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9.11 06:48최종 업데이트 26.09.1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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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비만약 오남용 규제 앞두고…"적정처방 관리체계 함께 마련해야"

경희대병원 이상열 교수 "처방 건수만으론 오남용 판단 한계"…DUR 연계·고위험 비만 단계적 급여 제안

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상열 교수. 사진=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유튜브 생중계 캡처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규제 강화 추진이 진행되는 가운데, 허가 기준에 맞는 환자에게 적절한 용량과 기간으로 사용되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현재 논의되는 규제로는 비대면 처방이나 의약분업 예외지역의 무처방 판매 등을 제한할 수 있지만, 실제 환자의 치료 필요성과 처방 적정성, 치료 이후 반응까지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비만학회가 공동 개최한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적 가치와 바람직한 처방 환경 모색' 심포지엄에서 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상열 교수는 현행 비만치료제 규제 논의의 실효성을 짚고 해외 사례를 토대로 적정 사용을 위한 관리 방안을 제안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월 비만치료제 리라글루티드·세마글루티드·터제파타이드 함유제제를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추가 지정하는 내용의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관련 고시 개정은 현재 후속 절차가 진행 중으로, 이르면 9월 중 마련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상열 교수 발표자료 중 일부.

GLP-1 처방 급증…누가, 왜 처방받았는지는 '깜깜'

최근 비만치료제 처방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확보되는 정보만으로는 처방의 구체적 맥락까지 들여다보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이 교수는 DUR을 통해 처방 여부 등은 확인할 수 있지만 ▲환자가 허가사항을 충족했는지 ▲안전성 측면에서 주의가 필요한 환자인지 ▲충분한 진료정보를 바탕으로 처방이 이뤄졌는지까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역시 무처방 판매나 불법 유통에만 한정해서 볼 것이 아니라, 허가사항을 충족하지 않은 사용과 안전성 취약군에 대한 처방, 충분하지 않은 진료정보에 기초한 처방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최근 늘어난 청소년 비만치료제 처방도 예로 들었다. 세마글루티드는 청소년 적응증이 있지만 터제파타이드는 국내에서 청소년 적응증을 허가받지 않은 만큼 약제별 허가사항에 맞는 처방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청소년 처방 증가 자체를 곧바로 오남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령별 통계만으로는 환자의 상태나 실제 처방 사유까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한계를 고려하면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만으로는 실제 처방 단계의 적정성까지 관리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현재 논의되는 규제로 비대면 처방이나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의 무처방 판매를 제한할 수 있지만, 누가 어떤 환자에게 처방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과 환자의 허가조건 충족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장치는 별도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의 규제로서는 허가상 미충족 가능한 상황에서 오남용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거나 막기가 어렵다"며 "올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약제가 올바른 용량, 올바른 기간 투여돼 있는 것을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에 따른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실제 치료 수요자까지 처방에 제약을 받을 수 있고, 일부 수요가 해외직구나 온라인 불법유통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이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상열 교수 발표자료 중 일부.

해외는 환자 선별부터 치료반응까지 관리…한국, DUR 연계로 적정 처방 지원해야

이 교수는 비만치료제 사용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고 처방 이후 치료반응까지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는 일정 기준과 동반질환을 갖춘 환자를 대상으로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도록 하고 의료진의 모니터링과 생활습관 관리, 치료반응 평가를 병행한다.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약제를 중단하거나 재평가하고, 재정 여건에 따라 급여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이에 그는 국내 대안으로 DUR 등 기존 전산시스템과 연계해 적정처방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BMI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동반질환과 대사적 위험 등을 함께 고려해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구분하고, 고위험 환자부터 단계적으로 급여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비만과 질병으로서의 비만병을 구별하고 이러한 비만병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단계적으로 급여를 하고 약가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처방 이후 치료반응을 재평가하는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정 기간 치료에도 체중이나 의학적 위험인자가 충분히 개선되지 않을 경우 치료 지속 여부를 재평가하고, 실제 처방 데이터를 분석해 비만치료제 사용이 의료·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면 처방 역시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적정처방과 모니터링이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부분적으로 활용하거나, 디지털헬스 시스템과 연계한 시범사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굉장히 큰 임팩트를 미치고 있는 인크레틴 기반 약제들을 좀 더 올바로, 적합한 사람들에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올바르고 합리적인 처방 전략, 관리 전략, 규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만 # GLP-1 # 오남용 # DUR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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