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4.06 13:52최종 업데이트 26.04.0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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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파킨슨 환자에 '맥페란' 처방했다 금고형 의사…'무죄' 확정까지 4년

대법원 "업무상 과실과 상해 사이 인과관계 증명에 법리오해 있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80대 환자에게 맥페란을 처방했다가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의사가 4년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며 긴 법정공방의 마침표를 찍었다. 

6일 의료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3월 18일 창원지방법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1심을 접수한 이후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판결을 받았으나 지난 2025년 대법원이 A씨에 대해 '무죄' 취지로 해당 사건을 원심에 파기환송하면서 원심으로 돌아가 소송을 이어갔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21년 1월로, A씨가 근무하던 경남 거제시 모 의원에 1년 전 파킨슨병을 진단 받은 80대 환자 B씨가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속이 메스껍고 구역질이 난다'고 호소하는 환자 B씨에게 구역·구토 증상 치료를 위한 의약품인 맥페란 주사액(2㎖)를 투여했는데, 주사액 처방을 받은 B씨가 이후 전신쇠약과 발음장애, 파킨슨증 악화 등의 부작용을 일으켰다.

검찰은 A씨가 사전에 환자 B씨의 병력에 파킨슨 병이 포함되는 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B씨에게 맥페란 주사액을 처방했다며 A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원심 재판부는 "맥페란이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투여가 금지되고 고령자에게는 신중한 투여가 권고된다"며 A씨가 피해자 병력 등을 제대로 확인하는 절차를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며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내렸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는 물론 관련 학회와 각과 의사회들은 평범함 약물 처방이 의사를 금고형에 처하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집단으로 항의했다.

실제로 '맥페란'이라는 약품이 위장관 운동 조절, 소화불량, 구토 등의 소화기증상 개선제로 매우 흔히 사용되는 약물로 나타났다. 

당시 대한파킨슨병및이상운동질환학회는 "맥페란 주사제는 임상에서 수많은 환자들의 구역, 구토 증상 조절을 위해 흔히 사용되며, 반감기도 5시간 정도로 비교적 짧고, 장기 복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파킨슨 증상 악화 확률이 현저히 낮다. 설사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키더라도 그 증상 악화가 가역적으로 회복될 수 있는 약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판결이 "전국의 의사들로 하여금 가능한 책임질 일이 없는 방어진료 및 고령의 퇴행성 질환 환자와 같은 고위험 환자에 대한 진료 회피를 부추기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상급심인 대법원은 A씨가 환자의 파킨슨병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맥페란 주사와 환자 상해 사이에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인과관계가 증명되기 어렵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맥페란 주사액 투여와 전체 상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A씨의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에 업무상 과실과 상해의 결과 발생 사이 인과관계 증명 등에 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경우,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엄격한 증거가 없다면 섣불리 유죄 판결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 이후 약 9개월만인 지난 3월 18일 창원지방법원이 드디어 A씨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무죄'로 최종 확정하면서 A씨를 둘러싼 길고 긴 소송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형사 기소 자체가 해외 국가에 비해 빈번이 이뤄지고, 유죄 판결 역시 너무 쉽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늦었지만 사필귀정이다. 문제는 이처럼 한 번 형사소송에 걸려 잘못된 판결을 받은 후 이를 바로 잡는데 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당사자인 의사에게는 되돌릴 수 없는 악몽 같은 시간이며, 그로 인한 피해는 금액으로 보상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에 의료계는 지속적으로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을 통해 이러한 사건을 재발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환자단체의 반대 등에 부딪혀 입법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잘못된 판결로 인해 발생한 방어진료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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