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원료의약품과 필수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제약업계는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설비 투자·장기 수요 촉진·R&D·수출 지원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근당바이오 박완갑 대표는 10일 개최된 '제약바이오 비전 2030 실현 제2차 혁신포럼'에서 '필수의약품 공급망 안정화와 K-원료의약품 산업의 미래'를 발제하며, ▲전략 원료의약품 지정·지원 제도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 시 우대 정책 ▲원료의약품 원산지 표시제 등 국가 차원의 지원 정책·제도를 제안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2025년 국가필수의약품은 473종으로 항감염제, 항종양제, 신경계 등 다양한 치료 영역의 의약품을 포함한다.
국가필수의약품은 생산량이 적거나 비용이 높아 자연적 공급이 어려운 품목을 의미한다. 치료 필수성이 높지만 생산 유인이 낮아 국가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2016년 109품목을 시작으로 관리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 품목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 적절한 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필수의약품 중 22.8%가 품목허가가 없고, 27.5%가 유통되지 않았다. 공급중단·부족 의약품 중에서 필수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4.5%로 높다. 이는 제조원 문제, 수요 증가, 채산성, 원료 공급 불안 등에 따른 결과다.
이날 박 대표는 글로벌과 국내 의약품 시장은 완제 분야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원료의약품 시장은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뒤처져 원료 조달 단계에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살펴보면 2019년 16.2%, 2020년 36.5%, 2021년 24.4%, 2022년 11.9%, 2023년 25.6%로 하락세를 보였다. 2020년과 2023년에는 소폭 증가했으나, 여전히 20~30%대에 머물렀다.
이에 박 대표는 "공급 차질 시 대체 수급이 어려운 구조적 취약성이 존재한다. 특히 페니실린-세파계 항생제 원료의 국산화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페니실린-세파계 항생제는 6-APA, 7-ACA를 기초로 생산되며, 해당 밸류체인의 핵심 원료와 공정은 대부분 중국이 맡는다. 이러한 생산거점의 중국 집중화는 가격과 수급 불안을 가중한다.
이에 박 대표는 "정부지원과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생산기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팬데믹 이후 중국 생산, 물류 차질 등으로 원료 단가가 급등하고 운송 지연이 빈번해지면서 공급망 붕괴 리스크가 심화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설비 투자 보조금, 기술 지원으로 항생제 API 생산거점을 확보해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를 완화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도 투자 보조금과 기술협력으로 현지 항생제 생산비중을 확대해 유럽 내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했다"며 해외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정부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여전히 필수의약품의 상당수가 원활히 공급되지 못한다"며 "필수의약품은 치료 필수성이 높아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 공급 불안은 공중보건위기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비 투자 보조금, 수요 확보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공과 수요 촉진 정책 메커니즘을 통해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고 타국가간 협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전략 원료의약품 지정·지원 제도를 제안했다. 국가 필수성을 가지는 원료의약품을 중요 물자로 지정해 국민 건강과 경제안보를 확보하고, 생산이 취약한 핵심 원료의약품의 중간체 사업을 보완해 의약품 벨류체인의 전방부를 법적·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 시 우대 정책과 원료의약품 원산지 표시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한 완제의약품의 약가를 우대하고, 원료의약품 제조국을 공개하면 완제의약품 생산 시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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