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0.13 11:23최종 업데이트 20.10.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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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전공의들의 눈물...코로나19 환자 진료 우선이라는 이유로 전공의 수련은 뒷전, 서울시는 방관

"코로나 전담병원과 수련병원 둘 중 하나는 내놔야...의료취약계층 환자 진료 공백으로 공공의료 구멍 문제도"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삶의 다양한 부분이 바뀌었다. 대면보단 비대면 일상이 늘어났고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생활 방역 수칙이 일상화됐다.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에도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맞아 큰 변화가 생겼다. 바로 공공의료에 대한 강화 방침에 추진 동력이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의대정원을 확대하는 등 의료의 지역격차를 해소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다수의 방침을 발표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공공의료에 종사하는 서울의료원 소속 전공의들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가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서울의료원을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으로 지정하고 병원 내 의료자원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집중하면서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일반 환자들을 치료하고 이를 통해 수련을 쌓아야 할 공공병원 전공의들이 방치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서울의료원 전공의들은 원내 시위까지 하며 수련환경 보장을 촉구했고 서울시로부터 일반환자를 볼 수 있는 100병상을 얻어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가 아직 여러 곳에 산적해 있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감염병 전문 병원'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일반 환자 비중이 언제 다시 정상화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언제 다시 코로나19 환자가 대폭 늘어나 일반 병상이 줄어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전공의들은 일반환자 비중을 늘리면서 장기파견 수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한다.   

서울의료원 전공의들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9일 서울의료원 외과 3년차 이한영, 내과 2년차 이충만, 내과 1년차 송민종 전공의를 만나봤다.  

 
왼쪽부터 서울의료원 외과 3년차 이한영, 내과 1년차 송민종, 내과 2년차 이충만 전공의 

코로나 장기화로 사각지대 놓인 서울의료원 전공의 수련

서울의료원 전공의 대표를 맡고 있는 외과 3년차 이한영 전공의는 코로나 전담 병원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일반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입장에서는 서울의료원이 수련병원으로서의 기능을 대부분 상실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 전공의는 "전체 병상이 코로나 전담병상으로 전환된 이후 8월 코로나19 2차 유행 이전 코로나 환자가 대폭 줄었다. 이때 서울시 관계자와 논의 끝에 전체 600병상 중 100병상을 일반 환자 몫으로 배정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외래도 축소되고, 응급실마저 운영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현실적으로 그 100여 병상을 채우기도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설상가상 2차 유행 이후 서울시는 서울의료원 측에 100병상마저 코로나 환자 치료용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병원 집행부가 어떻게든 코로나19 병상 전면 전환을 막았지만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병상을 더 내놓을 것을 요구했고, 전공의들은 수련과 무관하게 병원 외부의 선별검사 등에 동원되기도 했다. 사실상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서울의료원에서의 전공의 수련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 전공의는 "서울의료원 인턴들은 예고없이 코로나19 선제적 전수검사와 선별검사 등에 차출돼 공중보건의사처럼 활용됐다"며 "수련 대상인 이들이 공무원처럼 이용당한 것도 모자라 인턴들에겐 식비와 차비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언제 해결될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감염병 전담병원이라는 인식 때문에 평상시 일반 환자의 수를 회복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공의들의 견해다. 

서울의료원 내과 1년차 송민종 전공의는 "감염학회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적어도 1~2년 이상 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며 "그러나 2년간 전공의들이 수련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 전담병원과 수련병원 둘 중 하나는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상황이라면 코로나19 이후에도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하면 서울의료원 전공의들은 언제든 수련 기회를 뺏기게 된다"며 "앞서 메르스(MERS) 때도 서울의료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고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일반 환자와 입원 환자 수를 회복하는데 2년이 넘게 걸렸다. 지금부터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실적 대안은 일반병동 추가·장기 파견 병행 필요 

현재 현실적인 해결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일반환자 비중을 차근차근 늘려나가는 것과 수련을 위한 전공의 파견 두 가지다.  

특히 대안으로 일반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동을 지금보다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공의들 사이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반병상을 늘려 코로나19 이외 진료를 정상화해야 장기적 관점에서 전공의 수련도 재개될 수 있다는 취지다. 

전공의들은 서울시가 내년에도 서울의료원에 감염병 전담병원의 기능을 계속 맡긴다면 전공의들이 2년이나 제대로 된 수련을 못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한영 전공의는 “병원의 불안정한 운영은 비단 전문의나 전공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코로나 진료에 투입되기 위해 간호사들도 기존 부서에 상관없이 여기저기 차출됐다”며 “이런 형태가 지속되면 일반환자 진료를 위한 인력 배치도 늘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공의는 “현재 병원이 언제 정상적으로 수련을 재개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며 “코로나 환자 폭증으로 또다시 수련의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병원에서 불안하게 남아있기를 원하는 전공의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모든 병동에서 일반환자 입원을 중단하고 코로나 환자만 입원했던 경우는 서울의료원 뿐이었다"며 “하루 빨리 현실적 대안으로 일반병상이 지속적으로 추가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수련을 위한 전공의 파견도 대안 중 하나다. 실제로 전반기부터 서울의료원의 많은 전공의들이 타 수련병원으로 파견 수련을 다녀온 상태다. 그러나 파견을 경험한 전공의 대부분은 지금과 같은 일반적인 파견으론 정상적인 수련이 어렵다고 말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 전공의는 "새로운 병원에 파견 수련을 나가게 되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데만 2주에서 3주까지 걸린다. 기존처럼 1개월 정도 파견 수련을 하는 것은 큰 대안이 되지 못한다"며 "현실적으로 최소한의 수련을 위해 아예 장기파견을 나가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장기파견과 관련된 대안은 학회 등과도 논의 중인 문제다. 전공의들이 서울의료원에 소속을 그대로 두고 4~8개월 동안 장기적으로 다른 수련병원으로 파견을 나가 수련을 이어나가고 향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서울의료원으로 돌아오거나 추가 수련을 파견병원에서 마치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경민 전 수련이사는 "수련을 위한 전공의 장기파견과 일반병동을 늘리는 두 가지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며 "일반병동을 늘리더라도 당장 환자들이 차지 않는다는 부분 정상화의 문제를 고려해 정상적인 수련이 가능할 때까지 장기파견을 통해 수련이 이뤄지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은 서울시가 내년에도 서울의료원에 감염병 전담병원의 기능을 계속 맞긴다면 전공의들이 2년 이상 제대로 된 수련을 못하게 된다고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제 본질은 공공병원 수련 행정 맡은 서울시의 방관 

그렇다면 이번 서울의료원 전공의 수련 공백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수련 대상자인 전공의들이 직접 나서기 전에 문제가 파악되지 조차 못한 것일까. 전공의들은 지자체의 방관과 무지를 꼽는다. 

민간 수련병원의 전공의 수련은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지만 공공병원의 경우 해당 지자체에서 수련을 담당하게 된다. 즉 서울의료원의 전공의 수련 문제는 서울시 보건정책과 소관이다. 그러나 담당부서에서는 전공의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전공의들은 서울시가 수련 관련 정책들의 철학을 가지고 있기는커녕 전공의와 수련의 개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의료원 전공의들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시 측에 수련과 감염병 대응이 공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문제제기에 서울시 관계자는 "병원은 원래 진료뿐 아니라 연구와 교육 기능도 함께 삼박자를 맞춰 구성되는 것"이라고 답변할 뿐이었다.    

이 전공의는 "서울시는 서울의료원에 진료와 연구, 교육에 더불어 공공성까지 모두 갖추고 싶어한다. 서울시는 전공의 수련이 없다면 의료원의 공공성 기능도 마비된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이는 선후관계가 잘못됐다. 전공의가 없어도 진료 기능이 정상인 곳이 수련병원으로 지정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경민 전 수련이사는 "전국의 의료원과 감염병 전담병원을 모두 대전협이 조사한 결과 모든 병상을 코로나19 환자에 집중한 곳은 서울시뿐이었다"며 "서울시는 이에 대해 서울이 인구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대구와 부산 등에서도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수련이사는 "서울시는 코로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을 지속적으로 얼마 이상 확보하고 있다는 명분과 그 숫자 자체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공무원이 전공의를 바라보는 시각이 수련의 대상이 아닌 손쉽게 쓸 수 있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의 역설: 공공병원 공공성에 구멍 생기나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정부가 오히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공공의료에 공백을 자초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진들 사이에선 ‘코로나19 프리패스’라는 말도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는 후문. 코로나19 진료를 위해서라면 타 질환 치료는 방치해도 사회적으로 묵인되고 있다는 자조 섞인 신조어다.   

서울의료원 내과 2년차 이충만 전공의는 "서울의료원의 특성상 병원에 오는 환자들의 상당수가 기초생활 수급자나 행려자 등 의료 취약계층”이라며 “그러나 서울의료원의 이런 코로나 외 일반환자 진료의 비중이 대폭 줄면서 공공의료가 필요한 분야에 중대한 공백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의료원의 주요 이용 환자는 상당수가 의료급여 환자다. 즉 민간의료기관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공공의료의 역할을 서울의료원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반 민간병원으로 파견돼 수련을 받고 있는 이충만 전공의는 공공병원에서 수련하며 공공의료의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충만 전공의는 "서울의료원에서 취약계층의 퇴원 후 생활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팀과의 복지연계는 필수"라며 "이런 생각을 갖고 민간병원으로 파견을 왔다. 그러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복지 역량이 서울의료원보다는 미흡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공의는 "공공병원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저소득층 환자들을 치료하는 공공의 역할도 있다”며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와 복지의 연계, 공공의료의 개념을 갖고 있는 전문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기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의료원 내 전공의 수련이 어려워지면서 이충만 전공의의 고심도 늘고 있다. 

그는 "공공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이 수련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오히려 공공의료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공공병원을 관리하는 행정청이 정작 공공 의료인력 양성이라는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포퓰리즘에 빠져 눈앞에 이익만 쫓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이한영 전공의는 “현재 정부여당은 남원에 공공의대를 세우고 그 의대생들이 졸업하면 국립중앙의료원에 수련을 위탁하는 것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전공의 수련을 등한시한 채로 공공병원을 운영한다면 과연 제대로 된 전문 의료 인력을 키워낼 수 있을지 의아스럽다”고 전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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