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3.16 07:02최종 업데이트 26.03.1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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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형평성' 덫에 걸린 지역의료, '복무기간 단축'만이 유일한 골든타임이다

[칼럼] 김재연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대한민국 지역의료의 보루였던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 제도가 붕괴하고 있다. 한때 의대 졸업생들의 당연한 선택지였던 공보의는 이제 ‘가장 기피해야 할 병역’이 됐다.

2025년 신규 의과 공보의 편입 인원이 247명으로 급감하며 2009년 대비 75%나 줄어든 현실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문제는 이 수급 절벽의 끝이 지역 주민들의 생명권 위협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역 18개월 vs 공보의 37개월, 이 ‘징벌적’ 격차를 방치할 것인가

예비 의료인들이 공보의를 기피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역병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되는 동안 공보의는 기초군사훈련을 포함해 37개월이라는 비상식적인 기간을 복무해야 한다.

20개월에 달하는 이 격차는 단순한 시간의 차이를 넘어, 의대생들에게 약 2억 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과 경력 단절이라는 징벌적 비용을 강요한다.

국방부는 법무·수의 등 타 전문 직역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요지부동이지만, 이들이 외면하는 사이 지역 보건지소의 60%가 의사 없는 ‘빈 껍데기’로 전락했다. 

‘간호사 진료’와 ‘비대면’이라는 땜질식 처방의 위험성

정부는 최근 공보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의료취약지 보건지소에 진료 행위가 가능한 간호사인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을 배치하고, 이들의 진료 및 처방 범위를 확대하는 지침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비대면 진료 활성화와 약 배송 확대까지 거론하며 의료 공백을 메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의사의 전문적 진료를 대체할 수 없는 전형적인 ‘땜질식 해결책’에 불과하다. 보건진료전담공무원에게 의과 진료와 처방권을 확대 부여하고 비대면 시스템에 의존하는 방식은 지역 의료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며, 취약지 주민들에게 ‘2층 의료’를 강요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근본적인 원인인 인력 유입 기전이 고장 났는데, 간호사 배치와 디지털 기술로 이를 가리려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다.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법률적 대안: '24개월 단축'과 '훈련 기간 산입'

대한의사협회는 지역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국방부와 국회에 다음과 같은 가장 현실적인 법률적 대안을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병역법 제34조와 농어촌특별법의 즉각적인 개정이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과 같이 공보의 복무 기간을 현행 36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해야 한다. 국방부가 급격한 단축에 부담을 느낀다면,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연간 2개월씩 점진적 감축'이라는 연착륙 모델을 통해서라도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 

둘째, 기초군사훈련 기간의 복무 기간 산입이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의료 공백 방지'를 이유로 미산입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이는 행정 편의를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희생시킨 구시대적 발상이다. 훈련 기간 4주를 복무 기간에 포함하는 것만으로도 예비 의료인들에게는 제도 개선에 대한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다. 

국방부의 결단이 지역 주민을 살린다

공보의 수급 위기는 2029년이면 군의관 자원까지 고갈시키는 '국가 보건 안보'의 위기로 번질 것이다. 국방부는 더 이상 '타 직역과의 형평성'이라는 추상적 논리에 숨지 마라. 의료 인력은 대체 불가능한 국가의 전략 자원이다. 땜질식 대책으로는 결코 지역의료를 살릴 수 없다. 24개월로의 복무 기간 단축만이 의대생들을 다시 공보의로 불러들이고, 무너져가는 지역 의료 체계를 지탱할 유일한 해결책이다. 

지금이라도 국방부와 국회는 현장의 목소리에 응답해 실질적인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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