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도 문제 남아있지만 AI 기술 발전 속도 빨라…책임 소재 문제가 도입 시기 판가름할 핵심 관건”
루닛 서범석 대표가 24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의료인공지능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 대표는 2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학술대회에서 “의료 분야에도 수년 내에 ‘자율형 인공지능’이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 자동차의 자율주행과 같이 병원 현장에서도 일부 분야에서는 AI가 인간의 개입없이 스스로 결정하는 시스템이 도입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가 부족한 나라나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부족한 지방의 1차 의료 분야에서 자율형 AI가 선제적으로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 대표는 “자율형 AI는 직면해야 할 현실이다. 헬스케어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진행 중”이라며 “(의료 분야에선) 아직 AI의 정확도가 그렇게까지 높지 않아서 고민되는 부분이 있지만, 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몇 년 안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루닛의 솔루션도 임상시험 세팅에서는 의사들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정확도를 보여준다”며 “흉부 엑스레이나 유방촬영술과 같은 검진 분야에는 충분히 자율형 AI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특히 멀티모달이 적용되면서 과거엔 이미지만 보고 암을 판독하던 AI가 열 유무와 체중감소 여부, 과거 케이스와 비교 등을 통해 보다 정밀한 분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의사들의 판독과 비교하더라도 성능이 떨어질 여지가 줄어드는 추세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료진이 많이 부족한 나라도 있고, 국내의 경우 지방에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부족한 곳들도 있기 때문에 1차 의료 분야 등에서 먼저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우리는 (AI로) 의사들을 대체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CT나 MRI가 의료행위를 진화시켰듯, AI도 마찬가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서 대표는 다만 오진 등의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가 자율형 AI 도입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결국 AI의 자율 판독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법적 문제 등이 중요하다”며 “실제 기술적인 부분은 이미 나와 있거나 그런 수준으로 발전이 가능하지만, 책임 소재 문제가 도입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라고 했다.
서 대표는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 현재 사업상 어려운 점에 대한 질의에 보험수가와 AI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꼽았다.
그는 “의료보험 수가가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 고객은 병원인데, 병원 입장에선 AI 활용이 매출로 직결되는 게 아니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며 “지금 혁신의료 트랙과 신의료기술 트랙을 통해 반쯤 가긴 했지만 이런 기술이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의료보험 수가가 필수”라고 했다.
이어 “새로운 AI의 흐름이 너무 빠른 것도 고민이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라며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키울지 생각하다가도, 밖을 보면 AI 산업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비즈니스의 프레임워크가 계속 유지될까라는 고민도 있다”고 했다.
서 대표는 또 ‘CT∙MRI 등의 하드웨어 플랫폼, PACS∙EMR 등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병원 등 의료서비스 플랫폼, 이 3가지 축이 자리한 의료기기 산업 분야에서 AI가 새로운 축이 될 비전이 뭔가'라는 질의에는 “AI 기술이나 AI 애플리케이션만으로는 회사가 커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예전엔 AI 자체가 제품이자 서비스고 그걸로 회사가 커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AI가 상용화되면서 회사 간의 기술력 차이가 과거에 비해 줄고 있고 자본력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AI를 하나의 도구로 엔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그게 팍스(PACS)처럼 플랫폼을 제공하는 제품이든 아니면 하드웨어나 제약사든 그런 부분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 같다”며 “그런 걸 동원하는 회사들이 오래 살아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리 AI가 좋아지더라도 장비는 고유의 가치가 있고, AI는 그 안에 들어가서 그 서비스와 제품을 더 좋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