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수가 깎아 대형병원 보상?”…바른의료연구소 “정부 수가개편, 의원·중소병원 기반 흔들 것”
바른의료연구소, 건강보험 수가 구조혁신 방안 비판…“지역·필수의료 살리기보다 검사 삭감 재원 재배분 성격”
보건복지부가 지난 25일 건강보험 수가 구조혁신에 대해 발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검체검사와 CT·MRI 등 검사 영역의 과보상을 줄여 필수의료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건강보험 수가 구조혁신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이 방안이 의원급 의료기관과 지역 중소병원의 경영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9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개편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는 구조개혁이라기보다, 정부가 과보상이라고 판단한 검사 영역의 삭감 재원을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중증·응급 보상으로 재배치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5일 건강보험 수가 구조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검체검사, CT·MRI 등의 비용 대비 수익률을 단계적으로 110%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마련한 절감 재원과 추가 재원을 합쳐 진찰료, 입원료, 중증수술, 마취, 분만, 소아, 재활 분야에 연 3조6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연구소는 정부의 재정 투입 항목 상당수가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중증수술, 응급, 마취, 포괄2차 종합병원, 급성기 재활, 모자센터 등 주요 항목이 대형병원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에 직접 돌아가는 보상은 초·재진료 인상, 일부 진료과의 심층진찰, 만성질환관리 수가 등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검체검사를 주로 위탁하는 의료기관은 대부분 의원이기 때문에 의원은 위수탁제도 개편으로 인한 피해를 집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의원급은 검체 위탁관리료 폐지로 인해 1730억원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반면, 이를 보상하는 항목은 초·재진료와 제한적 심층진찰에 머문다”고 밝혔다.
진찰료 인상에 대해서도 보전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의원 초진료는 1만8840원에서 1만9980원으로 1140원, 재진료는 1만3370원에서 1만3900원으로 530원 인상된다.
연구소는 “초·재진료 인상폭이 파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인상 금액을 보면 절대로 파격적 인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이 정도 진찰료 인상 수준으로는 삭감된 검체검사·영상검사 수가로 인한 수입 감소를 대체할 정도의 보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2027년도 의원 환산지수 결정 방식도 문제로 지목했다. 의원 유형 수가가 명목상 1.6% 인상됐지만, 이 중 0.9%만 환산지수 인상이고 나머지 0.7%는 상대가치 연계 방식으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1.6% 인상이라는 숫자는 맞지만 모든 의원 전체 건강보험 청구액에 균일하게 1.6%가 보장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의원 전체 행위에 일괄적으로 작동하는 기본 단가 인상과 특정 항목에 선택적으로 반영되는 상대가치 조정은 다르다”고 밝혔다.
자체 시나리오 분석에서도 기관별 영향은 엇갈렸다. 연구소는 정부가 공개한 1단계 절감액과 투입 재정을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의원은 연간 1345억~2686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중소병원은 기능과 지역에 따라 소폭 순감소 또는 순증가가 갈리고,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은 순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피해를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의원과 중소병원의 경영 악화는 상당 부분 수치로 재현된다”며 “기관별 불균형을 보완할 조치가 따라오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1차부터 3차까지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국민 의료 접근성이 심각하게 저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역의료 대책에도 한계가 있다고 봤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84개 시군구에 진찰·입원 5% 가산을, 비수도권 및 수도권 취약지에 종합병원 이상 수술·처치 10% 가산과 야간·응급 추가 10% 가산을 제시했다.
그러나 연구소는 “인구감소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많은 진료 건수를 전제로 한 가산이 아니라 필수 기능을 유지하는 비용 자체에 대한 보전”이라며 “고정비 부담이 크고 진료량이 적은 지역의원·중소병원에는 절대액 기준으로 매우 약한 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심층진찰 수가에 대해서도 “상징적인 수준의 선별적 가산일 뿐, 저평가된 기본 진찰 행위의 가치를 높이는 장치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의원 심층진찰은 내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로 제한되고 10분 이상 진료 시 초진 진찰료를 2배 산정하는 방식이다.
연구소는 “심층진찰에는 대상 질환과 연간 횟수 제한이 있어 모든 의원의 손실보전 장치가 되기 어렵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심층진찰을 이유로 진찰료를 두 배로 요구하면 거부감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민원 증가와 환자·의사 간 신뢰관계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소는 의원급 손실을 환산지수와 별도로 직접 보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검체 위탁관리료 폐지와 검사료 조정으로 발생하는 의원 손실을 총 인상률 1.6% 안에 흡수하지 말고 최소 1년간 별도 재정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정부가 진정으로 효용성 있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의원급 직접보전을 환산지수와 별도로 분리해야 한다”며 “일차의료를 검사와 분리된 독립적 수익모형으로 전환하고, 외래 기본진찰료 추가 인상과 만성질환·복합질환·고령자 관리에 대한 선택계약형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