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6.30 05:39최종 업데이트 15.06.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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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감염 의사는 왜 20~30대일까?

종합병원 전공의 근무형태에 대한 고찰

26일 보건당국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181번째 메르스 확진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하던 전공의(26세)라고 한다.
 
이로써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 소속으론 5명, 전체 7명의 의사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7명 중 가장 먼저 감염됐던 개인 의원 소속의 의사(5번째 확진자, 50세)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젊은 의사들이다.
 
이들 젊은 의사 6명은 26~38세의 종합병원 근무자로 내과, 외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 소속이고, 전공의와 전임의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출처 : 삼성서울병원 블로그>


감염 가능성이 가장 큰 의사=환자와 가장 많이 접촉한 의사
 
일반적으로 (기저 질환이 없다는 전제에서) 면역력이 정상인 20~30대의 젊은 의사들이 감염된 이유는 종합병원의 근무 형태와 무관하지 않다.
 
공교롭게 이들이 속한 과들은 전공의나 전임의할 것 없이 종합병원에서 비교적 업무가 많다고 알려졌다.
 
병원에서의 업무란 대부분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며, 업무량이 많을수록 환자와 접촉할 기회는 잦아진다.
 
'14번 확진자' 같은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하면 환자의 초진은 응급실 인턴이나 전공의 혹은 환자가 입원 가능성이 큰 과에 소속된 전공의 몫이 될 확률이 높고, 여기에서 젊은 의사들은 감염 가능성이 한 단계 더 높아진다.
 
물론 일부 병원은 환자의 진료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경험이 적은 인턴을 지양하고 전문의를 배치하지만, 그 전문의가 교수일 리는 없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의는 전임의들이다.

대학병원에 근무 중인 한 전임의는 유독 젊은 의사들만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에 대해 "응급실이나 병실에 교수들이 자주 내려오는 일이 없는데 감염될 리가 있겠는가? 개고생하는 나부랭이들이 바이러스 총알받이로 쓰일 뿐"이라고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발걸음 무겁기로 소문난 교수가 응급실에 한 번 뜬다면, 응급실엔 누구나 알만한 정치인이나 연예인 혹은 병원에 힘 좀 쓰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 전임의에 따르면 PACS가 갖춰지고 전자챠트가 보편화하면서 교수들이 환자를 직접 보는 횟수는 점점 더 줄어들고, LAB 결과와 영상 사진만을 컴퓨터 모니터에 띄워 환자를 머릿속으로만 구성하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한다.
 


<출처 : www.securemobileindia.com>


'총알받이'도 서러운데 감염 보호나 잘 챙겨줬으면
 
의사들이 수련을 시작하면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슬픈 이야기는 모 병원 인턴이 환자 혈액채취 중 바늘에 찔린 후 C형 간염에 걸려 병원을 그만뒀다는 소식이다.
 
젊은 의사들은 그런 끔찍한 사고를 접한 직후엔 집중을 다짐하지만, 바쁜 업무는 그 '자각 기간'을 오랫동안 가지 못하게 한다.
 
 
한 내과 의사의 수련과정 스토리를 들어보자.
 
"수련을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감염에 둔감했던 것은 아니다. 원내에선 감염에 대한 자기 보호를 유별난 행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는 감염에 둔감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인턴 때 폐결핵 환자 혈액을 채취하러 갈 때마다 (감염되지 않도록) 마스크를 썼다. 그것을 본 주위 의사나 간호사는 하나같이 나를 '자기 몸만 아는 이기적인 녀석쯤'으로 여겼다. 그 후로 마스크를 끼지 않는 게 습관이 됐고, 결국 전공의 때 폐결핵 환자를 보다 감염되어 며칠동안 일 않고 누워있었다."
 
그는 이후 몇 개월간 결핵약을 '배부르게' 먹고, 검진을 받을 때마다 흉부 엑스레이 촬영에서 폐결핵 흔적(Old Pulmonary Tb)이라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훈장을 달았다고 한다.



<출처 : diagnosisdude.com>


반면에 훈훈한 미담도 있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인턴 때 겪었던 감염 보호와 관련한 두 에피소드를 들려줬는데,
 
첫째는 어시스트(보조)를 위해 수술방에 들어갔는데 나이 지긋하신 교수가 바이러스 간염을 가진 환자라며 장갑을 반드시 두 개 끼라고 하신 것, 
 
두 번째는 주치의가 간호사에게 환자의 혈액 채취 지시(오더)를 내면서 별도 메모를 통해 "인턴 샘한테 Syphilis(매독) 환자니 샘플링할 때 조심하라고 건네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
 
이었고 한다.
 

그는 이 일화들을 소개하며,
 
"병원에서 '의사'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 몇 안 되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다음은 메르스 감염된 의사 7인의  현황이다. 


메르스에 감염된 의사
1) 5번째 확진자 : 365서울열린의원 의사(남, 50세)

 
5월 17일 메르스 첫 번째 확진자 진료, 50㎝ 거리에서 10분 진료했다고 밝힘(완치 후 모 언론 인터뷰)
 
5월 25일 (진료 후 8일째) : 발열 증상 시작
5월 27일 (진료 후 10일째) : 확진
 
6월 8일 완치돼 퇴원
 
 


2) 35번째 확진자 : 삼성서울병원 외과 전임의(남, 38세)
 
5월 27일 환자 진료 위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방문,
같은 날 '14번째 확진자' 삼성병원 응급실 내원
(CCTV 확인 결과 '14번째 확진자'는 의사가 진료하던 환자 바로 옆에 등지고 있었음)
 
5월 29일 경미한 증상,
메르스 초기 증상(서울시 주장) VS 알레르기 증상(본인 주장)으로 논란
 
5월 30일 경미한 기침 지속
'14번째 환자'는 메르스 확진
 
5월 31일 고열 및 메르스 증상, 환자 본인 감염 가능성 인지
 
6월 2일 메르스 확진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ECMO를 제거한 상태로 입원치료 중
 

3) 62번째 확진자 :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남, 32세)
 

5월 27일 '14번째 확진자' 입원 당시 응급실 진료, 14번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는 않음
 
5월 30일 14번 환자 메르스 확진 발표
 
5월 31일 오전 '14번 환자' 접촉자로 파악되지 않아 지속해서 환자를 진료함
 
5월 31일 오후 : 발열 증상 시작, 이때부터 격리
 
6월 3일 병원 자체 검사 : 메르스 음성,
 
6월 6일 질병관리본부 검사 확진 판정
 
6월 17일 퇴원
 

*처음 정부 발표 때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체류자'로 기록되었다가 뒤늦게 의사라고 밝혀짐.
 
 
4) 138번째 확진자 : 삼성서울병원 내과 의사(남, 37세)
 
5월 27일 '14번째 확진자' 입원 당시 응급실 근무, 14번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는 않음
 
5월 30일 '14번째 확진자' 메르스 확진 사실 발표
 
6월 10일 오전까지 진료 활동 및 심장초음파 시행함
 
6월 10일 오후 4시 발열 및 피로감 호소, 메르스 검사받고 자택 격리
 
6월 11일 새벽 삼성서울병원 검사에서 양성판정 후 동 병원에 격리 입원
 
6월 12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확진 판정
 
6월 18일 퇴원함
 
 
*62번째 확진자와 처음 정부 발표 때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체류자'로 기록되었다가 뒤늦게 의사라고 밝혀짐.
 
**14번 확진 후 접촉자로 파악되지 않아 증상 발현(6월 10일) 전까지 격리 없었음
 
 
5) 160번째 확진자 :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남, 31세)
 
6월 5일 '76번째 확진자'가 응급실 방문 때 진료, '76번째 확진자' 진료
 
6월 6일 '76번째 확진자' 건대병원 전원
 
6월 7일 새벽 건국대병원 '76번째 확진자' 메르스 확진 후 강동경희대병원에 감염 사실 통보
 
6월 10일 76번째 확진자 사망(기저 질환 있음)
 
6월 15일 응급의학과 전공의 오한 및 고열 증상 시작
 
6월 16일 메르스 확진
 
 
*76번째 확진자는 강동경희대 방문 때 삼성서울병원 내원 사실을 말하지 않았으며 메르스 관련 증상 발현 시점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음.
 
**현재 165번 확진자('76번째 확진자'에게 전염)가 강동경희대병원의 투석실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병원 투석실을 이용한 모든 환자를 입원 조치시킴.
 



6) 169번째 확진자 :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 의사(남, 34세), 내과 의사 추정
 
6월 12일 : 135번 환자(5월 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근무 중 '14번째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병원 직원) 확진
 
6월 ??? '135번째 확진자'를 진료함
 
6월 18일 메르스 의심 증상 발현 후 자가 격리 (추정 원인 : D등급이 안되는 미흡한 보호장구 착용)
 
 
*메르스 확진자를 인지한 상태에서 감염된 첫 의사 사례.
 
**병원 의료인이 17일 이전까지 착용한 보호 장비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킴. 삼성서울병원 부분폐쇄가 종료하지 않고 연장.
 
 
7) 181번 확진자 : 삼성병원 내과(추정) 전공의(남, 26세)
 
6월 11~15일 135번 환자의 주치의로 '135번째 확진자'를 돌봄
 
6월 12일 '135번째 확진자' 메르스 확진
 
6월 17일 자가격리 모니터링 시작
 
6월 23일 발열 등의 증상 발현
 
6월 26일 메르스 확진 판정
 
 
*메르스 확진자가 인지된 상태에서 감염된 두 번째 의사 사례.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이 의료진 보호에 관한 정부 지침을 어겼다고 밝힌 바 있다.
 

-7명의 의사 중 5명은 삼성서울병원 소속으로 원내 감염됐다.

-공교롭게도 7명의 의사 감염자 모두 남성이다. 

-현재까지 3명은 퇴원했다.

-'35번째 확진자'는 ECMO를 뗀 상태로 뇌허혈 손상 정도를 파악해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병원감염 #인턴 #메디게이트뉴스

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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