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소방청 2월 말 시범사업 시작…중증응급환자, 받아 줄 병원 없으면 광역상황실이 우선수용병원 지정
응급의학의사회 "환자 위험 방치하는 졸속행정…시범사업∙광역상황실 근무 거부 등 모든 수단 동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응급환자를 병원의 수용능력 확인 없이 이송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인 가운데,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시범사업은 물론이고 광역상황실 근무 거부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2월 말부터 5월까지 광주광역시∙전북∙전남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번 시범사업은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내 적정병원으로의 신속 이송을 도모하고 효율적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각 지역 내 의료환경과 기존 응급의료체계 운영 현황을 고려해 지자체, 소방본부, 광역상활실, 응급의료기관이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역별 이송지침을 정비할 예정이다.
이송 과정과 관련해선 119 구급대가 여러 병원에 직접 전화를 돌리는 대신 광역상황실이 지침에 근거해 병원을 선정하도록 했다.
Pre-KTAS 등급이 1~2등급인 중증응급환자는 광역상황실이 최종치료가 가능한 병원에 수용능력을 확인 후 이송할 곳을 선정한다.
다만 골든타임을 넘겨 이송이 지연될 경우에는 지역 내 이송지침 마련시 정해둔 풀 안에서 광역상황실이 상황을 고려해 지정한 우선수용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한다. 광역상황실은 우선수용병원 선정 직후 바로 최종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전원 가능 병원도 선정해야 한다.
Pre-KTAS 3~5등급의 중등증 이하 환자는 수용능력 확인 없이 이송 프로토콜, 병원의 사전 고지에 따라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한다. 환자 정보는 병원에 사전 통보하도록 했다.
병원 선정시 원활한 소통을 위해 구급대와 응급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도 강화한다. 적정병원을 신속하 선정할 수 있도록 병원의 응급환자 수용거부 사유를 구체화하고, 질환별 수용곤란 사전 고지를 의무화한다.
복지부와 소방청은 이번 시범사업의 효율성을 검증한 후 올해 하반기 중 전국적으로 확대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소방청이 2월 말부터 실시할 예정인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추진 계획(안) 내용 중 일부.
이 같은 시범사업 운영 계획에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현장과 괴리된 졸속 행정”이라며 시범사업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의사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환자를 적정한 치료 대책 없이 응급실에 진입시키는 건 혁신이 아니라 위험의 방치”라며 “정책을 현장에 강요할수록 과도한 업무 부담을 지고 있는 의료진 이탈이 가속화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더 많은 응급실 미수용 사례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병원에서 어떻게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가’를 논의하려 하는데, 정부는 오로지 ‘어떻게 환자를 병원에 빨리 밀어넣을 것인가’에만 매몰돼 있다”며 “의료기관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응급실 던지기에 불과하다. 응급의료진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의사회는 “진정으로 시범사업이 필요하다면 현장과 충분히 논의하고 제도적∙법적∙재정적 기틀을 갖춘 뒤 시행돼야 한다”며 “만약 현장의 목소리를 묵살한 채 강행된다면 우리 회원들은 시범사업 참여 거부는 물론이고 광역상황실 근무 거부 등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적 득실이나 전시성 홍보 성과가 응급의료라는 생명의 가치보다 앞설 수는 없다. 응급의료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실험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응급실 미수용 문제는 응급실의 수용 역량이 강화될 때만 해결될 수 있으며, 그 수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주체는 응급의학 전문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