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에 선 전 인요한 의원. 사진=JTBC 뉴스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국회 취업심사를 통과한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의 대한적십자사 회장 취임에 제동이 걸렸다.
청와대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인 전 의원을 회장으로 인준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직접 전달했고,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에 이어 여당 대표까지 인준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이 대통령의 최종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6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전날 청와대 만찬을 마친 뒤 이 대통령과 별도로 만나 인 전 의원의 적십자사 회장 인준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민석, 대통령 만나 인준 반대 직접 건의…청와대 “검토 예정”
박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가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인 전 의원을 대한적십자사 회장에 임명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적십자사 회장과 관련한 김 대표의 건의가 청와대에 전달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인준 여부나 결정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6월 22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통해 인 전 의원을 제32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라 회장 선출자는 명예회장인 대통령의 인준을 받아야 하며 임기는 3년이다.
인 전 의원은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통과해 현재 대통령 인준만 남겨두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인준하지 않으면 회장 취임은 무산된다.
취업 불허 의견 6명에도 승인…시민사회 반대 확산
앞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24일 인 전 의원의 대한적십자사 회장 취업 적절성을 심사한 결과 ‘취업 가능’ 결정을 내렸다.
심사 과정에서 재적위원 12명 가운데 6명이 취업을 승인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과반을 넘지 못해 최종적으로 취업이 승인됐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7일에도 해당 안건을 심사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처리를 연기했다.
취업심사 통과 이후에도 인 전 의원의 과거 민간의료보험·영리병원 관련 발언과 12·3 비상계엄 및 탄핵 국면에서의 행보를 둘러싼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6일 성명을 통해 “의료공공성 확대라는 대한적십자사의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물의 회장 선임에 반대한다”며 이 대통령에게 인준 중단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인 전 의원이 과거 국민건강보험에 대해 사회주의적 경향이 강하다고 비판하고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와 영리병원 도입을 주장한 점을 문제 삼았다.
경실련은 “대한적십자사는 정치적·사회적 조건과 관계없이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보호하는 인도주의 기관”이라며 “의료접근권을 경제력에 따라 차등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온 인 전 의원이 적십자사의 수장에 오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 과정에 대해서도 “한 달간 심사를 미루고도 논란에 대한 납득할 만한 판단 기준과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검증 없이 취업을 승인한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는 인 전 의원이 의료현장과 공공보건의료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고 북한 결핵 퇴치와 의료장비 지원, 한국형 구급차 개발 등에 참여했다는 점을 회장 선출 배경으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