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무주택자들에게 앞으로 더 신중한 내집마련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중형 공공임대', '지분적립형' 등 다양한 주택유형을 선보일 예정이어서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면적을 대폭 늘려 '국민주택규모'인 85㎡(전용면적) 규모를 공급하는 방안을 이달 확정하는 한편 청약 초기 필요한 자본을 줄이고 장기간에 걸쳐 주택을 할부 구입하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2023년부터 공급할 예정이다.◆집값의 20%만 내면 내 집…'지분적립형'지분적립형 주택은 2023년부터 공급된다. 최초 분양 시 토지ㆍ건물 지분의 20~25%만 취득해 입주한 후 4년마다 10~15%씩 지분을 나눠 취득하는 방식이다. 20~30년 후면 주택을 100% 소유하게 된다. 정부는 공공재건축의 공공 분양 물량, 신규 확보 공공택지 등 거주 요건이 양호한 단지에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현재 서울의료원, 천왕2ㆍ문정 미매각 부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지분적립주택 사업부(TF)'를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성뒤마을, 하계주공5단지 등이 서울 시내 유력 후보로 꼽힌다.
관건은 분할 취득에 따른 비용이다. 정부는 시세 상승에 따른 분양가 급등을 막기 위해 추가 취득하는 지분에 대해서는 정기예금 금리 수준의 가격만 올려받을 계획이다. 이때 아직 취득하지 않은 지분에 대해서는 공공임대주택 수준의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내게 된다.
서울시가 제시한 예시에 따르면 분양가가 5억원인 경우 당첨자는 2억2500만원의 초기 자금이 필요하다. 초기 지분(25%) 1억2500만원에 더해 나머지 지분에 대한 임대보증금 1억원이다. 여기에 더해 매달 14만원가량의 월세가 나간다. 이후 4년마다 7500만원(15%)과 정기예금 금리를 가산한 이자를 더해 지분을 취득해나가게 된다. 다만 이때 대출은 초기 자금 전액이 아닌 초기 취득 자본에 한해 가능할 전망이다.
입주자 선정 방식은 지난 8월 서울시가 공개한 방안에 따르면 모든 물량이 추첨제로 진행된다. 70%는 특별공급(40% 신혼부부ㆍ30% 생애최초)으로 이뤄지고 30%는 일반공급으로 분양된다.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최대 150%(맞벌이 160%) 이하, 부동산 자산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 자산 2764만원 이하 등의 자격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소득 기준의 경우 10%인 일반공급 2순위에만 해당 기준이 적용되고 다른 공급 방식에서는 130%까지 기준이 낮아진다.
현재까지 정부가 해당 내용을 구체화하지 않은 만큼 이러한 기준은 변동될 가능성도 크다. 최근 정부가 연달아 각종 소득 기준을 상향하는 정책 기조를 보이고, 일반공급 중 일부에는 가점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전매ㆍ실거주 요건 등 제한 규정 따져봐야지분적립형 주택을 분양받으려는 경우에는 손익 계산을 면밀히 해야 한다. 당장은 자산이 부족하지만 장기적인 노동소득 증가가 가능한 서민, 신혼부부에게 도움이 되고 또한 장기간 거주 시 입주자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 공공성도 충분히 갖춰 매매나 일반 전세시장으로 쏠리는 수요를 일부 분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부가 '로또 분양'을 막기 위해 전매 제한과 실거주 의무 등 규제를 설정할 가능성이 높고, 수분양자의 비용 부담이 일반 청약 못지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분적립형 주택의 전매 제한 기간은 최소 10년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전매 제한 기간이 끝나더라도 지분 매입이 끝나지 않았다면 정부ㆍ공기업의 동의를 받아야 매매가 가능하다. 정부는 전매 제한 기간이 끝나면 정상 가격 여부만 판단해 매각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매각대금은 비율에 따라 공공과 나눠 가져야 한다. 여기에 더해 사실상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높인 주택담보대출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이미 분양가상한제로 분양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데다 임대료를 감안하면 일반적인 주담대보다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또 공공 지분과 임대보증금 등이 모두 정부와 공기업들의 부채로 장기간 묶인다는 점에서 실제 공급 물량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좁은 공공임대 대신 32평형 살아볼까 정부는 이달 중 유형통합 공공임대주택에 85㎡가량인 30평대 중형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60㎡ 이하로만 공급돼 자녀가 성장했거나 많은 중산층의 임차 수요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형통합 임대주택은 영구임대, 국민임대, 행복주택 등 다양하던 유형을 모두 합쳐 공급하는 방안으로 2022년 도입될 예정이다. 당초 4인 이상 가족 기준으로 56㎡에 중위소득 130% 이하로 입주 기준을 단일화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중형 임대주택이 도입되면 85㎡ 면적에 중위소득 140~150% 수준으로 기준이 상향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인식 개선의 일환으로 더 좋은 소재와 쾌적한 평면을 제공하는 등 품질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당정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 개정에도 나섰다. 지난달 29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에는 공공재건축 조합이 기부채납하는 주택도 중형으로 지을 수 있도록 기부채납 주택의 면적을 85㎡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교통부는 과천 지식정보타운 S-10블록(610가구)과 남양주 별내 A1-1블록(577가구) 등 2곳에서 유형통합 임대주택을 시범 공급한 후 2022년부터 본격적인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중형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한 유형통합형 공공임대주택은 현재로서는 분양전환형으로 공급될 계획은 없다.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중산층 무주택자들의 수요를 제대로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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