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조치 받던 신생아, 뇌기능 저하로 16억 배상…판결문 보니 '수유 직후 정맥주사 문제'
수유 후 정맥주사 어느 정도 간격 둬야 하는지 가이드라인 없지만 30분은 분유 소화시키기 충분한 시간 아니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의료진이 부적절한 응급조치로 신생아에게 뇌기능 장애를 초래했다며 병원 측이 16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신생아에게 침습적 처치를 할 경우 수유 시부터 어느 정도 간격을 둬야 하는지에 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수유 후 30분 만에 신생아에게 정맥주사를 처치한 것은 식도역류에 따른 기도폐색을 발생시킨 과실로 봤다.
울산지법 민사12부는 신생아 A양의 부모가 울산 B병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의료진, 9시 A양에게 분유 수유 후 9시 30분 정맥주사 처치…이후 청색증 발생
4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입수한 해당 사건 판결문을 보면, A양은 2022년 B병원에서 출산한 이후 신생아실 재원 중 피부색이 노랗게 관찰돼 황달배제검사를 받았고 황달수치 14.4mg/dL로 측정됐다. 황달수치 정상 범위는 0.2~12mg/dL다.
다음 날 황달수치가 16.8mg/dL까지 확인되면서 B병원 간호사는 오전 9시 A양에게 분유 20cc를 수유하고 9시 30분에 입원에 필요한 정맥주사를 처치했다. 그러나 처치 직후 A양에게 청색증(혈액 내 산소 부족으로 인해 피부나 점막이 푸른색 또는 잿빛으로 변하는 증상)이 발생했다.
간호사는 즉시 주사바늘 제거 후 구강흡인으로 소량의 분유를 배출하고 심장마사지, 앰부배깅 등 응급처치를 실시했다.
9시 33분 B병원 의사 2인이 도착해 앰부배깅, 심장마사지 등을 실시, 구강흡인으로 소량의 분유를 배출했다. 이후 09시40경 1차 기관내 삽관을 실시하고 기관흡인으로 소량의 분유를 배출했지만 산소포화도는 65%로 낮게 측정됐다.
이에 의료진은 9시 50분경부터 약 5분 간격으로 A양의 심장박동수와 상태를 확인하며 에피네프린 0.5cc를 투여했고 2차 기관내 삽관을 실시했지만 산소포화도는 60~70%로 더 오르지 않았다.
결국 11시10분경 의료진은 A양의 부모에게 상태와 전원 필요성을 설명하고 11시25분에 A양을 근처 대형병원으로 전원했다.
A양은 11시50분에 대형병원에 도착했고 해당 병원 의료진은 앰부배깅과 기관내 삽관된 튜뷰의 깊이를 기존 12cm에서 10cm로 이동시켰는데 이때 산소포화도는 90% 이상으로 측정됐다. 이후 계속된 응급조치로 12시35분경부터 A양의 상태는 안정됐고 산소포화도도 100%로 측정됐다.
그러나 이후 병원에서 촬영된 뇌 MRI 검사결과 A양은 '신생아의 저산소증성 허혈성 뇌병증’으로 진단됐다. 이후 현재 3세 3개월인 A양은 전반적인 뇌기능 손상으로 인한 이동 및 보행기능 장애, 인지장애, 언어장애, 일상동작 수행 제한 등 발달장애를 겪고 있다.
4가지 혐의 중 정맥주사 처치·전원조치 지체·설명의무 위반 과실 인정
사건이 발생하자 A양 부모는 병원 의료진이 '정맥주사 처치', '응급처치', '전원조치 지체', '설명의무 위반', 총 4가지 과실을 저질렀다며 20억원의 손해배상을 주장했다.
이중 법원이 과실로 인정한 부분은 정맥주사 처치와 전원조치 지체, 설명의무 위반 3가지다.
우선 정맥주사와 관련해 재판부는 "의료진은 수유 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맥주사를 처치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수유 후 30분 만에 정맥주사를 처치해 식도역류에 따른 기도폐색을 발생시킨 과실이 인정된다"며 "영유아의 경우 식도가 짧고 연하기능이 약해 작은 자극에도 쉽게 식도역류와 기도폐색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 통상적으로 수유 직후에 정맥주사를 처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유 후 30분 만에 정맥주사를 한 것은 생후 5일의 신생아에 불과한 A양이 분유를 소화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고 보인다"며 "정맥주사를 하기 전까진 A양의 활력징후 및 전신상태도 양호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병원 측은 A양이 선천성 심장병인 삼첨판폐쇄부전(우심방과 우심실 사이의 삼첨판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혈액이 우심방으로 역류하는 질환), 심방중격결손증(우심방과 좌심방 사이의 벽의 결손을 통해 혈류가 새는 기형)을 앓고 있어 청색증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원조치 지체, 설명의무와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응급조치에도 산소포화도가 계속 60~70%에 불과하고 이를 신속히 회복하기 어려웠다면 그 즉시 그 사정을 A양의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지체 없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비록 의료진이 산소포화도 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여러 처치를 했지만 상급병원 전원 필요성이 있는지 신속히 판단했어야 했다"며 "A양 보호자에게 환자 상태를 상세히 설명하고 구체적으로 알려줌으로써 응급상황에 더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원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줄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재판부는 "의료진이 A양의 낮은 산소포화도가 계속 됐음에도 청색증 발생 1시간 30분이 지난 11시10분이 돼서야 전원 결정을 하고 이를 A양 부모에게 알려 전원조치를 지연했다"며 "설명의무도 위반해 전원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선택결정권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의료행위는 모든 기술을 다해 진료를 하더라도 예상 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고도의 위험성이 있는 점 ▲신생아에게 침습적 처치를 할 경우 수유 시부터 어느 정도 간격을 둬야 하는지에 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점 ▲A양의 선천성 심장병이 뇌손상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병원 측의 책임비율을 8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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