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쥬 심훈 상무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제도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의료 행위의 연속성과 제도 논리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 시스템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제도와 급여 체계 안에서 사업을 이어가기까지는 적지 않은 현실적 장벽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메쥬 미래성장실 심훈 상무는 12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주최, 메디게이트뉴스 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 바이오·헬스 포럼 PART2- 규제로 가로막힌 디지털 헬스케어 강국'에서 '급여권 안에서 본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능성과 제언'을 주제로 발표했다.
심 상무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현실을 설명하며 "복서 마이크 타이슨은 누구나 계획을 갖고 링에 오르지만, 한 대 맞고 나면 그 계획은 사라진다고 했다"며 "한국에서의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충분해도 현행 제도 위에서는 전혀 다른 룰이 작동한다는 의미다.
그는 메쥬의 웨어러블 심전도 모니터링 기기 '하이카디' 개발 배경으로 병원 현장의 구조적 불편함을 언급했다. 심 상무는 "기존 환자 감시장치는 무겁고 환자의 움직임을 제한해 회복과 재활에 불리하다"며 "병원 안에서도 환자가 이동하거나 검사실로 다니는 과정에서 모니터링이 끊기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메쥬는 강원도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 실증 사업에 참여해 디지털 헬스케어 실증 사업을 추진했다. 2019년 강원도 출렁다리를 오르는 관광객과 등산객을 대상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부착해 심전도를 측정하며, 야외 활동 중에도 의료적 판단이 가능한 신호 확보 여부와 부하 상황에서의 부정맥 발견 가능성을 검증했다.
실증 결과 약 2000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으며, 일부에서 기존에 인지하지 못했던 부정맥이 확인됐다. 이후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격리 환자 모니터링과 백신 이상 반응 관찰에도 활용됐으며, 일부 사례는 보건복지부 디지털 헬스케어 우수 사례로 소개됐다.
기술적·임상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급여권 진입 이후 사업 환경은 순탄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심 상무는 "의료진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애플워치와 무엇이 다른가'였다"며 "디지털 헬스케어가 무엇에 쓰이는지 이해시키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들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기존 의료 행위와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심전도는 비침습적이면서 생명과 직접 연결된 가장 기본적인 생체 신호라는 점에 주목해, 웨어러블 기기로는 최초로 24시간 홀터 검사와 환자 감시 행위에 대해 동시에 요양급여 인정을 받았다. 심 상무는 "하나의 의료기기에 하나의 행위만 인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심사 과정에서 비교적 전향적인 판단이 내려졌다"며 이를 사업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이후 메쥬는 동아에스티와의 협업을 통해 제품 보급을 확대했고, 현재 해당 솔루션은 전국 700여개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도입률도 절반을 넘어섰다. 다만 의료 인력 부족과 병원 수익성 압박이 커지면서, 현장에서는 이동 환자 모니터링 등 추가적인 급여 확대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심 상무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역할을 '제도 파괴'가 아닌 '의료의 진화'로 규정했다. 그는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제도를 무너뜨리는 산업이 아니라, 기존 의료를 업데이트하는 산업에 가깝다"며 "기술 발전 속도를 규제가 즉각 따라오지 못하는 시차는 기업이 일정 부분 감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버티는 과정에서 현장의 요구와 실제 경험을 끊임없이 설명하고 공유하는 것"이라며, 규제를 단번에 바꾸기보다 정책 결정자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를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 상무는 급여권 진입 과정의 심사 구조에 대해 "특히 심평원 판단에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얼굴과 제도 형식에 묶이는 얼굴이 동시에 존재했다. 명확히 불가하다고 말하지 않으면서도 평가 과정에서는 기존 병원 환경 중심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느꼈다"라며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의료 행위의 연장선에 있지만, 제한적인 제도 해석으로 적용 범위가 좁아진다"고 했다.
이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제도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의료 행위의 연속성과 제도 논리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심 상무는 "지금은 단순히 데이터를 쌓는 단계지만, 이 데이터들이 축적되면 예후를 예측하고 기존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진단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며 "이미 일부 지표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악화나 저혈당 쇼크 예측 등으로 활용 가능성이 검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지금이야말로 디지털 헬스케어의 역할과 제도적 위치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기술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 전체를 어떻게 진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