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② "수용능력 확인 없이 응급실에 환자 이송? 의료진 떠나고 환자, 구급대원도 피해 볼 것"
지난달 29일 응급의료법 개정안 발의...중앙응급의료센터가 이송 조율 컨트롤타워, 중증도분류 교육도 담당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주영 의원 윤한덕상 수상 특별인터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7주기 추모식에서 응급의료 발전에 헌신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윤한덕상'을 수상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이주영 의원의 수상 소감과 함께 최근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 의대 증원 등 주요 보건복지 정책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들어봤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연일 매스컴을 오르내린다. 대통령이 생중계되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장관에게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국무총리가 응급의료진과 119구급대원을 만나기 위해 분주히 현장을 누빈다. 국회도 가만히 있을리 없다. 여당을 중심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겠다며 관련 법안들을 쏟아낸다.
하지만 정작 응급실을 지키며 매일 밤 사투를 벌이는 응급의료진들의 표정은 어쩐지 밝지 않다. ‘이제는 정말 응급실을 떠나야 할 때가 됐다’는 허탈한 목소리마저 흘러나온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시범사업과 법안들이 근근히 버텨온 응급의학과 의사들을 오히려 궁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메디게이트뉴스 기자들과 만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주영 의원(개혁신당)은 그래서 절박해 보였다.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일했던 그이기에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일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법안과 정책이 현실화되기 전에 어떻게든 맞불을 놓아야했다. 그렇게 조바심을 느끼며 만든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기존에 여당이 발의했던 법안과 달리 이송할 병원을 강제로 지정하는 대신 중앙응급의료센터 산하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이송병원 선정을 조율, 지원하도록 했다. 또 환자가 적시에 최적의 치료를 받도록 하기 위해선 병원전단계의 중증도 분류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중심으로 교육 체계를 정비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 의원은 이송병원을 환자 수용능력과 무관하게 지정하는 법안∙시범사업이 시행될 경우 “환자는 최적의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며 “응급의료종사자들 사이의 불신은 커지고 의료진의 조용한 탈출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 의원이 국회 입성 후 발의한 1호 법안도 응급의료법 개정안이다. 응급의료진의 의료행위가 불가피했고 중대한 과실이 명백히 입증되지 않은 경우 사상 사고에 대해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은 여전히 보건복지위에 계류돼 있다. 응급의료현장에서 10년간 일했던 ‘전문가’가 내놓은 2개의 법안. 정부와 국회가 외면하고 있을 뿐,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할 열쇠는 이미 마련돼 있는 듯 보였다.
아래는 이주영 의원과 일문일답.
정부∙여당, 일단 병원에 환자 이송하기에 급급…정작 최적 치료 기회 놓쳐
Q. 최근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계기는 뭔가.
이번 법안은 ‘조바심’을 내며 만들었다.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국회에 발의돼 있는 위험한 법안을 막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발의한 119법 개정안(119구급대가 병원을 선정해 환자를 이송하면 병원이 우선 수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은 실제로 적용될 경우 뒤따를 부작용이 너무 크다.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의지가 강했고, 정부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일단 법안을 발의해 두 법안이 같이 심사되며 공론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시급했다. 대안이 있으니 현실에서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키자는 취지다.
Q. 기존에 발의돼 있는 응급실 미수용(뺑뺑이) 해결을 위한 법안과 무엇이 다른가.
민주당 법안은 구급대가 지정해서 이송을 하면 끝나도록 돼 있다. 내가 발의한 법안은 중앙응급의료센터 산하에 컨트롤타워를 두고 이송과 전원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게 핵심이다. 일방적으로 이송 병원을 지정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두 번째로 중앙응급의료센터에 교육 역할을 부여했다. 지금은 인력, 교육에 대한 권한이 소방청에 있다. 부처간 권한, 예산 다툼을 하자는 게 아니다. 객관적으로 실제 병원전(前)단계의 문제를 누가 가장 잘 교육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 관련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켰다. KTAS의 경우만 봐도 막상 시험을 쳐보면 생각보다 부정확한 내용들이 있다.
Q. 정부는 2월 말부터 호남지역에서 응급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Pre-KTAS 1~2등급 환자는 골든타임 내 수용할 병원을 못 찾으면 광역상황실이 우선지정병원을 선정해 이송하도록 하고, 3~5등급 환자는 구급대가 병원의 수용능력 없이 프로토콜에 따라 병원에 이송하도록 했다. 이 시범사업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응급환자 중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신속하게 이송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경우도 있고,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정확하게 이송하는 게 중요한 경우도 있다. 결국 병원 전단계에서 환자 중증도 분류가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의 시범사업은 일단 병원에 이송해서 빨리 처치를 받도록 하는 데만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병원의 문을 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당연히 현장에선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주영 의원은 지난달 29일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조바심을 느끼며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응급의료 종사자간 불신 커지고 의료진 이탈로 이어질 것…구급대원 사법 리스크도 증대
Q. 이런 식으로 환자를 받을 병원의 여력을 고려하지 않고 이송이 이뤄질 경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까.
환자는 최선의 치료, 최적정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구급대원들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환자를 받는 병원 입장에서도 수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나도 소아응급실에서 10년 동안 일했지만 받기 싫어서 거부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정말로 받을 상황이 안 돼서 받지 못하는 거다. 그럼에도 일단 환자를 일단 병원에 데려다 놓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의사들은 환자를 받을 수 있는데 못 받는다고 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환자를 받을 상황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구급대원들도 무턱대고 그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도 응급의료진에 대한 불신이 있으니 그런 시범사업과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본다.
Q. 구급대원, 응급의료진 입장에선 어떤가.
응급의료에 종사하는 직역간 불신이 커지는 동시에 구급대원의 법적 리스크도 커질 우려가 있다. 지금까지 의료진은 실려온 환자를 보며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구급대원들이 급박한 상황에서 최선의 처치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법적으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일단 이송하게 만들어버리면 응급실의 의사나 간호사 입장에서는 환자가 도착한 당시의 상태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고, 이송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없었는지 환자 보호자들에게 설명부터 할 것이다.
뭔가 문제가 발견되면 그때부터는 의무기록, 간호차트, 구급일지의 싸움이 될 수 있다. 응급의료진과 구급대원간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 있는 셈이다. 그게 과연 긴급한 상황에 처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일까.
응급의료진은 조용히 현장을 떠나게 될 거다. 단순히 환자가 많기만 한 거라면 응급의학과 의사들도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배후진료가 미비하거나 지금 당장 처치해야 할 중증응급환자가 많은 상황에서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이 마구 몰려온다면 그건 전혀 다른 문제다. 지금 수술을 하고 있는 의사가 당장 수술해야 하는 다른 환자가 온다고 해서 그 환자도 수술할 순 없지 않나.
정부나 국회는 ‘일단 응급실 바닥에라도 눕혀서 뭐라도 해주면 낫지 않겠나’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게 중환자들이다. 현장이 느끼는 공포를 이해해야 한다.
Q. 시범사업은 어떻게 전망하나.
시범사업이 시작되더라도 여력이 있는 한 현장에 있는 구급대원들은 환자 안전을 위해서 수용능력을 확인하고 환자를 이송할 것이고, 응급의학과 의사들도 가능한 환자를 받고 싶어할 것이라 믿는다. 이런 식으로 구급대원과 의료진 개개인의 선의에 기대 시범사업이 아슬아슬하게 굴러갈 수는 있을 거다.
시범사업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고, 이 사업이 내포한 위험성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누차 말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장 의료진들은 이탈하고 다음 세대 의사들은 (응급실 근무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Q. 응급의학회는 병원 수용능력 확인 없는 이송이 제도화되면, 추후 자연스레 면책 특례 등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에선 응급환자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하고, 지정병원에 재정지원과 면책특레 등을 주는 내용이 담긴 법안도 발의됐다.
의도와 달리 의료진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조건을 걸고 면책을 해주는 방식은 마치 원래는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특혜를 주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재정지원의 경우 그 분야는 정부 지원 없이는 유지가 안 되는 곳이란 부정적 인식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
Q. 국회에 들어와 발의한 1호 법안이 응급의료진의 형사 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응급의료법 개정안이었다.
법안은 소위에서만 세 번 계류됐다. 복지부나 여당도 형사 특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그런데 그걸 온전히 제도화하는 게 아니라 왜곡해서 활용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다. 가령 부작용이 생길 게 뻔한 정책을 제안하면서 그 안에 형사 면책을 녹여내는 식이다. 그런 곳에 덧붙여지길 바라며 낸 법안이 아니었다. 나는 이 법안이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을 거라 믿을 테니 용감하게 합시다’라고 우리 사회와 국회가 응급의료진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되길 바랐다. 이제는 ‘형사 면책’이란 단어가 많이 오염돼 버렸다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