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의원 “군의관·공보의 복무 단축, 의사 아닌 정부가 더 급해야…용혜인, 장관으로 부적격”
[인터뷰] “의료분쟁조정법, 내 법안 포함됐지만 가장 마음 아파"…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 '우려'
"식약처장에 신약 청탁 김승원 후보도 장관 임명 안 돼"…복지위 있었지만 이해 어려운 행동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8일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보의) 인력 급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무기간 단축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의대생들이 군의관∙공보의 대비 짧은 복무기간을 이유로 현역을 택하는 비율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와 정치권 전반은 현행 37~38개월에 달하는 복무기간 단축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야당 일각에서 복무기간 단축 ‘속도 조절’ 주장이 고개를 들며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24개월 단축안은 인력 공백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이 과정에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계의 복무기간 단축 요구에 대해 “소명 의식을 내팽개치는 것”이라고 발언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의사 출신인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나 “복무기간 단축 논의가 마치 의사들이 특혜를 요구하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다”며 “냉정하게 말하면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 단축은 정부와 국회가 먼저 적극적으로 제기했어야 할 이슈”라고 지적했다. 군의관∙공보의 부족에 따른 군의료, 지역의료의 위기는 이미 예견됐던 만큼 정부, 국회가 선제적으로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12대 중과실 규정 등으로 인해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이 아픈 법이다. 내가 발의한 법안이 병합∙조정돼 포함됐지만, 정말 반대하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새 의료분쟁조정법은 12대 중과실에 해당할 경우 형사특례 적용을 제외하도록 하고 있는데, 12대 중과실 조항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해 되레 사법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이재명 정부 개각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슈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특히 김 후보자의 식약처 신약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직접 식약처장에게 그런 요청을 할 생각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용 후보자에 대해선 기본소득당 측이 ‘젊은 여성 의원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있다’고 반박한 것과 관련 “여성이란 말 뒤에 숨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후반기 국회에서 교육위원회로 자리를 옮긴 것에 대해선 “복지위 소속은 아니지만 보건의료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낼 것”이라며 “국감에서는 의대교육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이주영 의원과 일문일답.
복지위 떠났지만 의료 이슈 목소리 낼 것…장기 청사진 없는 지필공실 역할 회의적
- 상임위가 교육위로 바뀌었고, 최근 당 정책위의장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그간 당내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주도해왔는데, 공개적으로 관련 이슈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동력이 이전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으로 보건의료 분야에 대해선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개혁신당은 소수정당이라 다른 대형정당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큰 정당은 각 상임위별로 소속 의원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속하지 않은 상임위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게 실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당은 내가 복지위에 있을 때도 다른 상임위 관련 얘기를 해야 했고, 이준석, 천하람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도 보건의료 관련 얘기는 계속 할 수밖에 없고, 의원실에서 준비해 온 바이오 관련 토론회나 전시회 등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당에서도 정책위의장이 아니니 관련 활동을 하지 말라는 분위기는 아니다. 복지부도 우리 의원실이 요청하면 자료나 면담, 설명 등을 이전과 동일하게 해주기 때문에 후반기 국회에서도 활동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물론 복지위 전체회의나 국정감사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건 아쉽다. 그래도 언론이나 토론회 등을 통해 계속 아젠다를 가져갈 생각이다.
- 최근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 단축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 일각에서 의사들이 소명 의식을 내팽개친 것이란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해당 이슈와 복무기간 단축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
의대생들이 현역병으로 복무하는 건 잘못된 게 아니다. 대한민국 남성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가장 보편적 방식 아닌가. 여기에 소명 의식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현재 복무기간이라면 의대생 개인으로서는 현역병 입대가 합리적 선택이기도 하다. 18개월 복무하면 커리어 단절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관련 논의는 ‘의사들의 요구를 함부로 들어주면 안 된다’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누가 왜 이 제도를 필요로 하는지 모두가 잘못 생각하고 있어 보인다. 이 문제는 냉정히 말해서 정부가 고민해야 할 일이다. 지역의료나 격오지 의료에 군의관과 공보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정부와 국회가 선제적으로 복무기간 단축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재 정부는 ‘해줄까 말까’라는 식이고, 국회는 ‘얼마나 들어줄까’, ‘그렇게 요구하면 못 들어준다’고 한다. 의료계도 ‘복무기간을 줄여달라’고 직접 요청하고 있다. 외부에서 보면 마치 의사들이 특혜를 요구하고,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국가가 의사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것처럼 프레임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군의관∙공보의는 국가가 필요해서 만든 제도다. 그런데 군의관, 공보의 복무가 마치 큰 특혜인 것처럼 말하고 막상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니 ‘소명 의식’이 없다고 비판하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
- 최근 신생아과, 소아외과, 산부인과 등을 중심으로 현장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와 지필공실 신설 등을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지역도, 필수도, 공공도 모두 문제라고 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 가지를 묶어서 얘기하다 보니 '지필공'이라는 것이 마치 하나의 실체가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역∙필수∙공공은 하나로 묶어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정부의 말처럼 지역∙필수∙공공이 정말 연결된 개념이라면 전체를 아우르는 청사진이 무엇인지부터 답해야 한다. 지금은 청사진은 없는 상태에서 실이 생기고 예산부터 할당됐다. 장기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지필공실이 어떤 형태로 일할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역량 있는 인력들이 지필공실로 갔지만 오히려 그래서 지금 눈에 보이는 문제부터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니 치료비를 지원하거나 공공의료기관에 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문제의 핵심은 시스템 자체가 잘못돼 있고, 특히 다음 세대 의료인력이 붕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가 그대로인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특히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처럼 한 번 시작된 지원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 생태계를 정상화하는 대신 국가가 계속 뭔가를 만들고, 지원하고, 손실을 보전하는 형태가 고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는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예산을 투입한 뒤 지역에 어느 정도 지속가능한 의료생태계가 만들어졌는지를 봐야 한다. 그런데 그런 계획을 본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사법 리스크서 의료진 보호한다지만…계명대 판결 보면 신뢰 어려워
- 내년 시행을 앞둔 의료분쟁조정법을 두고도 말이 많다. 정부, 국회는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반면 의료계 일각에선 12대 중과실 조항 등이 되레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를 증대시킬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결국 약속의 문제다. 정부와 국회가 의료진을 사법 리스크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판결을 통해 의료 현장이 받아들이는 신호는 다르다. 예를 들어 최근 대법원은 계명대병원 측이 2023년 대구 중증외상 환자를 수용하지 않은 데 대해 복지부가 내린 행정처분이 정당하다고 본 항소심 판단을 확정했다.
항소심은 당시 다른 중증외상 환자의 응급수술이 진행 중이었지만, 수술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의 등을 통해 필요한 처치를 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다른 환자를 수술하고 있었더라도 응급실에서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판결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를 일단 받아서 처치를 한 뒤 전원시키는 것보다 처음부터 바로 다른 곳에 보내는 게 훨씬 빠르고 안전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판단을 이번 판결처럼 사후적으로 일일이 평가받아야 한다면, 의료계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법이 실제로 의료진을 보호해주지 못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해당 의료분쟁조정법에는 직접 대표발의한 법안 내용도 포함됐다.
12대 중과실 조항을 봤을 때는 내 법안이 병합∙조정돼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반대하고 싶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복지부에도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법안의 큰 틀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계속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 있다 보니 ‘내 법안을 빼달라’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마음이 아픈 법이다. 다만 의료진을 보호해야 한다는 개정안의 큰 취지 자체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에 법안 논의에서 완전히 빠질 수도 없었다.
지금은 정부와 국회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5년 뒤에는 지금보다 필수과 의사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정치권에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정치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잘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생기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도 미리 대비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은 정치와 국정 운영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계속 얘기를 하고 있는데, 논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아 우려가 된다.
- 환자단체와 법조계에선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이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위헌 소송까지 예고한 상태다.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오면 모든 걸 법적으로 심판받고, 보상받아야 한다는 정서가 의료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다. 물론 명백한 잘못이 있었고 그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면 보상받을 수 있는 구조는 중요하다. 의료계가 지금 이 구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그 개념이 지나치게 확대됐다고 느껴서다. 불편이 있으면 모든 게 의료사고로 비화되고, 환자가 이해하지 못했거나 만족하지 못한 부분도 모두 의료진의 책임으로 연결된다고 느끼는 것이다.
환자단체와 법조계는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받는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의료계에선 소신껏 치료할 권리를 침해받는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양측의 권리를 절충하기 위해 의료분쟁조정법을 만든 것 같지만, 계명대병원 판결 등을 보면서 현장 의료진은 ‘전혀 보호받고 있지 않다’고 느낀다. 그러면 의료진은 소신껏 진료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현장을 이탈하게 된다.
두 권리가 충돌하는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환자는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돼도 피해자는 환자지만, 의료진이 소신껏 진료할 권리를 잃을 때도 마찬가지다. 결국 의료진이 소신껏 진료할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면서도, 의사가 고의적으로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환자의 권리를 훨씬 강하게 보장하는 게 양측 모두에게, 특히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이주영 의원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 모두 장관 자리에 적절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政, 건보재정 문제 '정부' 용기내 현실 전해야…교육위서 의대교육 문제 집중 제기 예정
- 최근 국회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나는 의사로서 환자를 봤던 사람이고, 해당 법안을 검토 중인 의원은 환자로서 의사를 경험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해당 의원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의하는 법안에 대해 직접 날을 세워 얘기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얘기 자체를 꺼내지 말라고 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 다만 그 주장에 대해 반론과 우려가 제기되면 당 차원이나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하고 조율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본적으로는 환자 전원조차 어려운 지역의 소아응급실에서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이 제도가 초래할 결과에 대해 우려가 크다.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가 도입될 경우 사법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현장을 지키려던 사람들부터 철퇴를 맞기 때문이다. 그 이력은 의학적으로 ‘실패한 전문가’라는 낙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소위 ‘명의’들도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돌이켜봤을 때 ‘혹시 이렇게 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까’라는 후회를 안고 사는 게 의사의 숙명이자 사명감이라 생각한다.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는 그런 마음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다 옳았고 이 이상의 의료는 없다’고 얘기하는 의사는 좋은 의사라 생각하지 않는데, 이 제도가 그런 의사를 만들게 될 거다. 중요한 건 의료사고 이력 공개가 환자에게도 도움이 되는지 여부다.
위험한 수술을 하는 의사일수록, 척박한 환경에서 응급의료를 하는 의사일수록, 어렵고 희귀한 수술을 하는 의사일수록 이런 낙인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게 과연 그런 영역에 도전하는 의사를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될까. 오히려 지금 있는 의사들마저 본인의 소신을 포기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해당 제도에 대해 찬성하기 어렵다. 부디 신중하게 재검토되길 바란다.
-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특히 건강보험 국고지원 20%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시정 의지를 밝혔지만, 정부가 제출한 2027년도 예산안 역시 법적 지원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올해부터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적자로 전환됐고, 준비금 고갈 예상 시점도 앞당겨지고 있는데 과연 정부는 대책이 있는지 의문이다. 국고지원 20%가 중요한 이유는 그 돈으로 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이라고 부르는 의료인프라를 꾸준히 정비하고 구축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20% 기준을 지키지 않는 건 결국 정부가 정부 주도의 의료를 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공공의료라고 칭하려면 정부가 돈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20% 국고지원을 단 한 번도 지킨 적이 없고,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5% 수준에 그친다. 국가가 공공의료를 충분히 직접 구축하지 않은 채 의료기관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의료기관을 당연지정제로 건강보험 체계 안에 넣어놓은 상태다.
이 상황에서 건보 재정이 적자가 나기 시작하면 이는 곧 계약 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간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관리급여 등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기존 논리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는 건강보험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비급여로 보전할 수 있다는 논리가 있었는데, 이젠 그 비급여를 각종 제도로 제한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이 대부분의 의료 인프라를 구축했는데, 비급여 보전도 어렵고 핵심의료까지 소실되면 건보 제도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의료기관들은 건보 재정 적자로 요양급여비용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게 되면 환자에게 직접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앞으로는 의료계가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 문제 제기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는 건보료를 많이 내는 국민도 공통된 의료 인프라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큰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건보료를 많이 내는데도 응급실에 못 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도 대학병원들은 수익을 위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이들에게는 국내 환자에 적용되는 수가가 아닌 적절한 비용을 받고 진료를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 환자들도 향후에는 ‘나도 돈을 더 내서라도 더 좋은 약과 의료기기를 쓰고, 더 빨리 수술받고 싶다’는 요구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건강보험 운영의 방향성을 정하고 정부가 책임질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못한 영역을 명확히 구분해 용기 있게 얘기해야 한다. 그런 사회적 합의에는 반드시 돈이 들어가야 한다. 정부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이냐는 결국 국민들이 건보료를 얼마나 부담할지의 문제와 결부된다. 이 이야기를 정부가 투명하게 해야 한다.
- 국회 교육위에서는 어떤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살필 계획인가.
의대교육 문제가 심각하다. 의대증원으로 학생 수는 늘었는데 교수들의 수는 크게 줄었다. 특히 기초의학 교수가 크게 부족하다. 그런데 정부 일각에서는 기초의학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의사가 아니어도 가르칠 수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도 새 건물을 지으면 사진상으로 보기에 그럴듯해 보일 수 있다. 현재 의대 예과 1, 2학년이나 본과 1학년 정도는 과거의 의대교육을 경험하지 못한 학년이라 이들에게 물어봐도 과거와 현재의 의대교육 질을 정확히 비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의대교육이 얼마나 부실해졌는지는 향후 학생들의 실력으로 나타날 거다. 지금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의평원도 일부 학교에 피해가 생기더라도 문제가 있는 대학에 대해선 불인증 판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엔 대한민국 의학교육 전체를 수렁으로 모는 셈이 될 수 있다.
의대교육 이슈는 국정감사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다만 특정 학교를 공격하는 식으로 낙인찍을 경우 그 학교 출신 전체와 대학병원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큰 그림에서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
- 최근 이재명 정부 개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식약처 신약 청탁 의혹에 휩싸인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비례대표∙장관 겸직 논란 등이 불거진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두 후보자 모두 장관에 임명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복지위에서 일하며 민원을 많이 받아봤고,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사업들도 있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에 있거나, 지인이 제보한 사안이라면 오히려 말을 더 조심하는 게 정상이다.
실제로 나 역시 100% 공익적 사안이라 생각하더라도 가까운 지인이 제보한 경우에는 내가 문제 제기를 하는 것 자체가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행동했다. 실제로 관련 부서에 자료를 요구하는 정도로 끝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복지위에 있으면서 개인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연락한 적도 없다.
김승원 후보자가 어떻게 식약처장에게 직접 연락해 임상승인을 요청할 생각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기소유예로 끝나긴 했지만, 300여 명의 국회의원이 모두 이런 식으로 공공기관장에게 직접 전화한다고 생각해봐라. 국민 입장에서는 국회의원과 개인적 인연이 없으면 내 일은 뒤로 밀린다고 생각할 텐데, 과연 국민들이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
김 후보자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허가 관련 민원을 받고 검토를 요청받는 것 자체는 국회의원의 일이다. 하지만 개별 사안에 대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개입하는 건 다른 문제다. 김 후보자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에 대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고 어떤 확신을 기반으로 빠른 처리를 주문했는지 의문이다. 설사 임상승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더라도 공식적인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 개인적 인연을 바탕으로 식약처장에게 직접 연락했다는 것 자체로 공직 후보자로서 문제가 있다.
용혜인 후보자의 경우 여러 논란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비례대표라 하더라도 재선까지 했다면 정치적 역량은 있는 것 아니겠나.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만으로 비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본소득당 측이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용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젊은 여성 의원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는 걸 보고 귀를 의심했다. 그런 주장을 하려면 그동안 젊은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제도적 혜택에 대해서도 비판적 얘기를 했어야 한다. 혜택을 받을 때는 당연하게 여기고, 비판받을 때는 여성이라 비판받는다고 하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여성운동을 하는 이들을 존중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국회에서는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성의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 제도가 완성되려면 여성의 정치 참여도와 정치∙사회∙직업적 역량이 동등한 위치라는 게 먼저 확실해져야 한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늘리기 위해 기계적으로 남녀의 수를 맞추는 식이 아니라 여성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정치적 관심과 영향력을 키울 수 있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런 전제가 없는 상태에서 기계적 동수나 기계적 공천을 강조할수록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들어온 사람은 역량이 떨어진다’는 인식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용 후보자 측이 비판에 대응하려 했다면 후보자의 역량이 충분하다고 설명하거나, 기본소득당이 국회에 존재해야 할 정치적 이유를 설명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젊은 여성에 대한 공격’으로 치부해버리면 다른 근거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기본소득당 측의 해명은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측의 해명으로는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후보자의 역량과 논란과 관련한 비판에 대해 ‘여성’이라는 말 뒤에 숨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