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9.25 10:00최종 업데이트 17.09.2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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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위한 마음이 혁신을 가져오다

3D로 만든 유방수술가이드

사진: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애니메디솔루션) 영상의학과 김남국 교수(CSO), 유방외과 고범석 교수(CMO) ©메디게이트뉴스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고민하며 수술 후 자존감 회복을 위해 지그재그 수술법을 적용해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의 고범석 교수다. 그는 수술 자체가 환자들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상처부터 없애야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질환을 잊고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이 수술법을 시도하게 됐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같은 병원 영상의학과의 융합의료 전문가이자 중개연구자인 김남국 교수를 만나며 3D 프린터를 활용한 ‘유방종양 정밀 절제용 수술가이드’ 및 보형물을 개발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3D 프린팅 기술을 핵심으로 하는 ‘애니메디솔루션’을 지난 해 공동 창업했다.
 
애니메디솔루션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및 연구진의 다양한 임상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설립된 회사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유방암 수술가이드를 비롯한 신장암, 안와골절 수술용 가이드, 선천청 소아심장기형 수술을 위한 시뮬레이션 모델 등 환자맞춤형 의료기기를 제작하고 있다.
 
고범석 교수가 하는 지그재그 수술법은 유륜을 따라 지그재그로 절개해 흉터를 최소화하는 방법인데, 성형외과에서는 유방 확대수술 등에 주로 사용하는 수술법이지만 이를 유방암 환자에서만 적용하는 경우는 그 외에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암 부위를 위에서 접근하던 걸 옆에서 접근해야 하는 수술이라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고 교수는 양성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2년 정도 미리 시도해 익숙해지고 나서 5년 전부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본 수술법에 대해 환자 만족도가 높고 종양 제거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밝힌 그는 “위가 아닌 옆에서 절개할 때는 위치 확인이 어려운데 유방 가이드를 사용하면 지그재그 수술하는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애니메디솔루션이 3D 프린팅을 이용해 개발한 '유방종양 정밀 절제용 수술가이드' (출처: 애니메디솔루션 제공)
 
유방암 수술은 유방암을 정확히 제거하면서도 유방 실질(정상)조직은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 수술실에서는 간혹 초음파로는 구분이 되지 않고 MRI로만 확인되는 암 부위 영상을 유방에 표시하는 방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런데 애니메디솔루션이 개발한 수술 가이드를 이용하면 생체염료 '블루다이(blue dye)'를 이용해 MRI에서 보이는 종양의 범위를 표시함으로써 절제 영역을 확인 할 수 있다.
 
특히, 선행 항암제를 먼저 투여 후 암이 작아지면 시행하는 부분절제의 경우는 영상에서 종양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수술가이드를 이용하면 선행 항암 실시 전 종양 부위를 표시할 수 있어 정상조직을 살리면서도 암을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다.
 
고범석 교수는 수술 가이드 사용에 대해 “종양이 잘 안 만져지는 경우이거나 다발성 종양인 경우 등 수술하기 힘든 부분절제술 대상 환자와 선행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3D 프린팅을 이용한 유방암 수술가이드 개발에 참여해 현재까지 50건 이상의 임상에 연구용으로 적용했는데, 올 하반기 임상시험이 종료되면 그 결과를 학회를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특허 받은 이 기술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제한적 의료기술’ 적용을 검토 중에 있는데, 안전성은 지난 2015년 말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서 입증됐지만 논문 제출이 요구돼 그 결정이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남국 교수는 이에 대해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의료기기는 데이터나 논문이 없어 그걸 준비하는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빛의 속도로 빠르게 바뀌는 4차 산업 시대에는 IRB 쾌속 심사를 비롯해 유효성 데이터를 사후에 검토하는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 교수는 환자의 삶의 질(QoL)과 직결되는 유방함몰도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하던 차, 김남국 교수의 3D 프린팅 강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김 교수와 함께 스펀지(벌집) 모양의 소재를 사용한 유방 보형물도 개발하게 됐다.
 
유방 확대용 보형물은 일반화됐지만 아직 유방 제거 후 사용하는 보형물은 부족한 상황에서, 암환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충전재를 없앰으로써 터지거나 곰팡이에 오염되는 우려를 없애겠다는 아이디어다.
 
3D 프린팅을 비롯한 융합의료 전문가로 잘 알려진 김남국 교수는 애니메디솔루션이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벌집형 보형물에 대해 “실리콘을 이용해 발포 정도를 조절하는 기술을 적용해 유방의 구조와 질감을 함께 맞출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남국 교수는 “기존의 개복 수술이 복강경 수술과 같은 최소 침습적인 방식의 수술법으로 진화해왔듯이, 유방암 수술도 흉터를 최소화하는데 관심이 커질 거라 생각한다”며 “의료기술의 발전과 환자의 권익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 교수는 애니메디솔루션의 향후 사업계획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3D 프린팅에 대한 임상적 수요가 있는 수술용 가이드와 시뮬레이터를 기반으로 매출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는 충전재 없는 맞춤형 보형물로 매출을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니메디솔루션은 창업자 자본금뿐 아니라 의료진이 투자한 7억, 벤처캐피탈로부터 유치한 시리즈 A 투자금 15억 원을 바탕으로 출발해, 10여 명의 임직원과 더불어 서울아산병원 연구소 40여 명이 함께 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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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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