산망부터 갖춰야”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6일 제32회 보건의료포럼 ‘AI 기본의료, 지역에서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 포럼을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이재명 정부가 보건소와 의료취약지 의원, 공공병원, 응급의료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지역·필수·공공의료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AI 기본의료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방문간호 인력과 사례관리자가 부족하고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조차 종이로 오가는 상황에서 AI부터 보급하면 지역의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왔다.

AI가 부족한 의료인력을 지원하는 도구가 아니라 대신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대형병원과 지역 의료기관의 디지털 인프라 격차를 고려하지 않고 보급되면 의료격차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6일 서울대병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제32회 보건의료포럼 ‘AI 기본의료, 지역에서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를 개최했다. 포럼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주관했다.

지난 7월 정부가 AI 기본의료 전략을 발표한 이후 학술계가 마련한 첫 후속 논의다. 전문가들은 정부 구상이 지역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인력·인프라와 제도·검증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본의료는 지역·필수·공공의료의 인력과 역량 부족을 AI로 보완해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범정부 전략이다.

방문간호 기록에만 3시간…“DX도 안 됐는데 무슨 AI냐”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장숙랑 교수는 의료취약지의 방문간호 인력과 정보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AI 도입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방문간호사는 환자를 방문한 뒤 사무실로 돌아와 기록과 서식을 입력하는 데 약 3시간을 쓰고 있다. 기본적인 행정업무조차 제대로 디지털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퇴원환자의 지역 연계를 위해 의료기관이 조사해야 하는 항목도 약 78개에 달한다. 요양병원이 입력한 정보를 사회복지 전산망 ‘행복이음’으로 자동 전송하는 시스템은 구축됐지만, 지역에서 이를 확인해 사례관리로 연결할 담당자는 불분명하다.

장 교수는 “디지털 전환인 DX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슨 AI 전환, AX를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며 “AI와 디지털 기술은 방문간호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료정보도 종이로 전달하는데 GPU부터?…“운영비용 빠져”

카카오헬스케어 신수용 선행기술연구소장은 서울 대형병원과 지역 의료기관의 IT 예산과 인프라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의료AI 확산정책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GPU를 공급하더라도 여러 병원의 접속과 의료영상 전송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운영사업자와 고속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누가 구축하고 비용을 부담할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신 소장은 “GPU에 모델을 올리는 것과 수많은 의료기관이 동시에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운영사업자가 있는지, 네트워크 비용은 누가 낼지 현실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갈 때 의무기록을 종이로 발급받아 가져가고, 받은 병원은 다시 스캔하고 있다”며 “AI 이전에 가장 기본적인 진료정보교류부터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환자 관점에서도 개별 기술과 의료서비스를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비대면진료를 이용해도 인슐린을 취급하는 약국을 찾기 어려워 환자들이 직접 전국 약국 정보를 지도에 표시해 공유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AI, 혁신 의료기기가 각각 존재하지만 환자의 질환 관리와 삶의 여정 안에서는 모두 단절돼 있다”며 “환자의 일상과 사용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AI 역시 예상과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의료자원의 수도권 집중을 오히려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지역 주민의 수도권 의료 이용을 쉽게 만든 것처럼 AI도 설계에 따라 지역의료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민태원 회장은 “AI 기본의료가 치밀한 준비 없이 도입되면 지방 주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나 의사 없는 자리에 기계만 놓아두는 면피용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기술 도입보다 현장 작동을 가로막는 규제와 인프라의 한계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방향 잃고 AI 적용하면 지역격차 커질 수 있어”

보건복지부는 AI 기본의료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예산·규정·사업모델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박정환 의료인공지능데이터정책과장은 “방향성을 잃고 AI를 적용하면 지역격차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각론을 만들 때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정책을 추진할지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1조원이 넘는 지역·필수·공공의료 특별회계의 지방정부 예산에 AI 사업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과장은 중앙에서 개발한 의료AI의 지역 확산과 지역에서 개발한 AI·기존 인프라의 연계, 지역 경험의 중앙정책 반영 등을 협력방안으로 제시하며 “소외되는 지역과 주민 없이 AI가 도입되도록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림원 “기반·지역·제도·평가 함께 갖춰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이날 논의를 종합해 AI 기본의료가 지역에서 작동하기 위한 조건으로 기반·지역·제도·평가 등 4대 과제를 제시했다.

지역 의료기관의 전산 인프라와 인력·운영비를 함께 지원하고,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개발된 의료AI를 지역 데이터와 의료기관에서 검증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AI가 제공한 정보를 환자 곁에서 확인하고 진료 이후를 담당할 인력에 대한 보상과 책임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평가 기준 역시 AI 설치 건수가 아니라 환자에게 나타난 결과가 돼야 하며, 도입 이후에도 성능과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성 의학한림원 정책개발위원장은 “건강을 중심에 놓고 기술을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며 “AI 도입 실적이 아닌 환자에게 나타난 결과를 중심으로 정책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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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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