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바이오 투자시장이 팬데믹 이후 선별 투자 기조로 재편되면서,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자체보다 시장 이해도와 사업모델, 투자금 회수 전략을 투자자 관점에서 제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SV인베스트먼트 박민식 부사장은 15일 개최된 2026년도 경기도 의료협력 포럼에서 '바이오 투자 트렌드 및 투자유치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며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전략을 소개했다.
박 부사장은 최근 바이오 투자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는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을 기반으로 벤처투자가 급속히 성장했지만, 코로나19 정점 이후 하락 반전과 반등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바이오 투자 역시 팬데믹 버블 이후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최근 바이오 투자시장은 전반적인 투자 규모 감소와 함께 선별 투자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며 "투자금이 극초기 기업이나 프리IPO 단계 기업에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그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투자유치 전략을 세울 때 산업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는 최종 수혜자가 환자일 수 있지만 실제 제품 선택과 처방, 도입 과정에서는 의료진과 병원, 보험체계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박 부사장은 "개발을 하는 회사는 MD의 눈에 맞춰야지 소비자의 눈에 맞추면 안 된다"며 "신약이 나오면 대박이 나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을 누가 하는지, 돈은 어디서 나가는지, 급여가 되는지 등을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SV인베스트먼트 박민식 부사장 발표자료 중 일부.
투자자 관점에서는 기술 자체보다 사업화 가능성과 경영진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자가 보는 핵심 요소로 팀과 수익모델, 시장 이해도, 회수 가능성을 꼽았다.
박 부사장은 "기술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이는 기본"이라며 "투자자는 시장을 아주 잘 이해하는 경영진에 주로 베팅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수익을 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IR 자료 작성 시 연구자나 개발자 관점이 아니라 투자자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학회 발표 자료를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은 투자자 설득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부사장은 "IR은 청중의 수준을 생각해서 만들어야 한다. 투자자들도 만나기 전에 IR 자료를 먼저 본다"며 "데이터가 좋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알지만,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박 부사장은 '세계에서 유일하다', '경쟁자가 없다', '시장의 1%만 점유해도 된다'는 식의 표현은 피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세계에서 유일하고 경쟁자는 없고 경쟁 기술도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며 "좋은 시장이고 좋은 기술이라면 유사한 것은 분명히 있다. 자금과 인력을 갖춘 대기업도 검토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쟁 상황을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사가 없다고 주장하기보다 경쟁 기술과 제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사 기술이 가격이나 성능, 접근성 측면에서 어떤 우위를 갖는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시장의 1%만이라는 얘기도 많이 한다"며 "시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시장이 10조원인데 1%만 해도 1000억원이라는 식의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투자유치 이후 후속 자금조달 계획과 투자금 회수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사장은 "회수 전략을 아주 명확하게 써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대부분 M&A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코스닥 IPO가 거의 유일한 통로다. 어떤 요건으로 IPO를 할 수 있는지, 투자자가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고 엑싯 가능성이 충분한 회사가 투자자가 원하는 회사"라며 "투자자는 결국 회수를 전제로 투자한다.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기술 설명에 그치지 말고 시장성과 수익모델, 회수 전략을 투자자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