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4.27 13:31최종 업데이트 22.04.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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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염 약을 오래 먹어도 괜찮을까요?

[칼럼] 대한소화기기능학회 위식도역류질환연구회,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서승인 교수·원광의대 소화기질환연구소 김용성 교수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대한소화기기능학회) 릴레이 칼럼 

메디게이트뉴스는 반복적인 소화기 증상을 나타내지만 객관적 검사에는 이상이 없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전문가들의 '릴레이 칼럼 및 희귀질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기능성소화불량증,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변비, 위식도역류질환과 같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흔히 발생하지만 잘 낫지 않아 환자들의 삶의 질을 매우 나쁘게 만듭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다양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 정보 및 최신 연구내용을 다룰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환자도 의사도 답답하고 괴로운 병, 기능성 위장관 질환
②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식이·생활습관 조언
③이해가 필요한 위식도역류질환의 유지요법
④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원인
⑤소화불량과 역류 증상 환자에서 올바른 식이요법
⑥내시경으로 치료하는 소화기 기능성 질환
⑦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궁금증 해결을 위한 Q&A
⑧만성 변비, 그것이 알고 싶다
⑨기능성 위장관 증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 정신심리치료로 위장증상 조절
⑩난치성 기능성소화불량증: 삼환계 항우울제와 레트로
⑪만성변비의 약물 치료: 변비약 계속 먹어도 되나요?
⑫식도염 약을 오래 먹어도 괜찮을까요?

[메디게이트뉴스] 과거와 달리 일반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의학 정보의 양과 그 노출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을 진료실에서 자주 느끼게 된다. 최신 연구가 논문으로 발표되면 바로 그 다음날 온라인 뉴스에 등장하는 경우도 흔히 보게 되는데, 이런 언론기사를 보고 질문보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다. 

요즘 자주 듣는 질문은 "식도염약을 오래 먹으면 건강에 나쁘다는데 계속 먹어도 되나요?" 라는 것이다. 

식도염의 주 치료제인 양성자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는  대표적 위산분비억제제로 산을 분비하는 위 벽세포에서 산을 밖으로 뿜어내는 작용을 하는 양성자펌프를 억제한다. 양성자펌프는 위산분비의 마지막 단계이므로 이 펌프가 억제되면 아주 강력한 위산억제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강력한 효과로 위식도역류질환, 소화성 궤양 등 위산 관련 질환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치료,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비스테로이드소염제 복용 환자에서 위궤양 출혈 예방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약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약제가 그렇듯, 양날의 검처럼 좋은 효과가 있다면 이에 따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양성자펌프억제제가 기존 약제에 비해 강력하게 위산을 억제하기 때문에 초창기부터 가스트린이라는 호르몬 상승과 연관된 신경내분비종양의 발생 우려가 있었다. 몇몇 동물실험에서 발생이 보고되기도 했지만, 지난 수십년간 양성자펌프억제를 사용한 경험에 따르면 환자들에게 이런 종양의 발생이 관찰되지 않았다. 

최근 꼭 양성자펌프억제제를 사용해야 되는 경우가 아닌 환자에서도 장기 처방이 늘어나면서 종양 이외의 다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최근 몇년간 이 약제와 연관된 부작용을 보고한 논문들이 갑자기 많아진 것이 그 원인이기도 하다

양성자펌프억제제 연관 부작용 연구들은 주로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관찰 연구 기반인데, 그렇다고 정확한 증명을 위해 무작위대조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윤리적 문제로 어렵다. 이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주어진 정보를 잘 해석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의 증거들이 근거수준이 낮고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는 점을 것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할 수 있다. 
 
양성자펌프억제제의 잠재적 부작용에 대해 알아보자. 

현재까지 보고된 양성자펌프억제제 장기사용의 부작용은 그림과 같이 장기별로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크게 위산억제와 연관된 부작용과 위산 억제와 관계없는 약제 특이반응에 의한 부작용으로 나눌 수 있다(그림 1).  
 
그림 1 = 양성자펌프억제제의 장기별 잠재적 합병증 Vaezi 등. Gastroenterology 2017;153:35–48

위산억제와 연관된 대표적인 부작용이 신경내분비종양의 발생과 장내미생물불균형에 의한 부작용들이다. 양성자펌프억제제로 강력하게 위산이 억제되면 이를 감지한 신체는 다시 위산을 정상분비하게 하려는 피드백 작용으로 가스트린이란 호르몬을 증가시킨다. 

가스트린의 증가는 위장관신경내분비세포의 과형성을 유발하고 위저선 용종이나 아주 나쁜 경우 신경내분비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던 것처럼 실제 임상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10년이상 장기투여했던 연구에서는 가스트린 농도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되는 종양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양성자펌프억제제를 사용하면 위산이 분비되지 않아 속이 쓰리지는 않는 대신 살균효과가 사라지는 문제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이 살균된 것은 아니므로 상당량의 균이 음식과 같이 유입되고 삼키는 침에도 균이 꽤 많다. 이런 잡균들이 위장관에서 자리잡지 못하도록 유입된 균을 위산이 살균하면서 1차적인 방어선으로 작용하고 있다.그런데 양성자펌프억제제로 위 내 산이 줄어들면 균의 생존이 증가하고 유해균이 늘어나게 된다. 원래 균이 거의 없어야 하는 소장까지 세균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가스가 차거나 복통이 생기기도 한다. 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항생제 연관설사인 클로스트리이디오이데스 디피실(C. difficile) 감염도 양성자펌프억제제를 투여하는 환자에서 더 많이 생긴다고 보고되었다. 

위산은 영양소 흡수에도 관여하는데 위산이 감소되면 칼슘과 비타민 B12 흡수장애가 유발될 가능성이 있고 심한 경우 이로 인해 골절과 치매가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이런 부작용들은 아직까지 논란이 있는 상태이다.

양성자펌프억제제 복용 후 급성 간질성 신염이 발생한 증례가 보고됐는데, 이는 위산억제와 관계없이 약물 특이 반응으로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양성자펌프억제제가 간에서 대사되는 경로는 여러 약제들이 대사되는 경로와 동일하기 때문에 약물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항혈소판제인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이 활성형으로 바뀌는 과정을 양성자펌프억제제가 방해 할 수 있다. 클로피도그렐은 심혈관질환 치료와 예방에 사용되는 약물이므로 활성이 저해되는 경우 심혈관계 합병증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다행히 이런 부작용 역시 대규모 임상연구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환자와 의사들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 

그림 1에서 묘사된 양성자펌프억제제의 부작용은 거의 전신에 걸친 것으로, 마치 양성자펌프억제제를 복용하면 절대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양성자펌프억제제는 식도염의 가장 좋은 치료제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고, 또 질환의 특성상 장기처방되는 약제다. 최근 언론을 통해 이런 부작용이 대중에게 노출되면서 오히려 부적절하게 양성자펌프 억제제를 중단하는 것이 의학적으로는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현재까지 보고된 부작용 관련 연구들의 근거 수준이 높지 않고 편향된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잘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면 속쓰림이나 상복부 통증으로 양성자펌프억제제 처방하면 위암 발생이 더 증가하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한번 가정해보자.(그림2) 환자들은 증상때문에 약을 처방받았지만 실제로는 아직 진단되지는 않은 위암이 그 증상의 원인이었고 나중에서야 위암이 진단될 수 도 있다. 이런 경우에 약물 투약전 위암이 이미 존재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단순하게 "약물을 투여해서 위암이 발생한 것"이라고 잘못 해석될 수 있다.

후향적 연구 특성상 이미 특정 질환이 잘 발생할 소인이 높은 환자들에게 양성자펌프억제제가 처방됐을 가능성을 놓치고 잘못 해석됐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역인과관계(protopathic bias)라고 한다.

이렇듯 PPI의 장기 사용과 관련 합병증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연구들이 여러가지 혼란 변수를 통제하기 어려운 문제점으로 인해 약물과 합병증의 인과 관계를 밝히기가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 

그러므로 환자들은 요즘 자주 들려오는 양성자펌프억제제의 부작용에 대해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 
 
그림 2 = 역인과관계의 예

반면 약을 처방해야 하는 의사들은 강력한 위산억제에 관한 생리적 부작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그 이해를 바탕으로 꼭 양성자펌프억제제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만 처방을 하고 그 이외의 경우에는 부주의하게 처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양성자펌프억제제를 장기 투여해야 하는 경우는 LA 분류 C, D와 같은 심한 식도염의 치료, 바렛식도와 같은 전암성병변의 치료, 비스테로이드소염제 사용자에서 위장관 출혈 위험성이 높은 경우 예방 목적으로 사용 등이 있다. 합병증이 없고 가벼운 식도염의 경우 위산억제제의 장기투여는 불필요하고, 약제투여에 반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심한 식도염이 드물고 주로 비미란성 역류질환이 많기 때문에 양성자펌프억제제를 지속적으로 매일 투여하는 것보다 증상이 있을 경우에만 단기로 간헐 복용하는 필요시 복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장기 투여가 꼭 필요한 환자도 정기적으로 평가해서 더 이상 장기 투여가 필요없게 되었다면 적절하게 치료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양성자펌프억제제 부작용의 개연성이 존재하고 환자들 역시 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성자펌프억제제가 식도염 환자의 합병증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중요 약제이기 때문에 부적절하게 중단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은 적절하게 양성자펌프억제제를 처방하고 장기투여가 필요한 환자와는 부작용에 대해 상의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일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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