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의대생 복귀를 두고 특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 불편한 속내가 감지되고 있다.
'특혜'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까지 거론되면서 지금처럼 백기투항하듯 돌아가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일부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2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5일 '기존 교육과정의 감축 없이 의학교육의 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대생을 포용하기로 했다'며 학사 운영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후 특혜 논란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본과 3·4학년에 대한 의사 국가시험이 추가로 실시되고 1학기 수업 불참자들에 대한 어떤 불이익도 없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지난 17일 국회 전자 청원에 올라온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복귀 특혜 부여 반대에 관한 청원'은 28일 기준 7만여명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특혜 논란이 커지면서 의대생 복귀 과정을 중간에서 조율하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 마저 특혜를 일부 인정했다. 그는 "학사 일정을 새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특혜는 맞다. 다만 앞서 특혜가 아니다라고 말한 부분은 총량에서 학점이나 수업 시간을 줄이지 않는다는 표현이었다. 저의 표현이 굉장히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반면 의료계에선 특혜 시비가 커지자 오히려 의대생 복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비판적 여론을 감수하고 떠밀리듯 이대로 돌아가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의료포럼 조병욱 정책정보위원장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들어가나, 내년 3월에 들어가나 어차피 똑같아져 버린 것 같은데 몸고생 마음고생은 다하고 욕은 욕대로 먹고"라고 현재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그냥 조용히 원대복귀하면 특혜 시비는 안 받았을텐데 이건 뭐 조림돌림도 모자라 족쇄에 입마개까지 차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는 보다 구체적으로 현재 상황을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대생들이 특혜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굳이 일찍 복귀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문제를 풀어간다는 생각이 아니라 특혜라고 비난하면서 상대방을 낙인 찍고 궁지에 모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인지도 의문"이라며 "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비롯된 문제점을 현 정부가 왜 지속시키려고 하는지도 지극히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책임을 회피하고 동시에 가오를 세우려는 교육부가 이런 이상한 모습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에 특혜시비 건을 흘리며 여론을 증폭시키며 이렇게 하면 정권에 안 좋아라는 논리로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며 "거기에 현 정부의 대통령 핵심 참모들이 올바른 방향을 잡지 못했다. 의사인력 수급을 담당하는 복지부는 교육부의 논리에 휘둘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형욱 교수는 의대생 복귀가 특혜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그는 "다른 과도 의대와 마찬가지로 1학기 출결을 안 해 유급되면 2학기에 복학할 수 없게 하라고 주장한다면 다른 과 학생들은 이 주장에 동의할까. 아마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대 교육과정은 대부분 필수과목인데 한 과목만 F를 받아도 유급이다. 다른 과는 이런 유급도 없을 뿐 아니라 만일 1학기에 F를 받았다면 계절학기나 2학기에 해당 과목을 다시 수강하면 된다. 의대는 학년제라 이것도 불가능하다"며 "다른 과도 의대와 마찬가지로 한 과목만 F를 받았다면 유급시키라고 주장한다면 다른 과 학생들은 이 주장에 동의할까. 아마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의대는 다른 과와 달리 계절학기도, 조기졸업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모든 주장에 대한 다른 과 학생들은 다른 것은 맞는 데 특혜는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럼 반대로 의대도 다른 과와 마찬가지로 같은 과정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다른 과 학생들이 특혜라고 주장한다면 매우 이상한 것이다. 이미 자기들은 다 누리는 것이니까"라고 덧붙였다.
본과 4학년 학생들의 8월 졸업에 대한 지적도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내년 8월 졸업을 기본 시점으로 삼는 방안은 의학교육의 정상화와 의료시스템의 연속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본과 4학년이 내년 2월에 졸업하는 방안을 결코 특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특혜 프레임이 계속되고 본4 졸업이 8월로 확정된다면 수업과 수련 정상화는 사실상 무산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의대생들이 차라리 내년 3월에 전원 복귀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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