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5.24 06:12최종 업데이트 23.05.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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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실적 엇갈린 명암…일동제약 이례적인 대규모 구조조정

보령 높은 성장세로 우주의학 등 새로운 사업 확장 모색…SK바사 엔데믹으로 적자전환했지만 R&D는 더욱 확대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내 중견 제약사인 일동제약이 안정적인 매출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영업적자가 이어지면서 구조조정 등 강도 높은 경영쇄신에 나선다.

비슷한 규모인 보령 등은 실적 개선과 함께 흑자전환이 이어지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며, 코로나엔데믹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한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오히려 R&D 등 투자 확대를 꾀하고 있어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이 연구비용 효율화, 파이프라인 조기 라이선스 아웃(L/O) 추진, 품목 구조조정, 임직원 ERP 등을 포함한 쇄신안을 내부 구성원들에게 공표했다.

이 같은 대대적인 경영쇄신안 발표는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적자폭 확대로 풀이된다.

실제 일동제약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지난 2021년 5601억3200만원, 지난해 6377억1400만원, 올해 1분기 1460억5800만원으로 안정적인 상황이지만, 매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2021년 영업손실액은 -555억3500만원에서 2022년 -734억8100만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148억3600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당기순손실도 지난 2021년 -997억500만원에서 2022년 -1421억7000만원으로 불어났고, 올해 1분기에도 -108억2100만원의 손실액을 기록했다.

경영진은 이 같은 적자난을 코로나19 치료제(조코바)를 비롯한 과감한 R&D 투자, 비효율적인 재고관리, 방대한 조직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해 경영쇄신안을 마련했다.

일동제약 측은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으며, 임원도 20% 감원하고 급여 역시 20%를 반납하기로 했다"면서 "조직 효율화와 함께 영업·마케팅 분야 역시 이익구조가 취약한 품목을 과감히 정리하고 합리적인 안전재고 운영으로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년간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상당수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한만큼, 이제는 라이선스아웃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투자 보다는 성과 '회수'를 통한 이익 창출로 무게 중심을 옮겨 가는 것이다.

실제 일동제약은 매출액의 약 19% 규모를 연구개발비용에 지출했고, 이를 통해 ▲당뇨병 ▲간 질환 ▲위장관 질환 ▲안과 질환 ▲파킨슨병 등 10여종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당뇨병의 경우 저혈당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GPR40 작용제(agonist) 계열의 신약 후보물질,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 계열의 후보물질 등이 높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임상효율화와 함께 적극적인 글로벌 파트너 발굴에 나설 전망이다.

코로나 특수 빠지면서 적자 발생한 SK바사는 R&D 오히려 확장

반면 비슷한 매출 규모를 갖는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를 봤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일동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적자전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R&D를 늘리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나선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자체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은 물론 백신 CMO, CDMO 사업 등으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으나, 엔데믹이 본격화되면서 매출 급감이 이어졌다.

지난 2021년 SK바사의 매출액은 9290억원으로 1조클럽을 눈앞에 뒀으나, 2022년 4567억2600만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4742억2000만원에서 1150억1400만원으로 감소폭이 더욱 두드러졌다. 당기순이익도 3551억3900만원에서 1224억5200만원으로 감소했다.

더욱 문제는 올해 1분기에 들어서면서 적자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매출은 205억9700만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291억8900만원, 당기순손실은 -142억6800만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바이오1~3실, BD실, 개발전략실, 허가임상본부 등으로 구성된 R&BD 조직을 갖추고 있고 무려 312명에 달하는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연구개발비 지출은 더욱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2021년 연구개발비는 995억7900만원, 2022년에는 1129억9500만원으로 실적과 반비례했다. 올해 1분기도 275억5900만원으로 매출대비 연구개발비가 무려 133.8%에 이르렀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사장은 앞으로도 더욱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사장은 "엔데믹에 따른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불구, 지금부터 5년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미래를 좌우할 적극적 투자의 시기인만큼 R&D에만 1조2000억원을 투입하겠다"면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 확보를 통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성장해 대한민국이 백신∙바이오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보령·동국·대원 등 안정적 수익에 비교적 적은 R&D 투자로 높은 영업이익률 유지

한편 일동과 비슷한 규모의 중견기업인 대원제약, 동아에스티(동아ST), 보령, 동국제약, HK이노엔, 제일약품 등은 평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개선된 성적을 얻으면서 별도의 경영쇄신은 추진하지 않을 전망이다.

보령은 올해 1분기 전문의약품을 중심으로 전 사업부문에서의 실적 개선이 이어지면서, 분기 매출 2000억원 돌파라는 쾌거를 얻었다.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11% 증가한 2038억1100만원을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LBA 품목 추가에 따른 상각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이익 증가세를 보였다.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했으나 159억9654만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1.49% 증가한 113억6235만원으로 나타났다.

보령 측은 "전문의약품 매출 비중이 84%로 높은 비중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인구 변화에 따라 5대 만성질환군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계절성을 극복한 안정적 매출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적 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R&D 규모는 5~6%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사업군을 우주로 확장하는 데는 전폭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안에 액시엄 스페이스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면서 'Care In Space' 사업의 인프라를 확보하는 동시에 CIS(Care In Space) 챌린지(Challenge)를 개최해 기술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대원제약은 지난해 감기약 특수로 높은 실적 개선이 이어졌는데, 올해 1분기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지면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240억8900만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89억7900만원, 당기순이익은 95억2700만원으로 나타났다.

대원제약은 '적극적인 R&D 투자없이 기업의 미래가 없다' 라는 판단 아래 특화된 신약과 개량신약의 독자적 개발에 초점을 맞춰 역량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호흡기 중심에서 만성질환으로의 포트폴리오 확장을 꾀하면서 올해 들어 연구개발비가 크게 증가, 매출액 대비 13.4%를 기록했다.

동국제약의 경우 2023년 1분기 매출액이 1808억원으로 일동과 비슷했으나, 영업이익은 193억원, 당기순이익은 161억2200만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동국제약의 경우 R&D 투자액이 매출대비 5%대 정도로 비교적 규모가 적고, 전문약 외에도 일반의약품, 화장품, 헬스케어제품 등 다양한 캐시카우 확보와 함께 수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한 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동제약처럼 지속적으로 수천억원대의 매출이 발생하고 아로나민 등 대표 브랜드가 있는 중견제약사가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단행하는 것은 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며 "코로나19 치료제 등 연구개발비 투자가 급증했고 계속되는 영업손실에 글로벌 경제 위기까지 겹치면서 돌파구를 찾아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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