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12.12 05:03최종 업데이트 17.12.1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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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향하는 기술이 아름답다"

[인터뷰] '만드로' 이상호 대표

스마트폰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전자의수

사진: '만드로(Mandro)'의 이상호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사람을 향하는 기술이 아름다운 기술이다." 초등학생의 이 한마디가 3D 프린팅 창업자의 사업방향을 바꿔놓았다.

'만드로'의 이상호 대표는 '돈이 없어 전자의수를 쓰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를 모토로 3D 프린팅을 이용해 기존 전자의수의 30배 이상 저렴한 가격인 '스마트폰으로 살 수 있는 전자의수'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3D 프린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동갑내기 양손 절단장애인이 올린 비싼 전자의수를 살 수 없어 포기해야만 하는 사연을 보고 그를 위해 한 달만 시간을 내기로 마음 먹었던 게 결국 전자의수를 만드는 회사를 창업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필요해도 살 수 없는 '전자의수'

이상호 대표가 동갑내기 절단장애인의 글을 본 건 스탠포드대에서 삼성전자 파견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3D 프린터에 눈을 뜨고 한국에 돌아온 후 남들보다 앞서 사회에 발을 내딛고자 2014년 퇴사하고 창업을 준비하던 때였다.

글을 올린 동갑내기의 동의를 구해 무료 전자의수 제작에 착수한 그는 3주가 채 되지 않아 첫 번째 버전을 완성하고 당사자를 만났다. 완성품을 만들기까지는 마음 먹은 한 달로는 부족해 두 달 정도로 기간을 늘렸다. 하지만, 본인이 장기적으로 할 일은  아니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그 동안의 과정을 모두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지인 중 한 명이 그 장문의 글을 다른데 공유했는데, 그걸 다시 하루에 100만 명이 공유할 정도로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그 중 '사람을 향하는 기술이 아름다운 기술이다'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이 대표는 "그 동안 '기술'이라고 하면 펜, 종이, 책, 자, 지우개, 연필 등 별다른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것이라고만 여기고 있었는데, '사람을 향하는 기술'이라는 얘기를 듣고 반성하게 됐다. 더욱이 글을 올린 당사자를 수소문해보니 초등학교 6학년이라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전자의수 제작을 다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전세계에 전자의수가 필요한 절단장애인은 천만 명인데 기존 전자의수 가격은 4천만 원에서 1억 원 수준이라 실제 이를 사용하는 사람은 전체의 0.1% 밖에 안된다고 한다. 사업성을 고려하기 전에 누군가의 지원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자극했다. 그는 "누구나 사용하게 하려면 어느 정도의 가격이어야 하나를 고민하다 스마트폰 가격 정도면 누구나 살 거라 생각했다"고 말한다. 인건비를 고려하면 스마트폰 가격은 사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그는 이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궁극적으로 수익 실현이 가능할 거라 생각하고 있다.

너무 비싸서 수지를 맞출 수 없는 부품인 근전도센서(EMG)는 직접 개발하고, 3D 스캐너와 3D 프린터를 이용해 모델링 함으로써 석고 모델링 절차를 없애고, 전극은 피부친화적 단추 성분을 사용하는 등 새로운 아이디어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저렴한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소음이 있거나 약간 투박할 수 있지만 플라스틱이라 오히려 가볍고, 손가락 관절 15개가 모두 움직이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또, 3D 스캐닝한 3차원 도면을 활용해 양손 절단 장애인도 충전·착용·보관이 용이한 거치식 충전방식을 업계 처음으로 도입했다.


재능기부로 시작해 세계를 무대로 하는 사업가가 되다

2015년 2월 창업한 그는 3D 프린팅을 이용한 전자의수 제작 소식을 접한 다음 포털의 뉴스펀딩 PD의 제안을 세 차례나 거절하다 결국 수락하고, 펀딩을 통해 초기자금 천 만원을 확보하며 첫 직원을 같은 해 5월 채용했다. 

전자의수 제작은 개인맞춤형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상담, 스캐닝, 프린팅, 조립, 착용 등의 과정을 거친다. 만드로 창업 초기에는 교육용으로 활용하기를 원하는 대학 등에 전자의수 조립키트를 판매하다 1년 반 동안의 개발 기간을 거치고 나서는 완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100대 이상을 판매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처음에는 재능기부로 시작해 결국 퇴직금 3천만 원으로 시작한 사업이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정부관계자에게도 알려져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재료비를 확보하고,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지원하는 K-글로벌 디지털콘텐츠랩 사업으로 1억 원을 지원받으며 직원도 3명으로 늘었다. 또, 최근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청년 스타트업·기술집약적 초보기업의 사업 참여를 유도해 글로벌 창업 및 취업을 지원하는 CTS 프로그램을 통해 시리아 난민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서는 전자의수 500대를 보급할 계획에 있으며, 이번 사업의 현지 납품을 맡고 있는 비영리법인 '스위스림스'를 통해  아프리카 탄자니아 절단 장애인에게까지 만드로가 개발한 전자의수를 보급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 '만드로'의 이상호 대표와 직원들 ©메디게이트뉴스


"실패해서는 안되는 일", 무조건 성공을 목표로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어

'(3D 프린팅으로) 무엇이든 만든다'는 의미를 가진 '만드로'의 이상호 대표는 "지금 하는 일이 실패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이라서 위험(risk)을 택할 수도 있겠지만, 이 일은 실패 가능성을 안고 간다면 누군가 다시 하려는 사람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안정적으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했다"고 설명하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무조건 성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사업을 하면서 절단 장애인들이 전자의수를 사용하며 궁극적으로 가정의 행복을 찾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삶의 희망과 살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는 소식에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잠시의 만족 뒤에는 고통의 연속이라는 그는, 기술적인 노하우가 있어도 실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못하는 게 많다고 한다. 손의 일부분이 없는 경우 사용하는 전자의수 개발도 마찬가지다. 이미 작년 4월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두었지만, 현재의 사업을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은 후에 진행하려고 미뤄둔 상태다.

이상호 대표는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앞으로 1년에서 2년 정도 더 남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시기를 길게 볼수록 사업은 더 커질 것이고 짧을수록 사업의 규모는 작지만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품을 자력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외부 투자도 첫 제품 출시 후로 잡았던 그는, 앞으로는 다양한 절단사례에 대응할 수 있는 전자의수를 만들 계획이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 세계에서 필요한 사람이 다 쓸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중동과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 아시아 시장에까지 진출하는 것, 파트너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최소한의 비용 투자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는 방향을 찾는 것이다.

#인터뷰 # 3D 프린팅 # 전자의수 # 만드로 # 이상호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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