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OECD 보건통계 2025" 공개...건강지표는 상위권, 자살률은 여전히 OECD 1위
사진=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최지민 인턴기자 고려의대 본2] 한국 의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배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받는 수가는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7월 30일 ‘OECD 보건통계 2025’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국가 간 비교 보건통계 자료를 공개했다. 이번 자료에는 의료 인력, 진료량, 병상 수, 건강 수준, 보장성 등 다양한 항목에서 한국의 보건의료 현황이 담겼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이 통계를 바탕으로 국가 간 의사의 업무량과 수가를 추정한 모델을 계산했다. 분석에는 2012년 서울대병원 허대석 명예교수(혈액종양내과)가 OECD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간 의사들의 업무량과 수가를 추정하기 위해 사용한 업무량·수가 계산식을 활용했다.
허 교수는 보건의료연구원(NECA) 초대 원장을 역임한 인물로, 정부가 의료정책 홍보 시 근거로 활용하는 OECD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2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해당 계산식을 적용한 수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의사 1인당 업무량은 의료기관 이용률을 의사 수로 나눈 값으로 산출하며, 1회 진료당 수가는 총의료비를 의료기관 이용률로 나눠 계산한다. 업무량의 상대적 부담과 상대 수가는 각각 한국을 기준값 1로 두고, 타국의 업무량과 수가를 이에 대비해 산출한 값이다.
결과에 따르면 2023년 한국 국민의 외래 진료 횟수는 1인당 연 18.0회로, OECD 평균(6.5회)의 2.8배에 달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 의사의 업무량은 6.77로 OECD 평균인 1.68보다 약 4배 많았다. 이는 멕시코의 10배, 미국·프랑스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한국의 의료수가는 0.47로, OECD 평균인 1.40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OECD 대비 의사 수 적지만 외래 진료는 최다
복지부는 윤석열 전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2000명 증원) 근거가 됐던 OECD 의사 수 통계도 보고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의사·한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7명으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의대·한의대 졸업자는 인구 10만 명당 7.4명으로 이스라엘(7.2명), 캐나다(7.3명)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그러나 의사 수 및 의대 졸업자 수가 OECD 평균에 비해 적다는 것이 의대 입학정원을 증원하는 충분한 근거가 되는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많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정연)은 1월 SCI급 저널인 ‘BMC Public Health’에 게재한 논문에서 “한국 의사가 연간 289.5일 일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2035년에 의사 수는 오히려 3000명 과잉”이라고 분석했다.[관련 기사='의사 수 이미 과잉' 의협 논문 지적에 의정연 "논문 제대로 읽지도 않고 비판"]
건강지표는 양호하나 자살률은 여전히 OECD 1위
우리나라 국민의 전반적인 건강 수준은 OECD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출생아 기대수명은 83.5년으로 OECD 평균(81.1년)보다 2.4년 길었으며, 영아사망률은 출생아 1000명당 2.5명으로 평균(4.1명)보다 낮았다.
회피가능사망률 역시 202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151.0명으로 OECD 평균(228.6명)보다 낮아, 예방·치료 가능한 사망의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자살 사망률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는 23.2명으로, 전년도(24.3명)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1위를 유지했다.
흡연과 음주 관련 지표는 평균에 근접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이었다. 2023년 기준 15세 이상 인구 중 매일 흡연하는 비율은 15.3%로 OECD 평균(13.2%)보다 약간 높았으며, 연간 1인당 주류 소비량은 7.8L로 평균(8.6L)보다 다소 적었다.
비만율은 OECD 국가 중 낮은 편에 속했다.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인 인구 비율은 36.5%로, 일본(26.0%)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비만율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병상 수는 OECD 최고 수준…재원일수도 2배 이상
병상 수와 재원일수는 OECD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병원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6개로 OECD 평균(4.2개)의 약 3배에 달했으며, 이 중 급성기 병상은 7.4개로 평균(3.4개)의 두 배 이상이었다.
입원 환자 1인당 평균 재원일수도 17.5일로, 평균(8.1일)의 2배를 넘었다.
의료 장비 보유 및 활용 수준도 높았다.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는 인구 100만 명당 38.7대,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는 45.3대로 각각 OECD 평균(MRI 21.2대, CT 31.1대)을 상회했다. 사용량 기준으로 MRI는 인구 1000명당 90.3건으로 평균(92.4건)과 유사했지만, CT는 333.5건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경상의료비 증가세도 뚜렷 국민 1인당 경상의료비 추이 (2013 ∼ 2023년). 사진=보건복지부.
경상의료비 지출은 여전히 OECD 평균보다 낮았으나, 증가 속도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경상의료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8.5%로 OECD 평균(9.1%)보다 낮았지만, 지난 10년간 연평균 7.8%의 증가율을 기록해 OECD 평균(5.2%)보다 높았다. 경상의료비 중 정부·의무가입제도 비중은 2013년 55.9%에서 2023년 60.4%로 늘었고, 같은 기간 가계 직접부담 비중은 38.3%에서 31.2%로 줄어들었다. 이는 건강보험 보장성이 점차 확대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장기요양시설·돌봄인력은 충분…수급률은 낮아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공급과 수급률은 다소 불균형을 보였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중 재가 요양 수급 비율은 9.0%, 시설 수급 비율은 2.7%로, 각각 OECD 평균(재가 11.2%, 시설 3.5%)보다 낮았다.
공식 장기요양 돌봄 종사자 수는 65세 이상 100명당 5.3명으로, 평균(5.5명)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반면 요양병원 병상과 장기요양시설 침상을 합친 수는 1000명당 53.8개로, OECD 평균(36.7개)을 크게 웃돌았다.
제왕절개·예방접종률·의약품 판매액도 OECD 상위권
의료 이용 지표 중 제왕절개율과 예방접종률, 의약품 판매액은 OECD 상위권에 포함됐다. 2022년 기준 제왕절개 건수는 출생아 1000명당 610.6건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으며, 평균(292.5건)의 두 배를 넘었다.
2023년 65세 이상 인구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률은 84.8%로, 평균(51.8%)을 크게 상회하며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또한 1인당 의약품 판매액은 968.9달러(PPP 기준)로, OECD 평균(658.1달러)보다 310.8달러 많았다.
보건복지부 임호근 정책기획관은 “앞으로도 OECD, WHO 등 국제기구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국제비교 가능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통계생산을 확대 제공하겠다”며 “국민들이 다양한 정책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통계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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