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8.06 16:24최종 업데이트 25.08.0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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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인상률이 3.6배? 물가상승률과 매년 1~2%대의 수가협상 진찰료 인상률을 비교해야 정확한 연구다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10년간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은 국민소득 증가율의 2.1배였는데, 수가 인상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6배에 달했다. 보험료율은 18.4% 인상된 데 비해 보장률은 2.7% 증가에 그쳤다."

“진료비가 늘어난 만큼 혜택이 늘어나면 정당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35년간의 추세를 보면 1인당 GDP는 10배 증가했으나 건강보험 급여비는 37.4배 증가했고, 보험료율은 3.13%에서 7.09%로 2.3배 증가했다. 그런데 보장률은 정체돼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 

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노조 등이 여야 의원들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건강보험 재정 균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진현 교수의 발언으로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김 교수의 주장은 마치 현행 건강보험 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시대적 변화를 간과한 채, 단순히 '의료수가 인상률 > 물가 상승률'이라는 표면적 수치만 강조하고 의사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조장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통계 비교가 아닌, 정부의 건강 보험 재정에 대한 개선방안을 우선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김 교수가 밝힌 '의료수가 인상률'은 복잡한 사회경제적 요인을 배제한 채 특정 수치만을 부각시켜 단순화하고 있다. 
 
김 교수의 주장이 잘못된 이유로 첫째, '의료수가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의 3.6배'라는 수치 비교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 우선 의료수가 인상률을 일반 물가 상승률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일반 물가 상승률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종합한 지표인 반면, 의료수가는 의료 서비스라는 특정 분야의 가격이다. 의료 기술 발전과 고령화로 인한 진료 행위의 복잡성은 의료 서비스의 원가 상승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최신 의료 장비 도입, 항암 치료와 같은 고난도 시술의 증가 등은 일반 공산품 물가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의료수가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은 단순히 '방만 경영'의 결과가 아니라,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시대적 요구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 굳이 직접적으로 비교하려면 물가 상승률과 수가 인상률이 아닌, 물가 상승률과 매년 1~2%대에 불과한 수가협상의 진찰료 인상률을 비교해야 정확한 연구다. 
 
둘째, '1인당 GDP 대비 건강보험 지출'의 함정이 숨어 있다. 또한 '1인당 GDP가 10배 늘 때 건보 지출은 37.4배 늘었다'는 주장 역시 맥락을 무시한 통계다. 1인당 GDP는 한 국가의 생산력과 부를 나타내는 지표지만, 건강보험 지출은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쓰이는 공공재다. 경제 성장에 따라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 국민은 더 나은 삶과 건강을 기대하며, 이에 따라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특히 해당 통계는 급격한 고령화라는 사회적 구조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 노년층은 청년층에 비해 의료 서비스 이용 빈도가 월등히 높다. 2000년대 이후 시작된 인구 고령화는 건강보험 지출을 가속화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이며,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GDP 대비 건보 지출 증가는 단순히 방만 운영의 결과가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국가의 책임과 시대적 변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 봐야 한다.

셋째,'행위별 수가제'를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오류다. 행위별 수가제가 건강보험 재정 불안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편향된 시각이다. 행위별 수가제가 의료 행위 증가를 유발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환자의 요구를 충족하고 의사가 적절한 보상을 받도록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제도다. 무조건적인 행위별 수가제에 대한 비판은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의사의 진료 동기 상실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학자라면 제도의 맹점만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의료 서비스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불 방식을 일부 수정하거나, 비급여 항목의 무리한 급여화를 자제하는 등의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김 교수의 주장은 학문적 객관성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연구 결과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구심만 들게 할 뿐이다. 김 교수의 이러한 연구와 주장이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 과정에서 의료계에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의료수가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 수치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진료비용, 인건비, 물가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수가를 논해야 한다. 연구 결과라고 발표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놓친 주장이 자칫 잘못된 제도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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