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11.13 06:33최종 업데이트 19.11.1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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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성 치매와 장내세균 그리고 치료제 해양 갈조류

[칼럼] 조양래 생물학 박사 신테카바이오 연구소장

사진: 장내미생물과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관계를 보여주는 모식도. 왼쪽: 치매 쥐의 소화기관에 있는 미생물구성의 다양성 감소 결과 나타나는 치매진전 과정. 오른쪽: GV-971을 이용한 치료효과로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이 회복되어 뇌조직 염증이 줄고 인지력 감소가 완화됨.

[메디게이트] 상하이에 기반을 둔 뤼구제약사(Shanghai Green Valley Pharma)는 올리고당(GV-971)을 치매(이 글에서 치매는 모두 알츠하이머성 치매임) 치료제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물질은 미역이 속해 있는 해양 갈조류에서 추출한 올리고마네이트(oligomannate)다. 중국의 국가약물감독관리국(CNMA, CFDA)은 이물질을 경도 및 중도의 치매 치료제로 조건부허가를 수여했다. 이 치료약은 치매환자의 뇌조직에 쌓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항체나 노인반이 생성되지 못하도록 고안된 BACE 억제제와 작용기전 및 기본 가설이 다르다. 임상시험 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해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제출했으며 현재 리뷰 중이라고 한다. 이 임상시험논문이 발표되기에 앞서 올해 9월 셀 리서치(Cell Research) 저널에 발표된 논문을 바탕으로 이 물질의 작용 기전을 분석하고 치매연구분야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생각해 봤다.

아밀로이드 가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치매 연구분야에서 아밀로이드의 기원에 대해 두 가지 주장이 있는데, 소화기관에서 만들어 진 다음에 뇌로 옮겨간다는 주장이 근래 실험적 증거와 함께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치매와 소화기관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이 간헐적으로 발표됐다. 예를 들어 장내세균의 균형이 깨지면 뇌조직에 염증이 생기고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가 생성된다. 치매 모델 쥐에 항생제를 투여하면 장내세균의 수가 감소되고 노인반 주위에 모여 있는 미세아교세포가 감소된다. 장내 세균이 생성한 당지질(lipopolysaccharides)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조직에서 발견되며 당지질을 쥐의 혈관에 주사하면 미세아교세포가 활성화된다. 

혈액내에 있던 면역세포들이 치매 환자들의 뇌조직 염증과 관련이 있다는 논문들도 발표됐다. 치매 모델 쥐에서 혈액에 들어있는 면역세포인 Th1 세포들은 다양한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염증을 유발시킨다. 치매와 소화기관과 연관이 조금 알려지기는 했지만 분자 수준의 기전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었다. 뇌조직에 침투한 면역세포들 중에서 어떤 세포들이 알츠하이머에 관여하는지 모르며 어떤 힘에 끌려 혈액 중에 있는 면역세포들이 뇌조직에 침투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연구팀이 Cell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은 이런 질문에 대해 대답할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이 실험에 사용된 모델쥐(5XFAD)는 생후 2주째부터 아밀로이드가 뇌조직에 쌓이기 시작해, 4주째 신경접합부에 사멸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5주째 타우-단백질이 인산화되기 시작하며, 6주째 행동에 변화가 나타나 9주부터 학습능력이 현저하게 감소한다. 이렇게 빠르게 치매와 관련된 생리 및 병리증상이 발전하는데 모델 쥐를 약을 먹이는 그룹과 약을 먹이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9개월 동안 장내세균 구성과 다양성, 장내 아미노산을 포함한 대사산물, 혈액내 아미노산, 혈액내 면역세포, 뇌조직내 면역세포, 학습능력을 정상 쥐들과 비교했다. 

정상적인 쥐들의 장내 미생물 구성은 조사하는 몇달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치매 모델 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생물들의 구성이 많이 변했다. 그와 함께 3개월째부터 염증의 원인이 되는 나쁜 염증면역세포 M1과 Th1는 증가하고, 뇌조직을 보호하는 조직을 보호하는 좋은 면역세포 M2와 Th2는 감소했다. 정상적인 쥐의 뇌 조직에서는 이와 반대로 보호 면역세포들이 증가하고 염증면역세포들은 감소했다. 

치매 모델 쥐에 항생제를 먹이면 장내 미생물 수가 감소되고 뇌조직내에 나쁜 면역세포인 Th1과 M1세포들도 감소했다. 또 정상적인 쥐를 치매 쥐와 같이 넣어 키우면 행동, 장내 세균구성, 뇌 조직에 Th1과 M1 면역세포들의 수 등이 치매 쥐와 비슷하게 변했다. 결정적으로 치매 쥐의 똥을 정상 쥐에 먹이면 치매 쥐와 비슷해 졌으며 거꾸로 정상 쥐의 똥을 치매 쥐에 먹이면 정상 쥐와 비슷하게 변했다. 이렇게 면역세포의 구성이 바뀌는 이유는 장내세균의 구성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증거들을 밝혀냈다. 

치매 쥐에게 올리고당 약물(GV-971)을 먹이면 뇌조직의 염증을 감소시켰으며, 인지능력이 감소되는 속도를 둔화시키고 공간학습 능력과 기억력을 향상시켰다. 이 약을 먹이면서 장내세균의 구성을 조사해 보면 미생물의 다양성이 증가했다. 혈액내에서는 염증의 원인이 되는 뇌조직에서 나쁜 면역세포 Th1과 미세아교세포의 활성, 베타-아밀로이드, 타우-단백질 등이 감소했다. 

장내 미생물들의 구성이 치매 쥐와 정상 쥐 사이에 차이를 확인하고, 미생물들의 역할을 알아보기 위해 박테리아들이 만들어낸 대사산물들을 비교했다. 치매 쥐의 똥에 사는 박테리아들이 만든 대사 산물들을 CD4+ 면역세포 배양액에 넣어주면 염증의 원인이 되는 Th1으로 분화됐다. 그에 비해 정상 쥐에서 나온 박테리아들의 산물들은 뇌를 보호하는 면역세포 Th2로 분화시켰다. 이 두 가지 대사산물들을 비교해보니 치매 쥐에서 분리한 미생물들은 페닐알라닌과 아이소류신을 정상 쥐에서 분리한 미생물들보다 많이 생산했다. 

치매 환자들을 정상인들과 비교해 보면 치매환자들은 정상인에 비해 혈액내에 페닐알라닌의 농도가 높고 뇌조직내에 Th1 세포수가 더 많았다. 갈조류에서 정제한 올리고당 GV-971은 페닐알라닌이 많을 때 면역세포 CD4+가 나쁜 면역세포 Th1으로 분화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GV-971은 아미노산 대사를 조절하여 뇌염증을 방지하는 것 같다.  

연구팀은 이 올리고당이 장내세균의 구성에 영향을 미쳐 치매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된 것 같다. 초기에는 이 약물이 베타-아밀로이드와 직접 작용해 치료효과가 나타난다고 생각할 만한 증거들을 확인했다고 한다; ①이 약물이 Type 1 glucose transporter를 통과해 혈액으로부터 뇌조직으로 이동한다. ②베타-아밀로이드 여러 부위에 붙으며 아밀로이드 섬유를 만들지 못하도록 한다. ③만들어진 아밀로이드 섬유를 불안정하게 변화시켜 아밀로이드 단체로 분리되도록 한다. ④분리된 아밀로이드는 식균작용에 의해 소멸되도록 한다. 이렇게 아밀로이드 가설에 부합하는 증거를 찾았으나 논문에는 첨가하지 않았고 장내세균 구성의 변화에 의해 치매가 치료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혈액에 포함된 페닐알라닌과 아이소류신의 양을 조사하면 치매환자들과 정상인 사이에 평균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정상인 사이에서도 개인간 차이가 심해 진단에 이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건강한 사람의 똥에서 분리한 미생물이 미국에서 이미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고 들었다. 치매를 치료하는 목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똥이 팔리게 될 날도 올 것 같은 상상이 된다. 중국회사는 GV-971을 대량생산해 올해 12월까지 중국 전역에 보급할 예정이며 값은 현재 팔리고 있는 치매치료제 아세틸콜린 억제제의 2배 정도로 책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GV-971은 식용 갈조류에서 분리했으므로 독성이 없고 생산이 쉬우며 먹기도 어렵지 않아 약으로 승인이 된다면 치매환자, 가족 및 사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지난 20여년동안 100조원 이상 투자하면서 아밀로이드 가설에 근거한 치료제를 개발하려던 노력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1000억원도 투자하지 않았을 연구에서 도출한 신선한 결과는 많은 연구자들과 투자자들을 놀라게 하고있다. 아밀로이드 가설과 다른 새로운 관점도 환영 받게 될 큰 이유다.

한편, 이 논문에 기록된 결과와 임상시험 결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믿기에는 아직 조심스러운 점들이 남아있다. 발표된 논문결과를 보면 ①아직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단백질 엉킴이 호전되는 이유를 모른다. ②사람이 아닌 쥐에게 나타나는 약물 효능을 기술하였다. 사람과 쥐에 나타나는 효능을 다를 수 있다. ③논문에 포함된 데이터 양이 많고 실험 결과들이 너무나 완벽하다.

임상시험결과도 아직은 조심스럽게 받아들여 할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다. ①효능을 보는 3상 임상시험을 1회 밖에 실시하지 않았다. ②환자수는 약물군과 위약군을 합해서 최종 684명 밖에 안된다. ③투약하기 시작한 후 4주째부터 괄목할 인지능력개선 효과를 보인다. 기존에 개발 중이던 약들이 2년에서 5년 동안 관찰하던 계획을 고려한다면 혁명적이다. ④모든 임상시험을 중국병원에서 시행했다. ⑤중국 CFDA에서 약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으로 보면 반드시 2회 이상 임상시험으로 효능을 증명해야 한다. 이 회사는 CFDA에 제출하기 위해 추가적인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으며 동시에 국제 임상시험을 준비중에 있다. 이 약물이 보다 엄격한 임상시험에서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이 글을 마친 오늘 저녁에는 내가 좋아했던 해초 반찬과 미역국을 먹고 싶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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