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비전 2030 혁신포럼, 제조역량 강화 위한 첨단기술 도입 시급…규제 유연화 등 정부 지원책 마련 촉구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속제조공정과 스마트팩토리의 도입 필요성이 커지지만 실제 현장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업계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개최된 제약바이오 비전 2030 실현 제2차 혁신포럼에서 국민건강 안전망 구축을 위한 의약품 제조역량 강화 방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회의 좌장은 지아이디파트너스 이관순 대표가 맡았으며, ▲하나제약 이삼수 사장 ▲대웅제약 생산본부 오송센터 이전평 센터장 ▲LG화학 CMC연구소 소진언 소장 ▲서울대 약학대학 서경원 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정책과 김춘래 과장이 패널로 나섰다.
이날 제약업계 전문가들은 품질 혁신을 위한 연속제조공정, 스마트팩토리 등 도입을 위해서는 규제 과학 기반의 정책 수립과 정부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품질혁신 위한 기술 도입 절실…수익성·불이익 등 발목
하나제약 이삼수 사장은 kGMP(Korea Good Manufacturing Practice, 한국 제조·품질관리 가이드라인)의 발전을 언급하면서도 한국의 제조 품질 혁신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장은 "초기 kGMP는 건물과 시설 등 하드웨어를 중시했지만, 최근에는 밸리데이션과 데이터진정성(DI) 등 소프트웨어를 중시한다"며 "초기 kGMP는 미국의 cGMP나 EU GMP, 일본 GMP 등 글로벌 GMP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식됐으나, 최근에는 격차가 해소돼 규정이나 실사 수준 등에 있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글로벌 제약사와 한국 제약사의 품질수준을 단적으로 비교하면, 최상위 제약사는 별 차이 없다. 하지만 중간 수준 제약사의 품질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 특히 소프트웨어인 밸리데이션과 데이터진정성에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제네릭을 주로 생산하는 평균적인 한국 제약사는 가격경쟁이 쉽지 않다. 유통 채널 확보도 어려워 해외 진출을 통한 품질 수준 향상은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또한 먼저 출시한 제품부터 높은 약가를 받는 제도 때문에 공정 개발과 검증 자료 확보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태에서 제품 출시를 서둘러 품질 혁신이 어렵다"고 했다.
이에 이 사장은 품질혁신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처벌 위주의 제도보다 당근을 제시해 품질혁신을 유도해야 한다. 품질혁신이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때"라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품질혁신을 위한 해법으로 품질고도화(Quality by Design, QbD)를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 사례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장은 "QbD를 통해 의약품을 개발하면, 품질혁신을 이룰 수 있지만, 개발기간이 길어져 약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아무리 좋은 의약품을 개발해도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약가 우대, 허가 기간 단축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면, GMP와 밸리데이션 시행과 같이 QbD를 권장에서 의무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의무사항으로 전환하기 전에는 제네릭 허가기간을 QbD로 개발하는 기간만큼 연장해 시행하는 방법도 있다"고 부연했다. QbD 도입으로 허가가 지연되는 경우, 동일한 분야의 일반 허가 심사기간을 늘려 QbD로 인한 불이익을 차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LG화학 소진언 소장은 품질 혁신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연속제조공정(Continuous Manufacturing, CM)을 제시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센서,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제조 혁신이 떠오르고 있으며, 제약업계는 연속제조공정에 주목하고 있다.
연속제조공정은 전통적인 배치 생산방식과 달리 '중단' 없이 연속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생산단계에서 중단이 없어 공정시간을 단축하고, 제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 외에도 운전비용, 에너지 비용, 제조소 면적 등을 줄일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는 연속제조공정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 역시 연속제조공정 도입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 소장은 "연속제조공정 도입을 가속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 인프라 지원, 세제 혜택, 보조금·금융 지원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규제과학 기반의 정책 수립과 전문인재 양성 등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연속제조공정 기술은 공정의 일관성과 품질을 높이고, 제조 비용·시간을 줄여 향후 미래 표준 생산 공정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이 필수"아려 "첨단제조기술 경쟁력은 의약품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국민보건을 향상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민건강 안전망 구축을 위한 의약품 제조역량 강화방안을 주제로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기술 도입 가속하려면, 예산·규제·인력 등 인프라 마련 시급
서경원 교수는 국내 의약품 제조 품질 혁신의 어려운 이유를 언급하며 ▲예산 확대 ▲규제 유연화 ▲규제당국-협회-산업계 소통 강화 ▲전문인력·기술혁신 교육 강화 및 인재 양성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기술, 공정개발 등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으나 실제 예산은 많지 않다"며 "이에 특화된 예산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규제당국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3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홍보하지만 일방통행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유예기간 동안 식약처, 협회, 산업계가 모여 미리 소통하고, (규제 관련 정보를) 학습하면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웅제약 이전평 센터장은 제조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스마트팩토리를 제시하며 "한국의 제약사업은 지속적인 성장에도 글로벌 경쟁 심화와 규제 강화로 인해 지속적인 혁신이 요구된다. 원료의약품의 해외의존도 증가와 글로벌 규제 준수 등 품질 관리 강화뿐 아니라 생산시설의 낮은 자동화와 디지털화가 도전과제로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스마트팩토리 구축은 경쟁력 확보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며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려면 품질과 효율성, 자동화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첨단기술과 규제준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팩토리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생산 과정의 자동화·효율화·최적화를 이루는 지능형 공장이다. 이는 기존 제조업의 단순한 기계 자동화 수준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과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품질을 향상한다.
이 센터장은 "스마트팩토리 구축 시 고려할 요소는 약 5가지"라며 ▲제조 공정 간소화 및 인적 오류 감소 ▲데이터 완전성 ▲품질보증 및 지속적인 공정검증 ▲사이버보안 강화 ▲스마트 공급망 및 물류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을 언급했다.
그는 "국내 제약기업은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공정을 자동화하고 품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변화다. 하지만 많은 회사가 다품종 소량생산에 주력하고 있어 로봇업무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RPA)를 기반으로 한 품질 문서의 자동화, QbD, 지속적공정검증(Continued Process Verification, CPV) 적용 등 관련 기술 개발과 표준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김춘래 과장은 "GMP에 대한 기준 업데이트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AI와 관련한 GMP 기준 마련과 조사관 역량 강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 픽스) 회원국 지위 유지와 약전토론그룹(Pharmacopoeia Discussion Group, PDG) 가입 추진 등을 언급하며 "규제 수준을 글로벌로 맞춰가는 방향은 변하지 않는다. 정부와 업계는 동반성장하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AI와 관련해선 "지난해부터 AI 글로벌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 개최한다"며 "최신 기술의 도입이 촉진될 수 있도록 업계와 소통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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