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12.17 06:56최종 업데이트 19.12.17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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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떻게 바이오 R&D에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었을까

권영직 교수 "바이오 R&D는 다양성이 중요…젊은 연구자들이 과감하게 도전할 환경조성해야"

사진: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교 권영직 교수가 바이오미래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5대 메이저 다국적 제약사가 투자하는 연구개발(R&D) 규모는 한국의 43개 제약사가 연간 투자한 금액의 수십배에 달합니다. 또한 미국 연방정부기관들이 오랫동안 꾸준히 막대한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됐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갑자기 바이오 R&D 투자액을 수십배 늘리거나 R&D 역사를 반세기 이상 늘릴 수는 없습니다. 그 외에 바이오 R&D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로 다양성입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UCI) 권영직 교수는 16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바이오미래포럼 국제세션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교수는 "최근 임상에서 가장 각광받는 면역항암치료제는 어느날 갑자기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만들어내는데 많은 시행착오와 디스커버리가 선행됐다"면서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면역관문억제제 기술을 개발한 사람에게 돌아갔는데, 다시말해 이들이 평생을 일궈낸 성과가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다는 의미다"고 말햇다.

유전자 치료제 또한 기술 개발에만 40년이 걸렸고, 세포치료제 또한 줄기세포가 아닌 오랫동안 연구해온 T세포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제가 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권 교수는 "2000년대 초중반 유전자치료제는 현실 가능성이 없는 기술로 평가됐다. RNAi 치료제는 더 드라마틱한 결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많은 투자가 이뤄졌지만 2000년대 초중반 많은 회사가 이 분야를 벗어났다. 그러나 최근 하나둘씩 회사들이 다시 이 분야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면서 "현실성이 없다, 죽은 기술이다 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지만 기술적 한계를 인식하고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면서 제품화에 성공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즉 획기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꾸준히 오랫동안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지금 당장 미국의 자금력과 연구역사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권 교수는 그 외에 가능한 것으로 '다양성'을 꼽으며 "미국은 다양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활용하는 국가이며, 이는 과학기술 개발에서 굉장한 장점이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바이오 R&D는 일반적인 R&D와 굉장히 다르다. 질병이나 목표가 다양하며, 하나의 약으로 모든 병을 치료하겠다는 회사는 없다. 또한 기술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실제 환자 치료로 제공할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헬스케어 시스템이나 그 당시의 적합한 분야인지 등 복잡한 환경의 영햐을 받는다"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을 줄 수 없어 다양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1년에 수조원을 R&D에 투자하는 미국의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은 직접 신약을 개발하는 대신 오픈이노베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권 교수는 "한 회사가 아무리 많은 자금력과 인력을 가지고 있다해도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개발하는데는 한계가 있기때문에 다국적 제약사들은 더이상 스스로 R&D를 하지 않겠다 공언하고 있다. 이미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와 협력해 기술을 상업화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달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면역항암제나 유전자치료제도 모두 처음에는 대학이나 작은 회사에서 시작해 메이저 회사와 손잡고 상업화까지 연결됐다. CAR-T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권 교수는 "기초연구를 하는 대학과 연구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각자의 분야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며, 리스크는 크지만 성공했을 때 막대한 파급력 있는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기초연구를 위해 장기간에 걸친 연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더 많은 연구자들이 더 다양한 연구를 하도록 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해 연구만 진행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선급금 수준이 낮아 기술이전이 굉장히 쉽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의 10배, 20배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많은 계약금을 요구할 경우 작은 회사들이 기술이전 하는데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리스크를 나눠 좋은 성과물이 나오면 나누는 규모를 커지는 구조로 계약한다면 초기 자본이 많지 않은 회사라도 자유롭게 많은 기술을 알아보고 얼마든지 테스트해본 뒤 상업화 가능한 것을 골라 상업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또다른 큰 차이로 이해충돌에 대한 규정을 꼽았다. 권 교수는 "미국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굉장히 엄격하게 규정하고 까다로운 대신에 그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자율성이 보장되고 위험성은 최소화된다"면서 "이런 이해충돌 부분이 아직 한국에서 확실하게 룰이 정립되지 않았고 제도가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권 교수는 "한국의 바이오 R&D가 미국과 같은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서 젊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연구에 과감하게 도전해볼 수 있도록 연구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큰 회사의 자금력으로 이어져 상업화되는 선순환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오 R&D는 무엇보다 다양성이 중요한 분야다. 한 분야에 대해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검토해 검증된 프로그램을 해야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많은 제도와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고 한국이 가진 실정과 장점을 잘 살리는 것이 글로벌로 가는 첫 번째 단추다"고 덧붙였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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