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9.25 14:31최종 업데이트 20.09.2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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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 낙찰가 원가의 80%...정부의 '가격 후려치기' 관행으로 독감 백신 대란 초래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19화. 예견된 독감 백신 500만개 실온 노출 사고 

9월 22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13~18세 어린이, 청소년, 임신부의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질병관리청이 1844만명에게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해줄 계획이었는데, 백신의 일부가 냉장 유통되는 과정에서 실온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나라 전체 독감백신 생산량은 2950만개다. 그런데 필수예방접종 물량 중 500만개의 백신 유통에 차질이 생기면서 품질검사 후 폐기량에 따라 전국적인 독감 백신 대란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사고가 발생한 업체는 신성약품이라는 회사다. 문제는 이 회사가 올해 처음으로 백신 냉장 유통을 맡은 회사라는 점이다. 정부가 백신 유통에 대해 공개 입찰을 했는데 주요 대형 업체들이 아무도 입찰을 하지 않았다. 그럼 주요 업체들은 왜 전체 백신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의 유통을 담당할 수 있는 황금 기회를 맡으려 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정부의 ‘가격 후려치기’ 관행 때문이다. 백신 제조업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독감 4가 백신의 원가는 1만원 이상이지만, 정부가 4차례나 유찰을 하며 겨우 올려 맞춘 백신의 낙찰 가격은 8620원(임산부 9090원)이었다. 

원가보다도 낮은 낙찰가를 제시한 업체의 이유는 명확하다. 손해를 감수하고 마케팅 효과를 노려야 할만큼 회사가 절박하거나, 아니면 과도하게 비용을 절약해서 손해를 보지 않을 자신이 있거나 둘 중 하나다. 게다가 지나친 가격 후려치기로 인해 4차례나 유찰되면서 최종 계약이 8월 말에나 이뤄졌고, 9월 8일부터 시작된 빠듯한 배송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이 초보업체는 무리수를 두는 수밖에 없게 됐다.

그리고 결국 사상 초유의 사고가 터지고야 말았다.

질병관리청은 품질검사를 마친 2주 뒤 독감 백신의 폐기 물량을 발표할 예정이다. 폐기량에 따라 올해 독감 백신 대란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호흡기 질환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 소식을 접한 국민들이 먼저 독감 백신을 맞기 위해 병원으로 몰려가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이 사태가 잘 수습되기를 바라고, 이차적으로는 이 같은 사태가 내년, 내후년에는 다시 생기지 않게끔 정부가 제도적으로 잘 정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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