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1.17 06:11최종 업데이트 19.01.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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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최전선에서 폭력에 노출된 전공의들... 환자 접촉 많은 까닭

대전협 이승우 회장 "폭력 겪은 전공의 위해 상담·휴식 등 사후조치도 필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환자와 접촉 빈도수가 높은 전공의들이 진료 최전선에서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임세원 교수가 사망하기 불과 3일 전인 지난해 12월 27일 경상대병원서 소화기내과 전공의가 흉기로 협박을 받은 후 연락이 두절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전공의의 진료 환경에서 폭력 노출이 전반적으로 심한 과는 응급의학과, 정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전공의들은 과에 상관 없이 환자 전촉 빈도가 높아 폭력에 자주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진료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가장 먼저 만나고 환자들을 가장 많이 만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다. 의료기관 내 폭력 예방법, 폭력 상황 대응법, 폭력 발생 후 후속조치 등에 대해 살펴봤다.

응급의학과·정형외과·정신건강의학과 등 전공의 폭력 심해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온라인으로 '2018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은 전국 119곳 의료기관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 26개 전공과의 총 3999명 전공의다. 설문에 응답한 전공의 3999명 중 약 50%에  이르는 전공의 1998명이 "병원에 근무하면서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 폭력(폭언, 폭행, 성폭력 등)을 당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설문 결과,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 폭력(폭언, 폭행, 성폭력 등) 경험이 높은 진료과는 1위가 응급의학과, 2위 신경과, 3위 성형외과, 4위 피부과, 5위 신경외과, 6위 정신건강의학과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 6개월간 환자 및 보호자의 폭력으로 인해 진료 수행에 방해를 받은 횟수가 많은 진료과는 1위 응급의학과, 2위 비뇨의학과, 3위 안과, 4위 핵의학과, 5위 정형외과, 6위 신경외과 등이었다. 

전공의가 최근 6개월간 환자 및 보호자의 폭력으로 인해 근무에 바로 복귀하지 못할 정도의 상해를 입은 적이 있는 진료과는 1위 신경과, 2위 정형외과, 3위 정신건강의학과, 4위 응급의학과, 5위 내과, 6위 신경외과 순으로 나타났다.

전공의의 진료 환경에서 폭력 노출이 전반적으로 심한 과는 응급의학과, 정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이 꼽혔다. 이는 그동안 의료기관 내에서 불거진 폭력 사건에서 언급됐던 곳들이다. 하지만 안과와 핵의학과 등 예상 외의 진료과에서도 전공의들은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 최전선에서 폭력에 노출된 전공의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전공의들이 겪는 폭력 문제는 특정 과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쏠려있는 전공의 배치, 수련의라는 신분, 환자와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진료 환경 등을 꼽으며 전공의 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안전한 진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예방법, 대응법, 후속조치 등으로 구분해 의견을 밝혔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안과의 경우 노인질환보다 외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경우에 국한되는 것 같다. 핵의학과는 과 특성상 환자를 자주 접할 일이 없지만 암환자 등에 핵 관련 주사를 의사가 직접 놓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면서 "하지만 이는 진료과에 상관 없이 환자와 대면하는 병원 어디서든 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공의들은 환자를 제일 먼저 만나고 제일 많이 만난다. 진료 최전선에 있는 전공의들이 폭력에 더 자주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종합병원 이상의 큰 병원으로 전공의가 쏠려 있는데 이런 곳의 특징은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하고 중증 질환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전공의들은 기다림에 지친 환자들, 질병 때문에 민감해진 환자들과 제일 먼저 만난다. 어떤 환자들은 교수나 전문의가 아니라 전공의라는 이유로 아니면 나이가 어려서 함부로 대하기도 한다. 이런 점이 전공의가 폭력에 더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병원 내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 어떤 대응책이 마련돼야 할까.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적극적인 캠페인과 폭력 발생시 단계별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사람들이 법을 몰라서 폭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처벌 규정만큼 중요한 것은 폭력을 지양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응급실 내 폭력 발생을 예방하는 응급실 문화 개선 동영상을 만들었다. 의사 입장에서 그런 점이 고맙고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진료실 앞이나 병동 곳곳에 캠페인 포스터를 붙이고, 동영상 등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적극적인 캠페인을 펼칠 필요가 있다. 이는 화장실에 '화장실 깨끗하게 사용합시다', 수도꼭지 옆에 '수도꼭지를 꼭 잠가주세요' 등 스티커를 붙여 매 순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와 더불어 폭력이 발생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응하는 지침도 마련돼야 한다. 최근 일어난 병원 내 흉기 사건을 보면, 대응지침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환자가 갑자기 칼 등 흉기로 위협을 하는 상황에서 의사는, 간호사는, 병원 직원은, 보안 직원은 각각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초기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어떻게 위험을 해소하고, 흉기를 환자로부터 떨어트린 다음에 후속조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프로토콜이 마련돼야 하고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수련병원에서 폭력을 경험한 전공의들 중 병원을 관두는 일은 왕왕 발생한다. 경상대병원 전공의는 흉기로 협박을 받은 후 병원에 나오지 않았고 연락이 두절됐다. 이제 폭력 이후의 대처도 논의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 회장은 "전공의가 다른 의료진들과 다른점은 수련받는 의사라는 점이다. 폭력을 겪은 전공의들은 트라우마로 힘들어 한다. 정신적 피해로 수련을 마치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는 전공의들도 왕왕 있다. 전공의가 수련을 마치지 못하면 의사가 되기 위해 고생했던 시간이 물거품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폭력을 겪은 전공의가 병원에 나오지 못하고 연락이 끊기면 무단결근이 된다. 병원에서 전공의들을 위해 무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도록 해주고 병가 처리 등을 해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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